[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우원식·박주민,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궁중족발'을 언급하며, 임차인에게 불합리한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 의원은 6월 15일 국회에서 궁중족발 윤경자 사장을 비롯해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옥바라지선교센터 등 시민사회단체와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법이 젠트리피케이션을 심화하고 중소 상인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20대 국회 출범 이후 지금까지 계류 중인 상가법 개정안은 총 23건이지만 1건도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현행법이 유지되면서, 임차 상인들은 계약 갱신 요구권 상한선인 '5년'만 지나면 쫓겨나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궁중족발도 이와 같은 법의 맹점 때문에 명도 소송에서 패하고 총 12차례 강제집행을 당했다.

세 의원은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사람 사이의 갈등을 해결해 주는 게 법률인데,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을 해결해 줘야 할 상가법은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상가법의 보호 대상을 확대하고 개약 갱신 요구권 기한을 삭제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며 하반기 국회에서 빠르게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도 "현재 국회에 계약 갱신 요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자는 개정안이 4개나 발의돼 있다. 적어도 10년은 쫓겨날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장사하게 하자는 것이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중소 상인의 오랜 요구를 담은 법률안인데, 책임을 다하지 못한 국회 때문에 궁중족발 같은 비극이 일어났다. 부끄럽고 죄송하다. 정의당은 법안이 국회 통과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자영업자들은 마음 편히 장사하지 못하는 데서 고통받는다. 국회에서도 수년 전부터 20건이 넘는 개정안이 발의됐고, 법제사법위원회까지 올라왔으나 자유한국당의 끊임없는 반대로 결실을 맺지 못했다"고 발언했다. 그는 개정안 통과를 위해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의 협력을 촉구했다.

윤경자 궁중족발 사장이 15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김영리 맘상모 공동운영위원장은 "그동안 맘상모는 개정안 통과를 바라면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2년 전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김진태 의원이 있는 춘천에 가서 호소하고, (법사위 소속) 여상규 의원을 찾아 경남 사천에 내려가고, 김성태 원내대표 면담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회가 국민 삶을 외면하는 동안 임차 상인들은 쫓겨났고 앞으로 쫓겨날 상인도 늘고 있다. 임차 상인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요구에 응답해 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제2, 제3의 궁중족발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문 낭독을 맡은 윤경자 궁중족발 사장은 이에 앞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윤 사장은 "(궁중족발) 건물주는 수십 채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데, 현재 그 건물이 다 비어 있다. 임대라고 붙였지만 실제 임대한 곳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평생 임대로 돈 벌고 시세 차익으로 돈 번다. 우리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자영업자다. 물론 돈 많은 사람이 돈 버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진정한 사회는 열심히 노력해서 내 땀과 능력으로 돈 버는 사람이 잘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은 정반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목이 메인 상태로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같은 동네 서촌에서 장사하는 많은 상인이, 임대인이 요구하는 폭등하는 임대료를 울며 겨자 먹기로 내고 있다. 이 요구를 거절하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쫓겨나기 때문이다. 서촌뿐만 아니라, 서울 곳곳에서 더 나아가 전국 곳곳에서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잘못된 법과 제도가 만들어 낸 비극이 사라지려면 상가법, 반드시 이번 국회에선 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

궁중족발 사건, 잘못된 법과 제도가 만들어낸 비극입니다.
궁중족발법(상가법 개정)으로 제2, 제3의 궁중족발을 막아 주세요.

열심히 장사하던 동네가 소위 '뜨는 동네'가 됩니다. 새로 바뀐 건물주가 300만 원이던 월세를 1200만 원으로 올려 달라 합니다. 건물주는 돈이 없으면 본인 형편에 맞는 곳에 가서 장사하라 했습니다. "이런 법이 어디 있냐" 했더니 건물주는 명도 소송을 걸어 왔습니다. 살면서 경찰서와 법원 근처에도 가본 적 없던 상인들이 법정에 '피고인'의 신분으로 서게 됩니다. 이것은 궁중족발의 이야기입니다.

어렵게 경쟁에서 살아남은, 또 한 가족의 삶이 걸려 있는 가게들은 생각보다 쉽게 파괴되어 왔습니다. 관련된 법과 제도, 사회적 인식의 미비로 인해 "건물주가 나가라면 나가야지"라는 말은 진리로 여겨져 왔습니다. 건물주의 소유권 앞에서 임차 상인의 어떤 권리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법과 제도가 이를 뒷받침했습니다. 2002년 처음으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제정, 시행되었고 "누구나 최소한 5년은 안정적으로 장사할 수 있다"고 법은 이야기했지만, 법은 그 누구의 권리도 보호하지 못했습니다. 건물주가 "나가라" 하면 나가야 하는 세상은 그렇게 법과 제도에 의해 더욱더 공고히 되었습니다.

오직 임차 상인들만이 알고 있습니다. 임대인의 "나가라" 한마디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잃고 삶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저 이 불운이 나를 비껴가기만을 바라며 장사가 안되는 척 엄살 떨고, 건물주의 경조사를 챙기는 등 덧없는 안전장치들을 했을 뿐입니다. 밉보이면 쫓겨난다. 나가라 하면 나가야 한다. 모든 것을 잃는다. 우리 임차상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궁중족발은 터무니없는 임대료 폭등에 항의하며 기존 월세를 내기 위해 납부 계좌를 알려 달라 했지만, 건물주는 3개월 간 계좌를 알려 주지 않았고, 이를 근거로 명도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월세를 법원에 공탁했지만, 건물주는 궁중족발이 5년 이상 된 가게인 점을 근거로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계약 갱신을 하지 않겠다고 소송 청구 취지를 바꿨습니다. 법은 건물주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건물주는 법을 등에 업고, 12차례 강제집행을 '법'의 이름으로 시도했습니다. 사설 용역을 동원한 폭력 집행으로 2017년 10월 10일에는 한 여성의 치아가 부러지기도 했고, 같은 해 11월 9일에는 김우식 사장의 왼손가락 4개가 부분 절단당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불과 이번 달 초에, 안에 사람이 있다고 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게차로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폭력 집행을 김우식 사장님은 목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궁중족발은 명도 소송 중 임대인의 요구로 진행한 감정평가 결과 적정임대료는 304만 3000원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법원은 "그게 법이니 나가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게 법이라면 바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억울하다고 여기저기 호소를 해도,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강제집행만 12차례 있었을 뿐, 단 한 번의 대화나 중재도 없었습니다. 나가라면 나가야 하는 것.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장사하면서 먹고사는 임차상인들의 현실입니다.

궁중족발의 일은 단순히 한 가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같은 동네인 서촌에서 장사를 하는 많은 상인들이, 임대인이 요구하는 폭등하는 임대료를 울며 겨자 먹기로 내고 있습니다. 이 요구를 거절하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쫓겨나기 때문입니다. 서촌뿐만 아니라, 서울 곳곳에서, 더 나아가 전국 곳곳에서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임대인의 말 한마디에 삶의 터전을 잃어야 하는 것이 법이라면, 어느 누가 맘 편히 장사할 수 있을까요? 제2, 제3의 궁중족발과 같은 잘못된 법과 제도가 만들어낸 비극이 사라지려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반드시 이번 국회에선 개정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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