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가 여당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목회자들은, 정치권이 민심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이번 선거 결과에, 목회자들은 비슷한 평가를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이 잘했다기보다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의 실책으로 여당이 반사이익을 누렸다고 봤다. 한국당은 '국정 농단' 정권을 창출해 놓고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문재인 정권의 발목을 잡는 데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목회자들이 이번 선거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전화로 입장을 물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는, 이번 선거를 시대 흐름에 부응하지 못한 야당 심판이라고 규정했다. 방 목사는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도래했는데, 야권이 구시대 안보 프레임을 가지고 발목을 잡았다. 평화를 색깔론으로 매도했다. 적폐 청산을 방해한 야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다"고 했다.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듣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극우 세력은 궤멸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을 향해서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방 목사는 "국민은 더 이상 막말과 색깔론에 휩쓸리지 않는다. 기독교인들도 변해야 한다. 이념과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계 원로 김상근 목사(KBS 이사장)도 야당의 무분별한 발목 잡기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색깔론이 패배를 불러왔다고 했다. 김 목사는 "민심이 무섭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살아 있는 권력을 탄핵하고 법정까지 세웠는데, 그 민심이 지방선거로까지 이어졌다. 이번 선거는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선거 결과와 관련해 전 국민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 목사는 "그건 아전인수 해석이다. 민심의 경고 속에는 패자와 승자가 같이 있다. 시대의 흐름을 긍정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생명·평화·정의 등 성서의 가치를 거역하면 야당이든 여당이든 온전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는 평화의 바람이 지방선거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소 목사는 "선거 결과를 예측했는데,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정치인뿐만 아니라 목회자도 시대의 흐름과 민심을 꿰뚫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한국교회가 남북 관계에 관심을 갖고 통일의 기초를 세우는 교량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전계헌 총회장은 "평창 올림픽을 시작으로 남·북·미 정상회담으로 이뤄졌다. 민족적으로 고무적인 일이 벌어졌고, 국민이 (정부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 여당에게 대승을 안겨 줬다고 본다. 여당은 자만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탄핵 정국의 여파가 이번 지방선거까지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영향이 이번 지방선거까지 이어졌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기독교연합 이동석 대표회장은 "현재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야당이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 줬다. 가뜩이나 전임 대통령을 탄핵할 때 국민적 열망이 대단했는데, 야당(자유한국당)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이번에도 준엄한 심판이 이뤄졌다"고 했다.

야권 분열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부적절한 처신이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80%를 넘는 가운데, 보수 야권은 셋으로 분열됐다. 홍준표 대표의 막말이 생각 있는 사람에게 염증을 일으켰다.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계속 사용하다 보니 (당 전체가) 천박해졌다"고 했다.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민주당이지만, 1995년 지방선거가 실시된 이래로 부산에서 당선된 사례가 없다. 이번 선거에서 오거돈 후보는 민주당 간판을 달고 최초로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부산기독교총연합회(부기총) 정성훈 대표회장은 민심이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정 대표회장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문제로 일반 시민뿐 아니라 교인도 뒤돌아섰다. 보수 진영은 아직도 애국·안보 마케팅 등 옛날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다. 시민의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에 부산마저도 넘어간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 대표회장은 변화에 발맞춰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거돈 당선인이) 교회 집사님이다. 앞서 기독교와 함께하겠다는 취지의 말씀을 여러 차례 했다. 부산시민의 행복을 위해 기독교가 할 일이 많다고 본다. 기독교가 중심이 돼서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시정에도 힘을 실어 주겠다"고 말했다.

목회자들은 색깔론, 정권 발목 잡기가 야당의 선거 패배로 이어졌다고 봤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동성애 반대 운동, 선거 영향 미쳤나?
"효과 없었다" VS. "영향 미쳤다"

보수 교계는 선거를 앞두고 동성애, 차별금지법, 이슬람 반대 등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각 정당에게 전달했다. 이런 메시지가 선거와 후보에게 영향을 미쳤을까. 목회자들 생각은 엇갈렸다.

예장합동 전계헌 총회장은 메시지의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국민 대다수는 동성애에 별로 감각이 없는 것 같다. 동성애를 양성평등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심각한 일이다. 아무리 인권을 존중한다고 해도 백년대계를 내다봐야 하는 입장이라면, (동성애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기연 이동석 대표회장은 "별 반응 없이 그냥 조용히 지나간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 연합 단체들과 적극적으로 동성애를 막아야 될 것 같다. 주요 정당이 동성애·동성혼 합법화를 반대한다고 했지만, 안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다. 기도하면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부기총 정성훈 대표회장은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회장은 "동성애와 관련해 집회도 하고, 항의 방문도 했다. 애를 써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의 요구가 상당히 비중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중에 기독교 가치를 흔드는 게 있는데, 우리는 계속 경계할 것"이라고 했다.

소강석 목사도 "우리의 메시지가 반영됐다고 본다. 다만 정부나 사회와 각을 이루기 위해 한 게 아니다. 우리는 기독교 공화국 내지 증오 사회를 만들자는 게 아니라, 건강한 시민사회를 만들기 위해 인권조례, 동성애, 차별금지법 등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도 남성 중심 선거,
적폐 청산, 통일 운동도 중요하나
여성에게 동등한 파트너십 제공해야"

선거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지만, 이번 선거도 철저히 '남성 중심'으로 전개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방선거와 재·보궐 출마자 중 남성은 83.66%(6736명)인 반면 여성은 16.34%(1316명)에 그쳤다. 국회의원, 시·도지사, 기초의원 비례대표 등을 포함 남성 당선인은 2957명, 여성 당선인은 1070명으로 집계됐다. 시대 흐름에 발맞춰 여성이 정치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이문숙 전 양성평등위원장은 "적폐 청산과 통일 운동도 중요하다. 하지만 새로운 공동체를 건설해 나가려면 먼저 여성에게 동등한 파트너십을 부여해야 한다고 본다. 약자들의 목소리가 계속 터져 나오고 있는데, 정치권은 각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약자를 배려하는 게 정의고 정치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 전 위원장은 "구태의연한 남성 중심의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당 안에서 여성을 적극 공천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여성 또한 스스로 지도력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주류 정당에 비해 여성에게 기회를 더 부여하는 녹색당과 정의당 등 진보 정당이 더 공의로워 보인다"고 했다.

목회자들은 남·북·미 정상회담이 지방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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