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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하지 않는 '가짜 뉴스' 유포자들

정정 요청에 "'진화론과 상충' 분명하다" 주장하며 논문 내용 왜곡

스티브 김   기사승인 2018.06.15  16: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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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와 NTD TV의 가짜 뉴스 사태를 보면서 관련 내용을 다양한 곳에 업데이트했다. 가짜 뉴스를 보고 <국민일보> 편집장과 국장 및 기자에게 필자는 이메일로 해당 기사를 정정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들은 이메일을 읽고도(MailTrack을 통해 수신자가 메일을 읽었는지 볼 수 있다) 응답하지 않는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가짜 뉴스를 직접 비판하는 기사가 <뉴스앤조이>에 올라갔는데도 이들은 무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6월 14일, 가짜 뉴스를 썼던 <국민일보> 기자가 '미션 톡'이라는 섹션에 기사를 냈다. 제목은 "'진화론과 상충' 분명한데 '가짜 뉴스' 폄훼"…. 제목만 보고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해당 논문 내용은 어느 정도 설명한 바 있지만, 기자가 제대로 못 알아들은 것 같아 조금 쉽게 설명해 주겠다. 우선 기자가 말한 내용인 "현존하는 생물 종의 90%는 거의 같은 시기(10∼20만 년 전)에 나타났으며, 인간·참새·도요새 등의 유전자 배열도 거의 같다"는 주장을 둘로 쪼개 보자.

1. 현존하는 생물 종의 90%는 거의 같은 시기에 나타났다(10~20만 년 전).
2. 인간·참새·도요새 등의 유전자 배열도 거의 같다.

6월 14일 자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미션 톡'에 실린 관련 기사. 국민일보 갈무리

우선 1은 저자의 주장을 왜곡한 이야기다. 저자가 인터뷰에서 말한, 대중들에게 쉽게 설명한 부분을 왜곡하고 짜깁기한 것이다. 해당 인터뷰에서 말한 부분은 이렇다.

"The 0.1% average genetic diversity within humanity today corresponds to the divergence of modern humans as a distinct species about 100,000–200,000 years ago — not very long in evolutionary terms. The same is likely true of over 90% of species on Earth today."

"오늘날 인간이 평균 0.1% 정도의 유전적 다양성을 갖는 것은 현대인이 독자적인 종으로 가지치기해서 나온 시기가 겨우 10만~20만 년 전 즈음이라는 사실에 기인한다. 이는 진화적인 관점에서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종들의 90% 이상에서도 아마 비슷한 양상일 것이다." - 필자 역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 대부분이 10만~20만 년 전에 갈라져 나올 만큼 매우 적은 유전적 다양성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인간을 비롯한 90%의 종이 낮은 유전적 다양성을 갖고 있었다는 이야기일 뿐, 거의 같은 시기에 나타났다는 말이 아니다. 심지어 저자는 그럴 것이라고 이야기할 뿐 90%의 종이 그렇다고 이야기한 것조차 아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논문을 읽어야 한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고 있다.

"Mostly synonymous and apparently neutral variation in mitochondria within species shows a similar quantitative pattern across the entire animal kingdom. The pattern is that that most—over 90% in the best characterized groups—of the approximately five million barcode sequences cluster into groups with between 0.0% and 0.5% variance as measured by APD, with an average APD of 0.2%."

"한 종의 미토콘드리아에서 발견되는 변이들 중 아미노산의 변화를 만들어 내지 않는 변이들의 양상은 모든 동물계를 통하여 유사한 패턴으로 나타난다. 약 500만 개 이상의 바코드 시퀀스 중 약 90% 이상이 APD로 계산했을 때 0.0%에서 0.5% 이내의 그룹들로 분류가 되고 그 평균은 0.2% 정도다." (Pairwise Distance란 계통학에서 두 개의 다른 생명체가 진화적으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 필자 역

우선 90%의 생명체 이야기는 90%의 best characterized group을 말하는 것일 뿐이다. 생명들의 유전적 다양성을 APD(Average Pairwise Distance)로 나타내었을 때 이것이 0.0~0.2%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10만~20만 년은 어디서 온 것일까.

"Modern humans are a low-average animal species in terms of the APD. The molecular clock as a heuristic marks 1% sequence divergence per million years which is consistent with evidence for a clonal stage of human mitochondria between 100,000–200,000 years ago and the 0.1% APD found in the modern human population."

"근대 인류는 APD가 낮은 종이다. 대략적으로 추산해 봤을 때, 분자적으로 측정되는 진화의 속도는 1% 정도의 변이가 발견되는데 100만 년이 걸리는 정도이며, 이는 인간 미토콘드리아의 초기 단계가 10만~20만 년 정도라는 점과, 인류에게서 발견되는 APD가 0.1%라는 사실과 일맥상통한다." - 필자 역

즉, 인류의 미토콘드리아 다양성을 통해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 "분화" 시기를 이야기한 것이 바로 이때이며, APD 범위가 0.0~0.2라는 점이 90%의 다른 "가장 특징적인 집단" 역시 비슷한 분화 시기를 갖는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미토콘드리아 분화를 종 분화 시점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애매하지만 저자들 이야기는 미토콘드리아 바코드 부분의 종간 차이가 크니 이를 종 분화 시점이라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였다.

여기서 종 분화 시점이라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인간과 다른 종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다.

"Based on nuclear and mitochondrial genome analysis, polar bears (U. maritimus) hybridized with 'ABC island' brown bears (U. arctos) about 50,000 years ago, with introgressive replacement of ABC arctos mitogenomes by maritimus mitogenomes."

"핵과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 분석에 의하면, 북극곰은 ABC섬 갈색곰(알래스카 최남단의 1000여 개 섬으로 이루어진 지역에 사는 갈색곰 – 역자 주)과 5만 년 전에 교배를 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ABC섬의 곰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북극곰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로 내부적인 교체가 일어났다." - 필자 역

쉽게 말해, 해당 연구가 말하는 10만~20만 년 전 "분화"는 해당 종 집단이 상호 교배한 마지막 시점에 대한 이야기일 뿐, 갑자기 종들이 그때 다 나타났거나 그때 동시에 생겨났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을 두고 그 시점에 동시에 종들이 생겨났다고 이야기하는 <국민일보> 기자의 기사는 가짜 뉴스다.

그리고 2는 저자들 주장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다. 해당 인터뷰에서 인간·참새·도요새가 언급된 부분은 이곳이다.

"In genetic diversity terms, Earth’s 7.6 billion humans are anything but special in the animal kingdom. The tiny average genetic difference in mitochondrial sequences between any two individual people on the planet is about the same as the average genetic difference between a pair of the world’s house sparrows, pigeons or robins."

"유전적 다양성의 관점으로 볼 때 지구에 살고 있는 76억 명의 사람은 동물계에서 하나도 특별할 게 없는 존재이다. 두 사람의 미토콘드리아가 가지고 있는 미세한 차이는 한 쌍의 참새나 비둘기, 혹은 도요새 한 쌍에게서 서로 발견되는 미토콘드리아의 차이와 거의 같다." - 필자 역

여기서 인간, 참새, 도요새 각각의 "개체 간의 미토콘드리아 서열의 차이"가 비슷하다고 말한다. 즉, 유전자 배열이 같은 것이 아니라 유전적 다양성이 같은 것이다. 심지어는 전체 유전자가 아닌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에 한하는 매우 조그만 부분에 대한 내용이다. 앞서 말했지만 해당 논문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극히 일부인 DNA 바코드에 관한 이야기다. 즉, 유전자 배열이 거의 같다는 주장은 완전한 왜곡이다.

위의 두 가지 결과만 보면, 기자가 주장하는 "모든 생명체가 하나님으로부터 개별적으로 창조됐으며 과거부터 현재의 모습으로 존재해 왔다는 창조론자들의 주장에 부합하는 내용"과 완전히 거리가 멀다. 유전적 다양성의 형성 과정 자체가 진화를 상정하고 있으며, 90%의 종이 "다른 종과의 교배"를 하지 않게 된 시기를 구하는 게 창조설과 부합할 가능성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기자는 명백하게 가짜 뉴스를 유포했으며, 그 행위를 반성하기는커녕 적반하장으로 이상한 주장을 추가해 본인의 무지를 증거하고 있다.

두 번째로, <국민일보> 기자는 "이 논문을 통해 진화론을 전면 부정하거나 진화론이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한 적은 없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제목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근거 잃은 진화론'이라는 제목과 왜곡한 내용을 그대로 두고, 저널 제목 <휴먼에볼루션> 하나만 바꾸는 기자의 행동을 보면서, 필자는 과학적 사실을 다 떠나서 기자가 직업윤리까지 버렸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기자는 'Jay Lee'라는 블로거를 들이대며 과학자들을 비판한다고 주장한다. 학위는 권위가 아니나, 최소한 논문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공부마저 하지 않은 사람의 주장을 당당히 기사에 실은 것은 황색 잡지에서나 하는 보기 드문 수준의 주장이다. <국민일보> 기자가 해당 분야와 전혀 관련이 없는 비전공자의 비과학적 블로그를 언급하는 모습을 보며, 필자도 한 5분이면 비슷한 내용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내용과는 달리, 실제 과학 전공자(필자) 블로그로. 해당 기사를 공유한 필자 블로그와 페이스북 월에 달린 댓글로 가짜 뉴스를 쓴 <국민일보> 기자 스타일의 글을 써 보도록 하겠다.

'기사 속의 기사' <국민일보> 기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가짜 뉴스에 대한 <국민일보> 기자의 어이없는 옹호가 계속되는 가운데, 해당 기사 주장에 한 신경생물학자 블로그와 페이스북 월에는 다양한 내용으로 기자의 행동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스꿩크WORKS' 블로그를 운영하는 운영자는 "원래 사기꾼들이 말을 이상하게 한다. '진화론이 뒤집어진다'는 둥 '진화론이 근거를 잃는다'는 둥 떠들다가 정작 반박을 당하면 '난 진화론이 틀린 거라고 한 적 없는데' 하는 것이 딱 사기꾼들이 하는 짓이다. 이런 소리를 하는 자의 말은 들을 가치가 없다. 책임을 안 지기 때문이다'라며 해당 기자의 행적을 비판했다. 한 물리학 전공자는 '블로거를 인용해서 신경과학자랑 교수를 반박하는군요. 대단하다'라며 해당 기자의 비전문성을 비판했다.

유전 진화 파트를 공부하던 한 기독교인 물리학 학부생은 기자의 왜곡에 "욕을 하고 싶을 정도"라고 심정을 토로하며 기자에게 "최소한 양심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이야기했다. 푸른소나무숲 블로그 운영자는 "창조론자들은 진화론 논문도 자기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보고 자기가 이해하고 싶은 대로 이해하고 나서 창조론을 지지하는 논문인 줄 안다"며, 기자의 왜곡된 '체리 피킹'에 대해 강하게 지적했다.

폴아저씨 블로그 운영자인 물리학 전공자는 "진화, 창조, 유사 과학을 떠나 관련 전문가의 코멘트도 없이 과학자의 지적에 대해 '과학적으로' 네가 틀리고 내가 맞고 네가 왜곡·매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 언론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윤리 문제"라고 이야기하며, 해당 기자의 직업윤리 결여를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것이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저자들은 "매우 의외의 결과였기 때문에 엄격하게 반박을 시도했다"고 말한 적이 없다. 기존 인터뷰, 논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해당 저자들이 직접 응했던 인터뷰와 논문을 통째로 읽어 본 필자는, 그런 말이 어디에 나오는지 한참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Phys.org에 저장된 AFP 기사에서 잠깐 나오는 부분 "This conclusion is very surprising, and I fought against it as hard as I could"를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무슨 말일까. 해당 부분은 종간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정도이며, "반박"하려고 했다는 말과 거리가 멀다. 뭐가 놀랍다는 걸까. 원문 인터뷰에서 놀랍다는 말은 크게 두 번 사용됐다.

"The study results represent a surprise given predictions found in textbooks and based on mathematical models of evolution that the bigger the population of a species, the greater the genetic variation one expects to find."

"기존의 수학적 모델에 기반한 예측에서는 종의 인구수가 많을수록 그 안에서의 유전적 다양성도 커진다고 생각해 왔는데, 우리의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놀랍다." - 필자 역

이전 글에서 말했듯, 해당 연구는 인구수 증가가 유전적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 낸 것이라는 말이다.

"The researchers have made novel use of the collection to examine the range of genetic differences within animal species ranging from bumblebees to birds and reveal surprisingly minute genetic variation within most animal species, and very clear genetic distinction between a given species and all others."

"학자들은 호박벌부터 새까지 유전적 다양성의 범위를 측정한 것을 새로운 방향으로 사용했으며, 해당 종들과 타 종들 사이 놀라울 만큼 적은 종들 내의 유전적 다양성과 매우 확실한 유전적 차이를 발견했다." - 필자 역

마찬가지로 현생 종간 유전적 차이와 해당 종 내 유전적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결과가 놀랍거나 예측 불가능할 수 있다고 가정해도 해당 인터뷰 어디에서도, 저자들이 결과를 반박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은 찾을 수 없다. 저자들 중 한 명이 이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이야기하는 AFP 기사는 문제가 많아 삭제됐다. <국민일보> 기자가 "궤를 같이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은 가짜 뉴스이며, 기자의 모든 말은 가짜 뉴스의 모래성 위에 지은 거짓말에 불과하다.

과학은 연구를 통해 발견한 증거를 바탕으로 하는 학문이다. 진화는 이 같은 증거들을 통해 찾아낸 답이다. 이미 직접 관찰 가능한 진화까지도 목격한 상황이다. 저자들은 이 발견이 진화를 직접 지지한다고 말했으며, 이 논문과 인터뷰를 꼼꼼히 읽어 본 신경유전학을 전공한 필자 역시 저자들이 하는 이야기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논문과 인터뷰, 어디에도 해당 연구 결과와 진화가 대립하는 내용은 없었으며, 그와 같은 오해를 살 만한 부분조차 없었다. 필자는 <국민일보> 기자가 논문은커녕 인터뷰조차 읽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국민일보> 기자는 잘못 쓴 기사를 이용해 과학자들 말을 진영 싸움으로 몰아세우고, 신빙성 떨어지는 블로거의 비과학적 주장을 당당히 기사에 싣고 있다. 이는 기자의 직업윤리를 버리는 일이며, 사실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언론을 더럽히는 행위다.

창조설자들이 생각하거나 과학을 공부하는 것까지도 바라지 않는다.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것까지도 어느 정도 그럴 수 있다고 치겠다. 하지만 반성조차 없이 여러 번 정정 보도를 요청한 이메일 등을 철저히 무시하며, 가짜 뉴스만 고집하는 기자의 행위와 기자를 방관한 <국민일보>는 스스로의 문제점을 직시해야 한다.

스티브 김 / 신경과학 박사. 현재 샌디에이고에서 포스트닥 과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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