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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족발이 쫓겨나면 모두가 쫓겨난다"

새벽 불시 강제집행 및 출입구 폐쇄…기도회로 연대하는 기독인들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8.06.06  12: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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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공휴일을 하루 앞둔 서촌 먹자골목은 시끌벅적했다. 거리는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배회하는 이들로 붐볐고, 가끔씩 회식을 즐기는 직장인들의 건배 소리가 가게 밖까지 들렸다. 요란한 먹자골목 풍경과 달리, 한 족발집 앞에는 사람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6월 5일, 궁중족발 앞에서 열리는 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었다. 이들이 자아내는 엄숙한 분위기에 행인들도 가게 앞을 지날 때면 대화를 중단하고는 했다.

궁중족발 김우식·윤경자 사장은 2016년에 건물주가 바뀌면서, 오랫동안 운영한 가게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새 건물주가 임대료를 갑자기 4배 가까이 인상했기 때문이다. 법은 건물주 손을 들어 줬다. 두 부부는 지금까지 10여 차례가 넘는 강제집행을 버텨 내며,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악용하고 있는 건물주의 횡포를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궁중족발 사연이 알려지자, 신학교 학생들의 모임인 '옥바라지선교센터'와 젊은 활동가들은 기도회 등을 열며 두 부부와 연대하고 있다.

이날 기도회는 다른 때와 달리 분위기가 무거웠다. 이틀 전 6월 3일 새벽에 12차 강제집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새벽 3시 50분쯤 불시에 들어온 용역들은 가게를 지키던 활동가 2명을 밖으로 끌어내고, 출입문을 봉쇄했다. 김우식·윤경자 사장 부부와 연대인들이 건물주의 협박과 소송에도 끝까지 지켜 왔던 가게를 하루아침에 빼앗기게 된 것이다. 기도회에서 만난 김우식 사장은 기자 손을 붙잡으며 "마무리 집행으로 가게를 잃어 버렸다. 원통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궁중족발을 되찾기 위해 기독 청년들이 모였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윤경자 사장은 무리한 강제집행으로 연대인들이 크게 다칠 뻔했다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윤경자 사장은 건물주가 무리하게 강제집행을 진행해 자칫 인명 사고가 날 뻔했다고 했다. 용역들이 잠겨 있는 가게 문을 열기 위해 중장비를 동원했기 때문이다. 당시 활동가들은 중장비로 문을 부술 경우 건물이 붕괴할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했다. 용역들은 이를 무시하고 집행을 강행했다. 철제문이 안쪽으로 깊이 휘어지고 유리 조각들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안에 있던 활동가들이 만약 문에 기대어 버티고 있었다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 활동가는 용역들에 의해 밖으로 끌려 나오다가 머리를 다쳐 병원에 실려 갔다.

이날 궁중족발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건물주는 가게 문을 열 수 없도록 쇠를 덧대어 용접하고 그 앞에 트럭을 갖다 놓았다. 지난해부터 궁중족발에 상주하며 가게를 지켰던 연대인들은 현재 가게 밖에서 24시간 농성하며 싸움을 이어 가고 있다.

매주 화요일 궁중족발 안에서 열었던 '궁중족발을 지키기 위한 현장 기도회'도, 이날부터는 가게 앞에서 '궁중족발을 되찾기 위한 현장 기도회'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참석자 60여 명은 구호를 외치며 기도회를 시작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함께 살자! 궁중족발이 쫓겨나면 모두가 쫓겨난다!"

12차 강제집행, 중장비 동원
가게 안 활동가들 크게 다칠 뻔
궁중족발 사장 "싸움 끝나지 않아"

기도회에는 12차 강제집행에서 끌려 나간 2명 중 한 사람이였던 진유경 씨(한신대학교)가 나와, 집행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밖에서 지게차가 철문에 충격을 가하면서 굉음이 났다. 다른 활동가와 함께 문을 막으며 '안에 사람이 있다'고 소리를 질렀지만, 용역들은 듣지 않았다. 무서운 마음에 안쪽으로 물러나자, 얼마 안 돼 철문이 안쪽으로 크게 휘어지고 천장에서 시멘트 가루가 떨어졌다"고 했다.

그는 이번 집행 과정에서 건물주나 용역들이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사람들이 안에 있는데도 강제적이고 폭력적인 집행을 강행했다. 법이라는 이름으로 중장비를 동원했다. 사람의 생명을 등한시한 집행이었다. 그 누구도 사람의 생명과 생존권을 무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윤경자 사장은 무리하게 강제집행을 진행한 건물주를 비판했다. 그는 "철제문이 안쪽으로 휘어지면서 문을 받치고 있던 철근이 안쪽으로 쓰러졌다. 안에 있던 사람이 깔려 크게 다칠 뻔했다. 가게에 사람이 있다고 여러 차례 고지했고, 문을 밖으로 당겨서 열 수도 있는데도 안쪽으로 밀어낸 건 의도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건물주를 향해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든 자신의 목적만 쟁취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저지른 행동 아닌가. 이는 인간으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 되는 짓이다"고 했다.

김우식 사장은 그동안 지켜 온 공간을 빼앗겼지만 아직 싸움이 끝난 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끝까지 싸워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쫓겨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일을 하고 싶은데 일을 못 하게 쫓아내는 세상이라면, 그런 불합리한 세상 꼭 바꾸고 싶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어떠한 희생이든 감수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활동가들은 건물주의 횡포로 임차 상인이 쫓겨나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진광수 목사(고난함께)는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했다. 그는 성경에서 돈을 사랑하는 마음이 모든 악의 뿌리라고 교훈을 주고 있다며, 악의 뿌리와 대적하기 위해서는 싸움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악과 맞설 때 타협이나 다른 방법은 있을 수 없다. 싸울 수밖에 없는 거다. 악이기 때문이다. 부당한 법 앞에서 저항은 우리의 당연한 의무다"고 했다.

그는 궁중족발의 싸움이 한 개인의 생존에 대한 투쟁으로만 볼 수 없다고 했다. 돈을 사랑하는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이 선악을 가르는, 하나님의 정의와 기득권을 대변하는 법이 격렬하게 대립하는 싸움이라는 것이다. 그는 기도회에 참석한 이들과 이 싸움에서 승리할 것을 다짐했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고, 저들은 물러날 것이다. 우리가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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