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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 옆에 성소수자가 있다

[인터뷰] 현직 게이 목사의 신앙고백기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8.06.01  17: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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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동성애'에 있어 한국교회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성적 지향'에 대해 찬반 프레임을 짜 놓고,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반기독교 세력'으로 낙인찍는다. 한국교회에서 "동성애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질문은 어느새 신앙을 검증하는 도구가 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소속 장로회신학대학교(임성빈 총장)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란이 현재진행 중이다. 장신대 학생 8명은 5월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아이다호데이)을 맞아, 성소수자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취지로 무지개 깃발을 들었다. 별도의 퍼포먼스 없이 무지개 색깔의 옷을 입고 깃발을 든 게 전부였지만 후폭풍은 거셌다.

반동성애 진영이 학교에 거세게 항의하고, 학교는 이틀 뒤인 19일 "교칙과 총회 법에 따라 관련 학생들을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2017년 예장통합 102회 총회는 "동성애자나 동성애 옹호자는 교단 소속 7개 신학교에 입학할 수 없다"는 결의안을 통과했기 때문에, 교계 반동성애 운동가들은 학생들이 총회를 무시했다고 주장한다.

장신대를 졸업했거나 현재 재학 중인 성소수자들은 이런 현상을 보며 좌절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사실 나는 동성애자야"라고 커밍아웃하지 않는다고, 장신대에 성소수자가 없는 건 아니다. 장신대를 예로 들어서 그렇지 다른 교단 신학교에도 성소수자 재학생과 졸업생이 있다.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아예 없는 존재처럼 말하면 안 된다.

G 목사는 성소수자 목회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인터뷰를 요청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장신대를 졸업하고 한국교회 주요 교단 중 한 곳에서 목회하고 있는 남성 동성애자 G 목사가 <뉴스앤조이>에 인터뷰를 요청해 왔다. G 목사는 수도권의 한 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한국교회에서 성소수자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 주려는 시도만 해도 이를 색출·징계하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당사자로서 신분 노출을 두려워했다.

그럼에도 그는 먼저 <뉴스앤조이> 문을 두드렸다. G 목사는 아웃팅당할 우려에도, 한국교회에 성소수자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는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용기를 냈다. G 목사는 어떻게 자기 성적 정체성을 받아들였는지부터 한국교회에 바라는점까지 담담히 풀어 놓았다. 서울 망원동에서 G 목사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태어나서 줄곧 남성에게 호감,
스스로 혐오하고 자살 시도
성소수자 목사 존재 알리려 인터뷰"

- 최근 몇 년 동안 한국교회의 성소수자 혐오가 더 심해지는데, 인터뷰에 나서는 게 두렵지 않았나.

혐오로 사람을 낙인찍고 배제하고 당사자를 색출하려는 시도를 보면서 "성소수자는 당신 바로 옆, 가까이에 있다"는 걸 더 알리고 싶었다. 교회는 교회 안에 성소수자가 없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목회자 그룹에서는 더 심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바꿀 수 없는 자신의 성적 지향 때문에 괴로워하는 성소수자 당사자 목사들이 있다. 마치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존재한다.

두려움도 있지만 '잡을 수 있으면 한번 잡아 보라'는 생각도 있다. 만약 내가 인터뷰 당사자로 의심된다 한들 어쩌겠나. 나를 잡아서 고문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 글을 읽는 사람들, 특히 한국교회 리더십이 '이 사람인가, 저 사람인가'라고 상상하면 좋겠다. 성소수자 목사가 목회 현장에서 어떤 물의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성 교인에게 성폭력을 가하는 목사가 훨씬 위해가 되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 온라인·오프라인 어디든지 흔적을 남기면 언제든 색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불안하다'는 말로는 심경을 다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색출돼서 내가 아웃팅되는 것보다 더 두려운 건, 내가 계속 목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나는 목회에 소명이 있는데, 근본적으로 내가 앞으로 목회를 지속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 나는 이 길만 걸어왔고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그 부분이 제일 염려스럽다.

- 본인이 동성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언제부터인가.

사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알았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여성에게 성적으로 끌린 적이 없다. 성적인 것을 자각하기 전부터 남자 어른들이 날 안아 주고 보듬어 주는 걸 좋아했다. 학교에 진학한 뒤로도 여자아이들보다 남자아이들과 노는 걸 선호했다. 중학교 때 이차성징이 나타난 뒤에도, 남자 친구들이 더 좋았다.

- 교회는 언제부터 다녔는지.

그냥 어려서부터 다녔다고만 하자. 이것도 자세히 얘기하면 아웃팅의 빌미가 될 수 있으니까. 내가 어렸을 때는 동성애, 성소수자 같은 용어가 아니라 그냥 '호모'라고 했다. 호모들은 심판받고 유황불에 죽을 죄인이라고 배웠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교육받고 자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두려움을 갖게 된다. 남자를 보면 호감을 느끼는 내가 죄인인 것 같고, 교회에서는 고칠 수 있다고 하니까 고쳐지는 줄 알고 정말 많이 노력했다.

한국교회는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을 있는 그대로 품는 목회자들을 색출 및 징계하고 있다. 지난해 임보라 목사를 이단이라 규정한 8개 교단 이단대책위원회의 입장문.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신앙심이 그리 깊지 않았을 때는 일부러 여자 친구를 사귀었다. 일부러 여성과 잠자리를 갖기도 했다. 신앙이 깊어지면서 그런 방법으로 고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경을 공부하고 성령 집회를 찾아다녔다. 정말 닥치는 대로 다녔다. "하나님이 그게 죄라고 하시는데 제발 나를 고쳐 달라"고 끊임없이 기도했다. 기도를 계속했지만 고침을 받았다는 확신이 안 들더라.

할 수 있는 건 나를 더 채찍질하는 일밖에 없었다. 내가 나를 인정하지 못하니까 오히려 동성애 혐오 발언을 일삼았다. 청년들 모임에서도 동성애자를 저주하고 혐오하는…. 나 스스로를 용납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지금도 분명히 나 같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정말 많이 후회한다.

그렇게 내가 나를 혐오하다가 군에 입대하기 전 '전환 치료'를 시도했다. 남성들이 집단으로 모여 있는 곳에 가는 게 무서웠다. 입대 전 어떻게든 나를 고쳐야겠다고 생각해 전환 치료 사역자를 만났다. 공개 장소에서 만나 성경 공부를 하는 것 외에 특별한 건 없었다. 성경에서 '남색하는 자'가 나오는 구절을 묵상하면서 느끼는 점을 적으라고 했다.

한 7~8번 만난 끝에 "나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하니까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동성애를 전문적으로 치유하는 여성 간사가 있는데, 그 사람과 성관계를 가지면 된다는 말이었다. 내가 여성과 성 경험이 없는 줄 알아 그렇게 말한 줄 알고 사실대로 얘기했더니 더 충격적인 말을 했다. 그 간사는 내가 여성에게 마음을 확 돌릴 정도로 매력적이고 (성관계를) "잘한다"고 했다. 나는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만났는데 돌아온 답이 그런 말이었다. 그것만은 안 되겠다고 하고 더 이상 만나지 않았다. 그때 심정은… 너무 비참했다.

- 하나님을 향한 원망도 있었을 것 같은데.

장신대를 졸업한 게이 신학생이 공개적으로 쓴 글이 있다. 그 분은 과거에 "하나님, 나를 바꿔 주시지 않을 거면 차라리 죽여 주세요"라고 기도했다고 썼다. 내가 정말 많이 한 기도였다. 그래서 굉장히 위험한 짓도 많이 해 봤다. 한 번은 너무 괴로운 마음에 눈을 감고 차들이 쌩쌩 다니는 도로에 뛰어든 적도 있다.

'하나님 내가 눈을 감고도 이 길을 건너면 하나님이 내 모습 있는 그대로 날 사랑하신다는 걸로 알겠다. 하지만 건너가다 차에 치어 죽으면 주님께서 이런 나를 지옥으로 보내시든지 천국으로 보내시든지 알아서 해 주시라.'

차가 너무 많으면 서행하는 자동차에 치어 죽을 확률이 별로 높지 않으니까, 일부러 조금 늦은 밤 차들이 적당히 속력을 낼 수 있는 시간을 골랐다. 눈 감고 출발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어서 눈을 뜨고 건너갔다. 정말 TV에 나오는 것처럼 차들이 끽끽 서고 여기저기서 운전자들의 욕이 터져 나오더라. 그럼에도, 나는 살았다.

- 목회자가 되겠다고 한 것도 자기 혐오와 연관이 있나.

얼마 전, 장신대에서 문제가 발생한 뒤 학교가 관련자들을 징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때 장신대를 졸업했거나 재학 중인 성소수자들이 학교에 쓴 공개편지가 있다. 마치 내가 쓴 글처럼 느껴졌다. 100이면 100 똑같은 마음이다. 나도 어려서부터 신앙생활하면서 교회를 위해 헌신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동시에 내 성적 지향이 그렇게 큰 죄면 나를 어떻게든 바꿔 주시겠지 하는 기대도 있었다. 38년 된 병자도 치료해 주시는 하나님이 내가 목회자의 길을 가겠다는데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가만히 두시겠나 하고 생각했다.

- 본인의 성적 지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건 언제인가.

스스로 인정한 건 2년 정도밖에 안 됐다. 정말 오랜 시간을 돌아왔다. 도저히 나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었던 건… 정말 사랑하고 싶었다. 그 전까지는 짝사랑하거나, 여자 친구들을 사귀어도 그들의 삶을 기만한 셈이었다. 서로에게 거짓 없는 사랑을 하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그 모든 일을 겪고 난 뒤, 계속 기도해도 이성異性에게는 도저히 마음이 안 갔다. 결국 나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제일 먼저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여러 사람을 만났다. 그것과 별개로 혼자 공부도 시작했다. 동성을 사랑하는 게 정말 죄일까 궁금했다. 구약과 신약에서 말하는 '남색하는 자'는 지금 사회에서 '동성애'를 묘사하는 언어와 완전히 다른 모습을 지칭한다는 걸 알게 됐다. 공부하면서 점차 '나도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존재구나'라는 걸 알아 가고 있다.

- 스스로 인정하기 전과 후를 비교해 본다면.

요즘 사랑을 하고 있는데 행복하다. 이전에는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 물을 계속 마시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물 없어도 갈증이 안 난다. 사랑의 힘이 그런 것 같다. 하나님이 나를 정말 사랑하신다는 것을 느꼈던 때가 있는데, 굉장히 행복했던 그 경험을 요즘 다시 느끼고 있다. 스스로를 인정하고, 내가 나를 혐오하지 않아도 되니까 자유롭다. 다만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혐오 발언을 쏟아 낼 때마다 아프고 안타까울 뿐이다.

성소수자를 상징으로 알려진 무지개색, 한국교회에서는 마음 놓고 쓰지 못하는 색이다.

동성애자 오해하는 기독교인들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혐오
"선택 가능했다면 이성애 선택했을 것"

- 한국교회는 "항문 섹스하면 에이즈가 증가한다"며 동성애 반대를 외친다. 정치인들까지 이 공식을 인용할 정도다. 그런 발언을 들으면 당사자로서 어떤 느낌이 드는가.

혐오를 위한 혐오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솔직히 남성 동성애자들 중에도 항문 섹스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10명 중 4명 혹은 그 이상이다. 게이 커뮤니티 안에 있는 사람들은 안다. 남성 동성애자가 무조건 항문 섹스를 할 거라는 상상은 정말 이쪽 상황을 잘 몰라서 그러는 거다. 그들이 굳이 그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려 하지도 않는다는 게 더 화가 난다.

- 반동성애 활동가들은 남성 동성애자들이 모이는 채팅 앱도 문제 삼는다.

'모든' 남성 동성애자가 그런 앱을 사용하고, 매일같이 잠자리 상대를 바꿀 거라는 오해에서 시작한 문제다. 이성애자를 공격하려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이성애자들이 하룻밤 상대를 구하는 채팅 앱들에 비하면 그 숫자가 현저히 적은 건 사실이다. 음란 혹은 음지 문화는 동성애만이 아니라 어느 성적 지향이나 다 존재한다고 보면 좋겠다.

스스로를 인정하기 전까지는 나도 남성 동성애자들을 다 변태 성욕자로 알고 있었다.(웃음) 나도 이전에는 내가 변태 성욕자인 줄 알았다. 남성을 사랑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예를 들면, 호감 가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를 포함해 여러 친구가 같이 놀다가 한 집에서 자는 일이 있지 않나. 나는 그런 것 자체가 정말 힘들었다. 심장은 계속 뛰고 잠은 안 오고. 그러니까 나 스스로 '나는 미친놈인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내가 그 친구에게 "나 널 좋아해"라고 이야기할 수 있고, 그 친구가 "아 그래? 고마워. 하지만 난 아니야"라고 이야기할 정도만 되는 사회였다면, 내가 그렇게까지 날 혐오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에서야 누구를 만나 사랑도 해 보고, 서로 오고 가는 사랑이 뭔지 알고 나니까 나를 좋아하지도 않을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내가 남성을 좋아하는데도 나 스스로 억눌려 있다 보니 더 그랬다. 남성 동성애자는 남성이라면 다 환장하는 줄 알았고, 이 사람 저 사람 다 성적으로 느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 성적 지향을 인정하고 이쪽 사람을 만나고 사랑도 해 보고 하니까 정말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 동성애는 후천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돌이킬 수 있다는 건데.

정말 많이 들은 이야기다. 그런데 적어도 내 경우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여성에게 성적으로 끌려 본 적이 없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였다면 사춘기 때 바꿨을 거다. 이성애와 동성애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면 동성애 스위치는 차단하고 이성애 스위치를 켰을 거다. 나 스스로도 드러내지 못하고 혐오받고 감춰야만 하는 삶을 누가 무엇 때문에 '선택'할까.

본인이 동성애자 아니라는 확신에
동성애자 죄인 만들고 악마화

- 동성애는 성경에서 언급하는 죄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아도 '죄는 죄'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누군가 죽어서 하나님 앞에 섰을 때를 상상해 봤다. "자, 너는 마음 속으로 누군가를 수도 없이 죽이고, 살면서 법도 좀 어기고 했지만, 교회 다니고 예수 믿고 회개했으니까 받아 줄게. 통과."

그 다음에 또 다른 사람이 왔다. "어디 보자, 너도 교회 다니면서 무난한 삶을 살았구나. 그런데 너는 동성애자네? 넌 안 돼." 과연 하나님이 그렇게 하실까. 이성을 강간한 사람은 감옥에서 회개하면 천국에 갈 수 있고, 동성애자는 아무리 평범하게 문제없이 살아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하나님이 안 받아 주실까.

결국 한국교회 시선이 반영된 판단이라는 거다. 동성애는 죄라는 전제하에, "사랑하기 때문에 다시는 죄를 짓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존재를 끊임없이 부정해서, 그 사람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도록 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

그나마 조금 더 전향적인 목사들은, 사람은 누구나 죄인이니까 동성애자에게만 손가락질하지 말라고 한다. 혐오 편에 서 있는 사람들에 비해 굉장히 많이 온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 주장 역시 혐오에 포함한다고 말하고 싶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고, 반대로 그 사람이 같은 사람을 사랑해 주는 기적이 '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시대에서, 하나님의 영감을 받아 사람이 쓴 기록에 나를 비춰 봤을 때 '이건 죄다', '아니다' 하는 기준은 굉장히 모호하다. 예를 들면, 돼지고기 먹는 게 지금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오늘 돼지고기 먹은 사람은 다 죄인이 되는 거다. 간음한 사람의 눈을 뽑지 않으면 온몸이 지옥불에 던져진다고 한다. 그런 건 문자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영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왜 동성애 관련 구절만 문자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하는가. 그 본문에도 번역의 오류 등이 존재하는데.

지난해 반동성애 진영이 국회에서 주최한 '에이즈의 날' 행사. 뉴스앤조이 이은혜

- 본인들이 저지를 가능성이 없는 '죄'이기 때문에, 더 엄격하게 성경 해석의 잣대를 들이미는 것 같다.

목사가 재정 비리를 저지를 수도 있고 성폭력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목사가 여성 교인에게 성폭력을 가하는 건 '남녀 관계'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동성애는 아니다. 본인이 결코 저지를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더 쉽게 공격한다. 불륜은 그럴 수도 있지만 동성애는 가능성이 없으니까 더 공격적이다.

개신교가 '죄다', '죄가 아니다'를 논할 시점은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신 이후로 이미 지났다고 생각한다. 바울조차도 율법은 죄를 알게 할 뿐이고, 용서하고 사랑하고 품고 공존하는 것, 그 누구도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할 때 하나님나라가 온다고 했다.

모두가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하는데도, 구절 하나를 똑 떼어 "그건 죄"라고 논하고 있다. 개신교는 죄를 논하는 곳일까 복음을 논하는 곳일까. 예수님 오셨을 때와 지금 한국 개신교 모습이 너무 똑같다.

- 동성애 혐오도 지지도 아닌 '중립'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아니면 한쪽으로 조금 치우치긴 했어도 딱히 드러내지 않고 방관하는 사람도 많다.

나도 혐오자 입장이었을 때가 있었고 중간자 입장일 때가 있었다. 내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는 한 그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많다. "본인들 생긴대로 그렇게 살라고 해. 다만 내 옆에만 오지 말고, 내 눈에만 띄지 말라고 해"라고 한다.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 없는데, 우리 이야기도 아닌데 뭐하러 그런 얘기를 해"라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그 자리에도 분명히 소수자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달라. 그저 공존을 바라는 소수자들에게 그 말이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주변 사람 중에도 성소수자가 있을 수 있다.

- 교회에서는 동성애자가 내 옆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악마화하고 괴물로 묘사하는 것 같다.

목회자 그룹에서는 동성애자 목사가 없을 거라 확신하고 마음껏 혐오 발언을 쏟아 낸다. 나의 성적 지향을 인정하고 난 뒤, 지인 세 명에게 커밍아웃했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 세 명 중 한 명이 내 이야기를 듣고 나에게 커밍아웃했다는 거다. 교인이었고 애인까지 있는 사람이었다. 평소 행실로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사람이었는데 "사실 나도 그렇다"고 고백하더라.

-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은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목사에게 불이익을 주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있다.

지금도 하루에 수십 번씩 그냥 교단을 떠나는 게 맞는 건지 고민한다. 교단 소속이 아니면 자유로울 수 있지만, 또 이 안에서 전혀 목소리가 없으면 안 되겠구나 생각한다. 교인들 중 분명히 성소수자가 있다. 나는 목회자면서 공부를 계속했기 때문에 '하나님이 나를 버린 게 아니라 이 조직이 나를 버린 것'이라고 판단하지만, 교인들은 '하나님이 나를 버리신 건가'라고 오해하기 쉽다. 그런 면에서 이 혐오는 정말 멈춰야 한다.

- 존재를 부정당한다는 건 누군가가 삶의 끈을 놓게 만들 정도로 위험한 일인 것 같다. 존재 자체로 부정당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여기에 더 공감할 수 있을까.

내 경험으로 봤을 때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것까지는 견딜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내가 저주받은 존재,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인식되니까 삶을 포기하게 되는 것 같다. 성경을 하나님보다 더 위에 놓고 믿는 한국교회에서, 성경을 인용하며 "너는 저주받은 존재"라고 해 버리면 정말 큰 고통을 주는 거다.

혐오 진영에서 동성애자 때문에 출산율이 줄고 있다고 하는데, 정말 성경을 믿는다면 애초에 한두 명으로 시작해 이렇게 생육·번성하게 해 주신 하나님을 믿어야지, 동성애자 때문에 출산율이 준다고? 그렇게 내뱉는 말 때문에 사람이 죽는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자녀 중에도 성소수자가 있을 수 있다. 목회 현장에 있다 보면 기가 막힌 경우가 많다. 어떤 아이는 자기가 동성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괴로워하는데, 그 부모는 교회에서 반동성애 강의를 열어 달라고 부탁한다. 그 아이는 얼마나 존재를 부정당하고 살까. 이렇게 드라마틱한 일이 지금도 일어난다.

G 목사는 한국교회 혐오 때문에 오늘도 죽음을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국교회 향한 화살 바꾸는 데
성소수자 이용 말아야

- 이렇게 인터뷰가 나가고 나면 장신대는 물론 각 교단에서 색출 작업이 시작될 수도 있을 텐데.

동성애 이슈는 한국교회 안에서 너무 큰 화젯거리가 돼 버렸다. 이미 한국교회가 내부 문제를 감추기 위해 외부에 공통된 적을 상정하는 차원에서 성소수자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 문제를 교묘히 덮기 위해 성소수자 문제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 사회에서도 논란이 됐던 명성교회 세습 문제라든지, 목사가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목회 현장에 복귀하는 문제라든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정말 많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명성교회 재판에 쏠린 시선을 분산하려고 학교가 이걸 이용한다는 이야기도 돈다더라. 목회자 성범죄, 재정 비리, 종교인 과세 논란, 정교 유착 등 교회가 사회정의에 반하는 행동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 부분을 덮기 위해 이 인터뷰를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한국교회는 혐오 쪽으로 많이 치우쳤다. "이 정도만 돼도 좋겠다"라고 생각한 지점이 있다면.

한국교회는 성경을 하나님보다 위에 두고 있다. 신학교에서는 그렇게 가르치는 않는다. 일반 교회에서도 자유롭게 성경을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만 돼도 지금 현상은 많이 완화할 것이다. 익명성이 유지되는 곳에는 혐오 발언이 넘치지만,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곳에서는 혐오론자들이 위축된다. 이것이 한국 사회 현실이고 한국교회가 눈여겨 봐야 할 지점이다. 교회가 왜 이렇게까지 혐오에 몰두하는지 모르겠다. 정신을 좀 차렸으면 좋겠다.

- 어떤 목사가 되고 싶은가.

그 누구도 배척하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보고, 그렇게 하시는 하나님을 전하면서 예수님의 삶을 구현하는 목사가 되고 싶다. 가능하다면 사회적으로 억압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가진 재주가 별로 없어 방법들을 찾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성소수자 당사자 및 지지자 색출 작업, 혐오 발언 등에 괴로워하고 있을 성소수자 목회자들과 교인들이 이 기사를 읽고,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며 같이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면 좋겠다. 얼만큼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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