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선교한국(이대행 상임위원장)이 올해로 30주년을 맞는다. 1988년 '청년 학생 선교 운동'을 모토로 시작한 선교한국은, 2년마다 학생 선교 단체 11개, 해외 파송 선교 단체 25개, 지역 교회 5개를 기반으로 연합 선교 대회를 열어 왔다. 지금까지 수많은 기독 청년에게 선교적 삶을 독려하고 해외 선교지 상황을 소개하며 하나님나라를 향한 비전을 심어 주었다. 올해 8월 6일에는 한국기독학생회(IVF) 주관으로 16회 선교한국 2018 대회가 세종대학교에서 열릴 예정이다.

오늘날 한국 선교계는 전환점에 들어서 있다. 1990년대에는 한국교회 성장기와 맞물려 양적 부흥기를 맞았다. 1979년 100명도 되지 않았던 파송 선교사 수가 1990년대부터 급격히 증가해 2000년대에는 1만 명이 넘었다. 첫 회 참석자가 700여 명이었던 선교한국 대회는 1990년대 중반부터 5000~6000명이 참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해외 파송 선교사 성장세가 둔화했고, 선교한국 대회 참석자 역시 눈에 띄게 감소했다.

'선교'가 사회문제로 거론되기도 했다. 2007년에는 단기 선교를 갔던 한국 기독교인들이 해외 무장 단체에 피랍되는 일이 발생했다. 사람들은 위험 국가로 간 이들을 손가락질했다. 이후 해외 타 종교 시설에서 한국 선교 단체 회원들이 찬양과 기도를 했다가 당국에 제재를 당한 일이 알려질 때마다, '공격적 선교', '무례한 선교'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해외에서 오랫동안 사역한 선교사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발생했다. 언론에서 이런 사실을 보도할 때까지, 선교사를 관리·감독해야 할 선교 단체는 사건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선교 단체가 선교사 동원과 파송에만 주력하고 사후 관리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성을 고민할 때다." 5월 25일, 선교한국 사무실에서 만난 상임위원장 이대행 선교사는 말했다. 1991년부터 선교한국 간사로 활동한 이 선교사는 30년 가까이 40곳이 넘는 선교 단체와 소통해 온 베테랑이다. 1시간 30분 동안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 선교사는 여러 차례 한숨을 내쉬었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선교지 상황도 달라지지만, 한국교회의 선교 인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 대한 답답함이었다.

이 선교사는 한국교회가 펼쳐 온 동원 중심의 선교 운동이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청년들에게 무조건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만 강조하지 말고, 어디서 어떻게 사역할지 함께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송 이후에도 선교사 개인과 사역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돌보는 멘토링 중심의 선교 운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이 선교사와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

이대행 선교사는 해외로 나가는 것만 강조하는 동원 중심의 선교 운동을 비판했다. 그는 선교 단체들이 선교 자원자들에게 '어디로' 나갈지 , '무엇을' 할지 질문을 던지고 함께 해답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선교한국이 올해로 30주년을 맞는다. 한국 선교계가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내부자로서 체감하는 선교계 상황을 소개해 달라.

지금도 많은 선교 단체가 선교 대회를 열어 1990년대와 같은 방식으로 선교 자원자를 동원한다. 거기까지다. 헌신부터 파송과 사역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부분이 미흡하다. 지금 나오는 선교 자원자들은 선교지에서 현지인들을 접촉하고 열심히 관계 쌓으며 복음을 전하면 사역이 잘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막상 가면 이미 현지 선교사 선배들이 곳곳에 진출해 있다. 선배 선교사들과 충분한 교감을 나누면서 사역 영역을 개척하는 일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선배들이 이미 상당수 포진해 있는데도, 신임 선교사들이 전략적으로 사역할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은 단순히 "나가야 한다"고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나가는 게 관건이 아니다. '어디로' 나갈 것인지, '무엇을' 할지가 중요하다. 선교 단체들이 이 질문을 선교 자원들에게 계속 던지며 함께 해답을 마련해야 한다. 신임 선교사를 위한 출구를 정확히 잡아 줘야 한다.

올해는 유독 국내외에서 여러 선교 대회가 열린다. 어떤 단체든지 대회를 열어 선교 자원자를 모집할 수 있다. 오늘날 청년들을 도전하고 연대해야 할 시대임은 분명하다. 선교지 상황을 고려하며 사역 전략을 함께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청년들을 파송한 이후 사역 현장까지 연결해 주는 과정이 미미한 점을 보면, 선교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아쉬움과 책임감을 느낀다.

- 파송 이후에도 선교 단체가 선교사를 책임질 수 있는 방법은 있는가.

선교 단체가 100% 다 책임질 수는 없겠지만, 이전보다 선교사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했으면 좋겠다. 이전에는 선교사를 훈련해 파송하고 나면 관리가 잘 안 됐다. 그러다가 사고가 터지면 뒤늦게 파악하는 식이다. 선교사 혹은 선교 단체를 돕는 곳은 대부분 교회다. 선교 단체가 선교사들을 제대로 관리·감독해야 한다. 이 일은 전문적으로 사역을 위탁받은 선교 단체가 한국교회에 갖고 있는 책무이기도 하다.

동원 중심에서 '멘토링' 중심으로 선교사 육성 구조를 바꿔야 한다. 단순히 선교사 멘탈을 관리하는 일이 아니다. 선교사가 사역지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멘토링의 목적이다. 기존 선교사 육성 과정은 파송 전 1~2년 집중 훈련하면 끝이었다. 이것을 사역 기간 내내 선교사가 선교 단체와 사역지를 오가며 사역을 점검받고 컨설팅을 받는 평생 훈련 구조로 바꿔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선교사 훈련 모델을 시도해야 한다. 왜 20대 청년들이 선교사로 자원하지 않을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돈'이라고 생각한다. 선교사로 나가기 위해서는 수백만 원이 필요하다. 현재 대다수 청년이 학자금 대출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들이 선교에 나서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청년들을 위해 선교 단체와 지역 교회가 펀드를 만들면 어떨까. 현지에서 1~2년 한인 교회나 선교 사역을 경험하면서 어떤 선교사가 될지, 어떤 사역을 펼칠지 구상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럴 만한 재정과 인적 자원이 지금도 한국교회와 선교 단체에 충분히 갖춰져 있다. 다만 시도를 안 할 뿐이다.

이대행 선교사는 지난해 8월 종교개혁 500주년 연합 기도회에서 기도를 맡았다. 그는 성과·물량 경쟁에 치우친 한국 선교계 모습을 회개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선교가 오히려 타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과 갈등을 부추긴 사례도 있다.

공격적 선교는 과거 제국주의 선교와 비슷한 측면을 갖고 있다. 편견과 무지로 선교지 주민들을 열등한 존재로 인식한다. 선교 운동이 자발성 운동이기 때문에 미성숙한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기독교 스펙트럼이 넓어 한계도 있다고 본다. 단체별 리더들 역할이 중요하다. 타 문화권과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지 않도록 구성원들을 올바르게 가르치고 인도해야 한다.

현재 선교 단체 연합 기구가, 몇 년 전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한 단체를 조사하고 있다. 어떤 이는 이들을 한국 선교계에서 아예 내쳐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건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연합 기구가 고도의 전략을 취해서 이들을 건강하게 견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2~3년 신학 교육으로 끝내는 건 도리어 면죄부를 주는 거나 마찬가지다. 긴 로드맵을 가지고 지속적인 점검과 지도가 필요하다.

- 선교한국 2018 대회에서 현재 선교지 이슈를 배우고 미래 사역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준비되어 있나.

선교한국 2018 대회 주제는 'RE'다. '재발견', '재헌신', 재창조'라는 소주제에 따라 대회가 진행한다. 성경에서 선교를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미셔널 바이블', 전 세계 정치·경제·산업 등 각 분야에 어떤 이슈가 있으며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살펴보는 '글로벌 미션 트렌드'와 75개의 선교 주제 강의, 선교지 문화를 체험하고 선교사들이 실제 어떤 모습으로 사역하는지 경험할 수 있는 '다이나믹 배움터' 등을 준비했다.

마지막 날에는 총체적 선교의 미래와 과제를 조망하는 '미래 이슈'라는 순서를 준비했다. 전문가들과 20여 차례 모임을 열어 향후 5년간 한국 선교계가 집중해야 할 중점 사항들을 발표하고 참석자들과 대화하는 시간이다. 공공 이슈(한반도 평화, 다문화, 동성애, 여성 문제 등)에 대해 선교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논의할 계획이다.

선교한국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진리는 변하지 않지만 진리를 담는 그릇은 바뀔 수 있다. 우리가 앞으로 유지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바꿔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선교'의 개념도 바꿀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 선교사는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선교 개념을 소개하며, 인간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모든 영역에서 선교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선교의 개념이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보나.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J. H. Wright)는 <하나님 백성의 선교>(IVP)에서 '총체적 선교'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인간이 삶에서 경험하는 모든 문제를 성격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결해, 모든 피조물에 유익을 끼치는 것이 선교라는 내용이다.

크리스토퍼 라이트는 책에서 15개 항목으로 소개한다. 창조 세계를 돌보는 백성, 하나님의 도를 행하는 백성, 열방에 복이 되는 백성, 공적 광장에서 살아가는 백성 등등. 선교는 우리의 삶과 따로 분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총체적인 삶 자체를 의미한다. 타 문화권 선교를 계속 강조하되, 크리스토퍼 라이트가 말하는 총체적 선교도 앞으로 한국 선교계가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 같다.

한 예로, 우리가 북한 선교를 논할 때 어떤 이는 남북이 통일되면 한국교회가 북한 땅에 십자가를 꽂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실제적으로 필요한 게 교회뿐일까. 의학·농업·과학기술 등을 가장 필요로 할 것이다. 우리가 정말 북한 선교를 준비한다고 한다면, 각 분야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도 선교 아닐까.

총체적 선교는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의 건강한 관계에서 나타난다. 이전에는 교회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오라고 했는데, 이제는 기독교인들이 일상에서 타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에게 들어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예배당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은 인격적인 소양과 전문성을 두루 갖춰야 한다. 그러면서도 타 종교, 타 문화를 존중하며 그들과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선교사를 배출하고 교회를 세우는 일이 아니라, 어떻게 일상에서 저들과 함께 교제하고 소통하며 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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