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신학교육부가 동성애 논란에 맞서기 위해 '목사 고시' 응시 제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지난해 동성애자와 동성애 지지자 신학교 입학 금지를 결의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이 이번에는 '목사 고시 응시 제한'을 추진하고 있다. 동성애로 인한 소모적인 논쟁을 막기 위한다는 취지지만, 동성애자 혐오·배제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예장통합 신학교육부는 6월 1일, 올 가을 열릴 103회 총회에 '동성애자와 동성애 지지자는 목사 고시 응시를 제한한다'는 청원안을 올리기로 했다. 신학교에 이어, 목사 고시 응시 제한이 나오게 된 배경은 올해 5월 장신대 학생들의 무지개 깃발 퍼포먼스와 맞닿아 있다. 

장신대는 "동성애를 옹호하고 가르치는 교직원은 총회에 회부하고 징계 조치해야 한다"는 총회 결의를 근거로 무지개 깃발을 든 학생들을 조사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학생과 동문들은 "총회 결의는 학생들은 해당하지 않는다"며 조사 철회를 요구했다.

예장통합 총회 산하 7개 신학교를 관장하는 신학교육부는, 이번 일은 장신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동성애로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고, 근본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동성애자와 동성애 지지자를 상대로 목사 고시 응시를 제한하면 이 같은 논쟁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학교육부 한 관계자는 6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동성애와 관련한 쓸데없는 논쟁을 하지 말자는 차원에서 청원안을 올렸다. (동성애자와 동성애 지지자에게) 목사 고시를 못 보게 하면, 장신대와 같은 논란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이번 결의는 누군가를 억압하는 게 아니라 각 대학 총장과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총회도 청원안을 허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목사 고시를 제한하기로 했지만, 아직 구체적 실행 방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예장통합 목회자상에 어울리지 않는 동성애자와 동성애 지지자는 목사 고시를 제한한다는 기본 원칙을 세우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논의하기로 했다. 신학교육부 관계자는 "우리의 사명은 신학적 가치와 전통에 따라 사람을 키우는 데 있다. 여기에 맞지 않는 사람은 세속 직업을 갖거나 다른 교단 신학교로 가면 된다"고 말했다.

신학교육부 회의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그럼에도 '동성애는 안 된다'는 여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학교육부 곽재욱 목사는 "동성애를 지지하면 학생들도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이해하게 하는 차원에서 결의했다. 좀 더 연구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동성애에 맞서야 한다는 공감대와 긴박성이 컸다"고 했다.

"동성애 지지 세력, 목사 고시 통해 걸러 내야
성소수자들 위한 목회, 성경적 관점 아냐"

예장통합 동성애대책위원장 고만호 목사는 동성애를 지지하는 신학생은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예장통합 총회는 교단 안에 있는 성소수자와 그 지지자들을 적극 색출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예장통합 소속 교인·신학생·목회자 중 성소수자가 존재하고, 성소수자를 위해 목회하는 목사도 있다. 앞으로 이들 역시 제재할 예정인지 신학교육부에 질문했다. 신학교육부는 신학과 관련한 이야기만 해 줄 수 있다면서 총회 동성애대책위원회(고만호 위원장)에 물어보라고 했다.

동성애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만호 목사(여수은파교회)는 지난해 총회에서 반동성애 불을 지핀 장본인이다. 동성애자와 동성애 지지자를 제재하는 총회 헌법 문구까지 만들었다.

고만호 목사는 "(성소수자와 성소수자를 위해 목회하는 이들을) 현재로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동성애를 지지하는 신학생들을 상대로 강력한 제재를 펼쳐야 한다고 했다. 고 목사는 "동성애 옹호 성명에 서명한다거나 무지개 옷을 입으면 해당 학교가 관리에 들어갈 것이다. 동성애를 지지하는 세력은 교단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목사 고시를 통해 걸러 내야 한다"고 했다.

동성애자가 이단·사이비처럼 교회를 핍박하거나 선교를 방해하지도 않는데 왜 이렇게 반대해야 하느냐고 묻자, 고 목사는 "성경은 동성애를 죄라고 했다. 하나님은 남자와 여자를 창조했다. 제3의 성을 이야기하는 건 성경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창조의 섭리를 뒤엎는 것"이라고 답했다.

성소수자를 위한 목회도 잘못됐다고 했다. 고 목사는 "성소수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품어 주는 목회는 잘못됐다. 성경적 관점이 아니다. 죄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우리 교회에도 동성애자들이 있었는데, 잘못된 걸 알고 끊었다"고 말했다.

예장통합 산하 신학교, 정관‧학칙 개정 추진
총장들 "총회 결의 따를 수밖에 없어"

예장통합뿐만 아니라 보수 개신교는 동성애가 창조질서에 어긋난다고 믿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예장통합 소속 7개 신학교는 지난해 총회 결의에 따라 정관과 학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각 학교 총장들은 동성애자와 동성애 지지자 입학을 제한하는 총회 결의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A 총장은 "신학교가 총회 지시를 어길 수 없다. 정관 변경으로 교육부와 충돌할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총회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 우리 교단 신학교는 다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 총장도 "총회 지시에 따라 정관과 학칙을 개정했다. 우리는 총회와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C 총장도 "법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신학교는 교단의 신앙적, 신학 노선에 맞춰야 한다. 법적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가서 대응하면 될 일이다"고 했다.

동성애가 하나님 창조 원리에 맞지 않지만, 총회의 대응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C 총장은 "동성애는 목회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충분한 논의를 통해 인정할 건 인정하고, 물러설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선언도 해야 한다. 지난해 총회가 성숙한 대화의 문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동성애 문제에 접근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했다.

동성애자와 동성애 지지자를 어떻게 선별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총장들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했다. 만약 하게 된다면 면접 또는 서약서를 통해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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