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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갇힌 예멘인들

법무부 출도出島 제한, 난민 신청자 500명 발 묶여…양식업·어업 등 일자리 제공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8.06.14  18: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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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내전이 장기화하면서 제주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하는 예멘 사람들이 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제주출입국외국인청사 앞은 아침부터 북적였다. 중동 국가 예멘 사람들이 수십 명씩 무리 지어 청사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6월 14일 오전 9시 30분, 청사가 개방되자 예멘인들은 강당으로 몰려들어 갔다. 이날 청사에서는 '취업 설명회'가 열렸다. 참석자 수는 약 470명.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강당이 비좁은 관계로 설명회를 세 번으로 나눠 진행해야 했다.

제주도는 현재 예멘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초부터 제주도로 입도해 난민 신청을 하는 예멘인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이 지난달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제주에서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은 942명이며, 그중 예멘인은 515명이다.

중동 최빈국 예멘
반군 후티와 하디 정부 간 내전 
주변 국가 개입으로 장기전 
기반 시설 파괴, 일상생활 불가

예멘은 아라비아반도 남서부에 있는 국가로, 중동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다. 아랍어를 사용하며 이슬람을 국교로 삼고 있다. 예멘은 수년간 내전을 겪고 있다. 내전은 2014년 9월, 이슬람 시아파 반군 '후티'가 수도 사나를 점령하면서 본격화했다.

당시 예멘 정부는, 34년간 철권통치한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가 2011년 말 민주화 혁명으로 정권에서 물러나고,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대통령이 과도 정부를 구성하고 있었다. 2004년 시아파 세력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무장 단체 후티는, 살레의 잔존 세력을 흡수하며 정치·군사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2014년 유가 상승 여파로 하디 정권의 국내 지지도가 폭락하자, 민심을 등에 업은 후티가 수도와 주요 도시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예멘 북부를 빼앗긴 하디 정부는 남부를 중심으로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국제사회는 하디 정부를 합법 정부로 인정하고 있다.

하디 정부와 후티 간 대립으로 시작한 예멘 내전은 주변국이 개입하면서 장기화했다.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아랍 국가들은 2015년 2월부터 하디 정권을 돕고 있다. 시아파 종주국 이란은 반군 후티를 지원하고 있다. 후티와 동맹 관계였던 남부 분리주의 세력은 일부 도시를 점거하고 반군과 하디 정권을 모두 적으로 간주하면서, 내전은 삼파전으로 확전하는 양상이다.

4년 동안 진행 중인 전쟁은 예멘 주민의 삶을 철저히 파괴했다. 주요 도시와 기반 시설은 파괴되고 시민들은 매일 죽음의 위협에 떨고 있다. 지금까지 1만 명이 폭격으로 목숨을 잃었고, 약 2000명이 전염병으로 사망했다. 700만 명이 심각한 영양실조로 아사 위기에 처했다.

제주에서 만난 예멘 수도 사나 출신 압둘람(28)은 "하루에도 몇 번씩 민간인 지역에 포탄이 떨어진다. 전기가 끊긴 지는 오래고, 물도 음식도 부족한 처지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취업 설명회를 듣기 위해 예멘 사람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사 앞에서 줄을 서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피난행에 오른 예멘인들
'한국 사회 잘해 준다' 소문 듣고 
무비자 제도 이용해 유입

예멘인은 내전이 장기화하자 이집트·요르단·말레이시아 등 여러 국가로 피난길에 올랐다. 현재 제주에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은 대부분 말레이시아에서 온 사람들이다. 말레이시아에는 예멘 난민 1만 5000명에서 2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가 난민을 잘 대해 준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말레이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예멘인이 대거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와 제주도 간 직항 노선이 생긴 것도 한몫했다. 이들은 제주도가 비자(사증)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무사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

제주에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은 현재 제주 내 숙박 시설에 모여 살고 있다. 체류비를 아끼기 위해 방 하나에 적게는 6~7명이, 많게는 십수 명이 생활한다. 현재 라마단 기간이기 때문에 낮에는 주로 방에서 잠을 자고 밤에 일어나 식사를 하거나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식사는 편의점에서 사 먹거나 예멘인의 유입 상황을 인지한 시민단체가 나눠 준 구호품으로 해결하고 있다.

법무부, 예멘인 제주도에 격리
시민단체 반발 "무책임한 조치"
한국어·인권 교육 예정

전쟁을 피해 온 예멘인이 증가하는 상황,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대한민국은 이들을 돕기는커녕 막는 조치를 취했다. 법무부는 4월 30일 부로 이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도록 출도 제한 조치를 내렸다. 예멘인들 거주지를 제주도로 제한한 것이다. 6월 1일에는 예멘인 유입을 막기 위해 무사증 입국 불허국에 예멘을 포함했다.

시민단체들은 법무부가 무책임한 조치를 내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익법인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난민인권센터,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등은 5월 4일 공동 성명을 내 "최악의 위기를 피하러 온 예멘인은 의심이 아닌 보호가 필요한 이들"이라며 "정부가 이들을 위한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멘 사람들이 6월 14일 열린 취업 설명회를 듣고 있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준수해야 할 규칙과 법에 대해서도 배웠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국가인권위원회 이성호 위원장도 6월 1일 성명을 발표해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과 '난민법'에 따라 한국 정부도 난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국제적 보호에 동참할 책임이 있다"며 "난민 심사 기간 동안 이들의 생계와 주거를 지원하는 범정부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무부는 6월 11일 시민단체 요구를 일부 수용해 예멘인의 구직 활동을 승인했다. 원칙대로라면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은 6개월 동안 일할 수 없지만, 법무부가 특수 상황을 고려해 조기 취업을 허락한 것이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6월 14일 취업 설명회를 열어, 제주도 내 양식업·어업 기관에 일자리를 알선했다. 이날 참석한 예멘인 470여 명 중 280여 명이 숙식을 제공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는 이날 구직하지 못한 예멘인을 위해 추가로 취업 설명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난민네트워크제주대책위원회 김성인 위원장은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나라인 만큼, 예멘인이 처한 상황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난민네트워크제주대책위원회 김성인 위원장은 "법무부의 조기 취업 승인으로 일단 한시름 놓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예멘인들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가 계속 이들을 통제하려고만 한다면,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미 몇몇 예멘인은 돈이 떨어져 노숙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들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가면 안 된다. 앞으로 이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난민네트워크제주대책위원회는 예멘인들이 난민 심사 기간 제주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현재 예멘인이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구체적인 현황을 파악하고, 한국어 교육, 고용주를 상대로 한 인권 교육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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