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진정한 기도는 가능한가.' <우리의 기도>(대장간)에서 던지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은, 기도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진정한 기도'가 불가능해 보이는 기술 사회 속 현대인의 모습에서 기인한다.

이 책의 원제는 '불가능한 기도'(L’impossible Prière)다. 현대인의 상황이나 인간의 본성을 생각했을 때 기도는 불가능하다는 인식 아래 '기도의 불가능성'을 다루면서, 이 시대와 이 세상에서의 기도는 '투쟁하는 기도'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본성, 사회의 요구와 압박, 하나님과 단절된 시대의 불확실한 현실을 거스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기도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시대에 기도하는 것만큼 확실한 신앙고백은 없다. 기도는, 의무가 아니라 "깨어 기도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자발적으로 따르는 것이다. 저자 자크 엘륄(Jacques Ellul, 1912~1994)이 기도가 그 자체로 신앙의 표지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행동보다 기도에 더 큰 가치를 둘 수 있는 것은, 진정한 기도가 구체적인 상황들에 대한 행동의 목적을 수립하기 때문이다. 기도는 자기 자신을 향한 투쟁이자, 의미를 상실한 사회에 대한 저항이자, 등 돌린 하나님을 다시 돌아보게 하기 위한 씨름이다.

"우리가 이 단절된 시대역사 속에서 유일한 것도 마지막인 것도 아닌에 살고 있는 것이 맞다면, 기도의 필요성은 더더욱 긴급하고 절실하다. 그러나 기도는 모든 영역에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그것은 무엇보다 먼저 기도하기 위한 투쟁이다. (중략) 그것은 이성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것까지 수용하는 철저한 신뢰로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기도의 실상과 가치와 의미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것은 가장 가까이 임박한 투쟁의 모습이다. 그것을 받아들이려면 신앙의 긴 여정이 있어야 한다. (중략) 이 고독 속에서 우리는 홀로 깨어서 침묵의 밤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우리 자신의 힘으로 이 투쟁을 감당해야 한다. (중략) 기도는 본회퍼가 정의한 바와 같이 '불안 속에 망설이는 군중과 단절하는 것'이고 '세상의 폭풍우를 직면하는 것'이다. 어떻게 그것을 투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152~153쪽)

<우리의 기도 - 진정한 기도는 가능한가?> / 자크 엘륄 지음 / 김치수 옮김 / 대장간 펴냄 / 192쪽 / 9000원. 뉴스앤조이 경소영

기도는 ~이 아니다

자크 엘륄은 이 책이 경건 서적이 아니라는 점을 못 박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기도는 한 인간에게 자신의 인격 전체가 개입되는 행위이자 아주 개인적인 결단"(23쪽)이기에, 기도 방향을 제시하는 일을 피하고 기도 방법이나 요령을 안내하지는 않겠다고 선을 긋는다. 기도할 줄 모르고 기도의 샘을 찾지도 않는, 기도를 멀리하는 현대인이 처한 구체적인 상황을 다루려는 것이다.

저자는 기도에 대한 오해들과 기도를 할 수 없게 만드는 상황들을 다루면서, 기도의 의미를 모색하는 쪽으로 글을 전개한다. 목차를 보면 책의 전개 방향을 알 수 있다. △기도에 관한 익숙한 통념들 △기도의 기원 △기도하지 않는 이유들 △기도하는 유일한 이유 △투쟁하는 기도. '기도는 ~이 아니다'라는 식의 진술로 시작해서 '기도는 ~이다'는 진술로 나아간다.

<우리의 기도>는 흔하게 떠올리는 기도의 이미지와 통념, 오해를 하나하나 살피면서 바로잡는다. 저자에 따르면, 기도는 신비적 체험이나 마술, 강요되는 규범, 보이기 위한 수단, 자기 수양의 도구로 설명될 수 없다. 열광적으로 중언부언하면서 터져 나오는 흥분도 아니며, 누군가의 곤경을 모른 체하거나 방임하기 위한 핑계거리나 현실 문제에 대한 회피와 포기, 틀에 박힌 형식이나 편의 도모도 아니다. 이와 같이 무엇이 기도가 아닌지에 대해 다루는 것으로 현대인의 혼란한 기도 상황을 비추고, 신자가 지향할 기도에 다가간다.

△기도의 기원을 통해서는 기도의 근거를 인간의 본성에서 찾거나 기도를 심리적 치유 수단, 자기 몰입적 독백으로 보는 주장 등에 반박하고, 신학의 한계와 기도를 둘러싼 언어의 문제를 짚는 데 지면을 할애한다. 또한 기도를 성립하게 하는 주체가 신자가 아닌 하나님에게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기도의 존재'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린 인간의 모습과 기도가 사라져 왔던 현실을 보여 준다.

이는 "현대인에게 있어서 본래의 참된 실재에 맞는 기도가 있을 수 없다는 점"과 "왜곡된 인식들과 잘못된 이미지와 의미 없는 것들과 깊은 단절과 잘못된 개념 정의들이 기도를 더는 존재 이유가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81쪽)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기도하지 않는 이유들에서는, 기도하지 않게 만드는 사회적·신학적 문제를 다룬다. 사회적으로는 탈종교화, 현실주의와 회의주의, 실적과 효과에 몰두해 있는 사회 현실 등이 기도하지 않게 하는 주요한 이유로 작용하고, 신학적으로는 기술 발달과 경제적 풍요로 인해 왜곡된 하나님 이미지, 전근대적 부성 이미지 등이 그렇다.

저자 자크 엘륄. 프랑스 개혁교회에서 활동한 사회학자이자 신학자이자 철학자. 1940~1944년 레지스탕스 운동에 가담했으며, 나치 치하에 위험을 무릅쓰고 유대인 가족을 도와줬다는 사실이 사후에 밝혀져 '열방의 의인' 명예 칭호를 받았다.

하나님과 단절된 시대,
기도의 의미

이 책 전체에서 저자가 전제하면서 강조하는 인식은, 현대사회가 '사사 시대'나 '신구약 중간기'처럼 하나님과 단절돼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사물화와 소외, 소비만능주의와 효율성 등이 대변하는 오늘날 기술 사회의 현실이다. 이 단절을 경험하는 것은 현대 교회도 마찬가지다. 이때 기도는 소비를 위한 도구로 취급되기도 한다. 모두가 소비하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상황에서, 많은 이가 더 잘 소비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인간의 소비 욕구를 충족하는 존재와 다르지 않다.

"이제 기도는 나와 같은 인간에게는 소비를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돕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가장 초보적인 차원에서 청원 기도는 유용한 물질들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그 물질들은 오늘날 우리가 필수적인 것이라고 규정하지만, 사실은 필요 이상의 여분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기도한다면, 우리는 이 사회에서 우리 몫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하나님에게 요청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불의의 희생자로 보면서 산업이 생산하는 잡다한 물건들을 가지지 못하면 절망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우리 사회가 산출한 필요 욕구들을 만족시키는 에이전트가 되었다." (155쪽)

기도는 반소비를 지향해야 한다. 현대인이 소비 욕망에서 자유롭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 현대사회가 부여하는 삶의 관성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하나님조차 소비 활동의 일환이 돼 버린 오늘날의 흐름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나님의 은총과 현존에 기반한 기도는 시대적 역기능에 저항하면서 시대와, 거기에 속한 자기 자신과 투쟁한다.

"기도는 인간의 사물화와 소외 상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활로이다. 기도는 국가의 완전한 권력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다. 기도는 이데올로기와 심리적인 조작들에 대하여 반기를 드는 것이다. 기도는 오늘날 단순한 환상이요 불가피한 현실로부터의 도피요 결코 오지 않을 세상을 향한 망상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된 혁명적인 행동에 반대하는 것이다. 기도는 경직화된 조직 내부에 융통성을 주는 것이고, 개인주의와 대중사회의 딜레마를 긍정적으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기도는 소비 만능의 환상과 효율성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상쇄시키는 금욕적인 행위이다. 기도는 의미를 상실한 사회를 위해 필요 충분한 유일한 행동이자 실천이다." (183~184쪽)

자크 엘륄은 기도를 하나의 투쟁으로 정의하면서, 이 시대와 세상에 기도가 어떤 의미와 특징을 지니는지 밝힌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이미지

거침없이 달리는 폭주 기관차와 같은 기술의 발전은 선택을 종용한다. 기도할 것인지, 기도하지 않을 것인지. "기도의 필요성이나 유익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하나도 찾을 수 없다. (중략) 사람들은 기도하지 않고 온전하게 살 수 있다. 그것은 이미 입증되었다. (중략) 기도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인지도 증명할 수 없다. 우리가 내세울 어떤 이유도, 증거도 동기도 찾을 수 없다"(115쪽)고 오늘날 상황을 결론짓는 저자는, 기도를 "하나님이 당신의 긍휼함으로 나에게 부여한 계명"이라고 지적하면서 "깨어서 기도하라"(117쪽)는 말씀에서 '기도하는 유일한 이유'를 찾는다.

기도가 불가능해 보이는 시대. 이 시대에 기도해야 할 유일한 이유가 역설적으로 신앙에 있기에, 기도는 투쟁의 긴 여정이자 하나님과 단절된 시대에 종말론적으로 하나님의 개입을 소망하는 끈질긴 씨름일 수 있다.

"기도 속에서 우리는 모든 본능적인 성향에 반해서 순종하고 모든 사실의 개연성에 반해서 소망을 가지는 것이, 우리의 개인적인 사정을 훌쩍 넘어서는 가치를 얻는 길임을 알게 된다. 기도는 종말론적인 행위로서, 생명의 실타래를 엮어 가려고 죽음과 허무에 대항하여 매 순간 영적으로 싸우는 것이다."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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