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총신대학교에서 학생 간 성폭력 사건이 드러나 논란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신학과 학생이 '합의한 관계'를 주장하며 성폭력 사실을 부인하는 가운데, 피해 사실을 공론화한 피해 학생을 향한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 A는 지난 4월 총신대 총학생회 임원 B가 숙박업소에 데려가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요했다고 밝혔다. A는 이 사실을 6월 1일 총여학생회비상특별위원회를 통해 공론화했다.

총신대 총여학생회비상특별위원회는 A의 성폭력 사실을 대자보로 알렸다. 대자보에는 성폭행 당시 정황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이는 "사실관계를 자신에게만 유리하게 짜깁기한다"는 가해자 측 반박을 막기 위해 피해자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자은 총여학생회장은 6월 4일 기자와 만나 "2차 피해를 우려해 사실관계 기술은 최소화하는 식으로 성폭력 고발 대자보를 작성했지만, 피해자가 더 적극적으로 사실관계를 알려 달라며 공론화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A도 보수적 신앙을 가진 총신대 학생이다. 자신이 술을 마셨다거나 숙박업소까지 따라갔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지 않을까 힘들어하고 있다. 이 사건을 공론화할 때 가해자가 과도한 비난을 받을 것까지 우려했다. 그러나 연애 감정이 있는 사이였다거나, 소개팅을 했다거나,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았다는 식의 잘못된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심리적 압박에도 용기를 낸 A를 향해 총신대 학생들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총신대 학생들은 총여학생회 대자보에 "#WithYou",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지지한다" 등의 메시지가 적힌 포스트잇을 여러 개 붙여 A를 응원했다.

총신대 종합관 입구에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리는 대자보가 붙었다. 총신대 학생들은 A를 응원한다는 포스트잇을 붙였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총신대 외부 단체들도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총신대학교 신대원 여동문회, 총회신학원 37대 대의원회 등 동문 단체와 감신대·장신대·한신대 등 타 신학교, 감리교여성연대, 한국여신학자협의회 등 기독교 여성 단체 40여 곳은 "유언비어와 왜곡된 소문 사이에 위축되지 않고 용기를 낸 피해자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이다. 가해자는 자신의 행위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며 윤리적·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총신대 대나무숲 등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차 피해를 조장하는 게시물은 필터링해 달라"는 자성의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가해자의 회복을 위해서도 기도하자"는 의견이 올라오자, "지금은 먼저 피해자의 치유와 가해자 처벌부터 논할 때"라며 반박하는 의견도 다수 올라왔다. 이 같은 말 자체가 피해자에게는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총신대 대나무숲 관리자는 6월 5일부터 관련 제보를 받지 않겠다고 공고했다.

총신대는 5월 4일 A에게 최초 신고를 접수한 후, 5월 30일 B를 '무기정학' 처분하기로 결의했다. 교외 성교육 프로그램 30시간 이수 및 매회 반성문 작성도 요구했다. B가 조사 과정에서도 피해자에게 접촉을 시도하는 등 2차 피해가 지속된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기정학이 유효한 동안은 학적이 살아 있어 타 대학에 편입 등을 할 수 없다. 총신대에 재적할 수 있는 연한은 최대 8년이다.

B의 소속 학과인 신학과와 그가 임원으로 활동한 총학생회도 학교의 징계를 지지했다. 총신대 신학과 학생회는 6월 3일 "피해자의 아픔와 고통에 연대하며 책임감을 통감한다"고 했다. 이들은 학교와 교단에 "무기정학을 받은 가해자가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하고, 총회 지도자들은 성폭력 가해자가 목회의 자리에 서지 못하도록 더 강력한 기준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총신대 총학생회도 4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총학생회는 "성경적으로나 도덕적으로도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문제이며 명백한 범죄"라며 "학내 상황이 총장 사태로 어지러운 속에, 더욱 근신하며 정직하고 순결하게 직분을 감당해야 하는 저희가 이러한 문제로 총신 구성원들에게 아픔과 상처, 수치를 드린 것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총학생회는 5월 중순 있었던 '리벤지 포르노' 공유 사건과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지고, 6월 말까지 전원 사퇴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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