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페미니즘'이 화두인 시대. 어느 때보다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고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지만, 교회는 잠잠한 편이다. 직장 속 그리스도인, 성 문제, QT 운동, 제자 훈련 등을 주제로 포럼을 열어 온 한국교회탐구센터(송인규 소장)가 '페미니즘'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교회가 페미니즘과 발맞춰 나갈 수 있는지, '여성 혐오'를 부추기는 듯한 성경 구절과 교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살펴봤다. 6월 5일 서울 서교동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포럼에는 백소영 교수(이화여대), 양혜원 연구원(일본 난잔종교문화연구소)이 패널로 나섰다.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개신교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성평등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송인규 소장은 미국 복음주의 내 여성운동의 역사를 소개했다. 송 소장은 1970년대부터 동성애 등 크고 작은 논쟁을 거치며 가부장제, 상보론, 평등론, 페미니즘으로 분화해 왔으며, 이 중 가부장제와 상보론은 남성과 여성의 위계를 구분하는 전통적 성경 해석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날 양혜원 연구원은 'Pathmaker 세대, 여성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발표했다(전문 바로 가기). 그는 "공부를 하면 할수록 페미니즘과 종교는 서로 다른 목표를 갖고 있다는 게 분명하게 보였다"고 말했다.

양혜원 연구원은 가부장적 문화가 깃든 가정과 교회에서 생활해 온 이들의 경험과 기여를 '페미니즘' 관점에서 의미 있게 분석할 수 있을지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었다. 페미니즘은 억압의 종식을 이야기하지만, 교회 내 여성들의 지향과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적 경험이 페미니즘으로 다 설명되지 않기에 섣불리 페미니즘의 틀을 들이댈 경우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안으로 '제자 담론'을 말했다. '제자'는 남편이나 아버지가 대신하는 것이 아닌, 개인으로 자리할 수 있게 만든다. 양 연구원은 개인적으로도 '하나님이 내게 주신 제자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홀로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모'의 역할 안에 갇혔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교회탐구센터가 주최한 제8차 포럼이 '페미니즘 시대의 그리스도인'이라는 주제로 6월 5일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백소영 교수는 페미니스트 관점의 성서 해석을 통해 교회 제도를 개혁하자고 했다(전문 바로 가기). 백 교수는 "남편이 머리라면 아내는 머리 다음으로 신체에서 중요한 기관인 심장에 해당한다. 심장은 머리의 지배를 받는 다른 어떤 기관보다 탁월하다. 그리고 여러 면에서 머리와 거의 동등하고 머리만큼이나 소중하다"는 17세기 청교도 신학자 윌리엄 구지의 말을 소개했다. 교회는 남녀의 관계를 '존재론적으로는 평등하나 기능적으로는 위계적'으로 이해해 왔다는 것이다.

백소영 교수는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여성에 대한 이해를 고착화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성경의 경을 언급하며 "씨줄(위줄)과 날줄(경줄)을 구분해 볼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성경을 맥락에 맞게 살펴본다면 얼마든지 페미니즘적 요소를 찾을 수 있다고 봤다.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진리인 '경줄'이 있다면, 독자가 처한 시대와 환경은 '씨줄'로, 변화하는 상황에 맞추어 볼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교회탐구센터는 이번 8차 포럼 발표 내용을 기초로 <페미니즘 시대의 그리스도인>(IVP)을 펴냈다. 네 사람의 발표 외에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사무국장, IVP 정지영 주간 등이 쓴 글도 함께 수록했다. 책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교회탐구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포럼에는 70여 명이 참석해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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