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인천 한 교회 청년부 담당 K 목사가 '연인 관계'인 여성 청년과 만나는 동시에, 그의 친구인 다른 청년과도 성관계를 맺어 온 사실이 드러났다. K 목사는 성 중독 치료를 받고, 모든 교회 관련 사역을 그만두고 목사직까지 내려놓겠다고 약속하며 각서까지 썼다. 그러나 각서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전계헌 총회장) 교단 내 유력자 아버지 담임목사가 아들 K 목사를 비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2 때 ㅅ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A는 K 목사(당시 전도사)를 만나 연인 관계가 됐다. K 목사와 10살 넘게 차이가 났지만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 믿었다. A는 고3 때부터 지난해까지 약 4년간 연인 관계를 지속했다. A는 K 목사와 결혼까지 염두에 두었지만, 교회에서는 비밀로 했다. 친한 친구들에게조차 교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문제는 지난해 발생했다. A가 교회에 전도한 친구 B가 갑자기 "할 말이 있다"면서 A를 불러냈다. A에 따르면, B는 K 목사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털어놓았다. 기도회가 끝난 후 K 목사가 차량 운행을 하며 집에 데려다줬는데, 화장실을 쓰고 싶다며 집에 따라 들어왔고 덜컥 관계를 맺었다는 것이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B의 다음 이야기였다. 둘의 친구 C도 K 목사와 성관계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어느 날 B가 K 목사와 C의 대화 내용을 우연히 봤는데, C가 "이럴 거면 나랑 왜 잤느냐"는 식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B는 C가 고등학생 때부터 K 목사와 서로 호감을 갖고 만나는 것 아닌가 생각했는데, 문자를 보고 확신이 들어 가장 친한 친구인 A에게 이야기를 털어놓게 됐다고 말했다.

K 목사와 '비밀 연애' 관계였던 A는 친구 B와 C가 K 목사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이때서야 알게 됐다. A·B·C는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그간의 사정을 파악했다. A가 K 목사와 교제하던 기간이, C가 K 목사와 '연인'이라고 생각될 만큼 친하게 지낸 시기와 겹친다는 사실을 알고 세 사람은 분노했다.

셋은 K 목사와 '4자 대면'을 하기로 했다. 2017년 6월 말, 세 사람은 인천 한 카페에서 K 목사를 만났다. 4시간 넘게 대화하면서 A·B·C는 K 목사가 자신들과 성관계를 맺은 때와 장소, 전후 상황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무슨 목적으로 나와 잤느냐", "왜 나한테 가슴 사진 보내 달라고 했느냐" 등을 물으며 K 목사를 추궁했다. 세 사람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K 목사의 따귀를 때리고 울었다.

K 목사는 쩔쩔매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상하게 느끼겠지만 두 명(A와 C)에게 동시에 관심이 있었고 좋아했다. 나도 후회할 부분이 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도 되게 많이 괴로웠고, 물론 내가 잘못했던 거 알고 있다. 제일 중요한 건, 나도 내가 왜 그러는지 내 마음을 모른다. 이상한 충동이 많았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 생각밖에 안 난다"며 변명하기도 했다. 어릴 때 성적 트라우마 때문에 그랬다는 식으로 말했다.

A는 고등학교 때 전도를 받아 교회를 나왔다. B와 C도 A가 전도한 친구들이었다. 그런데 자신과 결혼까지 생각하던 연인 K 목사가 교회 친구 B·C와 성관계를 맺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A는 K 목사 부모인 담임목사 부부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조용히 해결하려 했으나, 담임목사 부부는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담임목사 모습을 보고, 학교 지도 교수 J 목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J 목사는 A의 이야기를 들은 후, 당사자를 대신해 K 목사와 그의 아버지 인천 ㅅ교회 담임목사 앞에 나서 주기로 했다. J 목사는 A와 논의해 각서 초안을 작성한 후 부자 목사를 만났다. K 목사가 목회를 그만두고 더 이상 다른 청년들에게 접근하지 않는다면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K 목사 부자는 작년 11월 30일, J 목사 부부를 서울 한 호텔 식당으로 불러냈다. J 목사는 K 목사 아버지에게, 담임목사로서 또 아버지로서 이 문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권면했다. 아버지 목사는 참담한 심정이라고 하면서도, 각서에 서명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두 시간 넘게 격론이 오간 끝에, 결국 아들 K 목사가 각서에 서명했다.

각서에는 "제자 A와 결혼까지 생각하는 연인 사이였음에도, 동시에 또 다른 제자인 C와 지속적인 성관계를 맺으며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왔음을 인정한다. 목회자로서 자신을 스승으로 따르던 제자의 신뢰를 악용해 하나님 앞에 범죄를 저질렀고, 친구 관계인 제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는 내용이 담겼다.

K 목사는 이에 따라 △성 상담 치료를 받겠다 △목사직을 내려놓겠다 △교회 사역뿐 아니라 찬양 사역 등 모든 사역을 내려놓겠다 △재학 중인 ㅊ대학 석사과정(Th.M)을 포기하겠다 △자매들에게 이후로 일체 개별 접근이나 연락을 취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모두 이행하겠다고 했다. 이를 어길 시 J 목사 부부가 총회·노회·당회 등에 고발하고 언론에 제보해도 심판을 받겠다고 했다.

성 상담 치료 증빙서류 안 보내
교회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부목사'로
B·C도 J 목사 도움 요청

교회를 떠난 A는 더 이상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 했다. K 목사가 각서 내용을 이행할 것이라 생각하고 연락도 두절했다. 그러다 올해 초, K 목사가 목회를 그만두지 않은 것 같다는 소식을 접했다. K 목사가 ㅊ대학교에 나타난 것 같다는 제보도 있었다.

<뉴스앤조이> 확인 결과, K 목사는 각서 내용 중 첫 번째인 "성 상담 치료 후 증빙서류 제출"을 이행하지 않았다. J 목사 측은 K 목사에게 여러 번 증빙서류 제출을 요구했으나, 그때마다 주겠다고만 할 뿐 주지는 않았다고 했다. 인천 ㅅ교회 홈페이지에는 지금까지 K 목사를 부목사로 안내하고 있다.

K 목사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정황은 B와 C의 이야기에서도 유추할 수 있었다. B는 올해 2월, J 목사를 찾아와 도움을 청했다. K 목사와 여전히 관계를 맺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J 목사는 B가 찾아온 날 저녁, C를 불러내 B의 이야기가 사실인지 확인했다고 했다. 두 사람의 증언을 들은 J 목사는, K 목사 부자에게 다시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교회 내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인천 ㅅ교회 한 장로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알렸다. 문제가 있다고 여긴 장로는 부자 목사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장로는 돌연 교회를 떠났다. ㅅ교회에서는 그가 '이단'이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뉴스앤조이>는 5월 25일 교회를 떠났다는 장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그는 이 문제에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다며 취재에 대응하기 싫다면서도, K 목사 부자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식으로 말했다.

B와 C도 J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한 지 2주 만에 갑자기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4자 대면 내용은 꾸며 낸 것이고, 장로와 J 목사 등이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둘은 <뉴스앤조이> 취재에도 응하지 않았다.

K 목사 아버지는 예장합동 유력 목사다. 그는 외부에서 자신을 흔들기 위해 아들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들에게 문제가 없다고 했다. 협박에 못 이겨 각서를 썼지만, 내용은 다 지켰다고 했다.

아버지 목사 "내용, 사실과 달라
각서는 협박하니 어쩔 수 없이 쓴 것"
배후 세력 의심 "나 흔들려 아들 공격"

<뉴스앤조이>는 K 목사 부자에게 5월 11일 연락을 취했다. K 목사는 전화기가 꺼져 있었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읽기만 할 뿐 답장은 없었다. 5월 26일에도 연락을 취했지만 아무런 답이 오지 않았다.

아버지 목사는 5월 12일 당장 만나자고 하다가, 준비할 시간을 달라며 15일에 만나자고 했다. 그 사이 유튜브에 게재돼 있던 K 목사의 2017년 치 설교가 모두 지워졌다.

15일 여의도에서 기자를 만난 아버지 목사는 각서 사항을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성 상담도 받게 했는데, 오히려 상담사가 아들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교회에서는 지난 12월 말로 사직 처리했으며, 현재 K 목사는 무임목사 신분이라고 했다. 지금은 미국에 보낸 상태라고 했다. 아들이 목사직을 내려놓기로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본인이 지금 목회할 마음이 없다.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한다"고만 했다. 석사과정도 등록은 했지만 다니지 못하고 있어 재정적으로도 손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를 제기한 A와 J 목사에게 명예훼손과 모욕, 협박 등의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설령 K 목사가 청년들과 관계를 했다 하더라도, 타인의 성생활 등 비밀을 당사자 동의 없이 퍼트려 수치심을 줬다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결혼했다면 문제가 됐겠지만, 결혼하지도 않은 사이 아닌가. 당사자들이 좋아서 그런 것을 왜 제3자(J 목사)가 나서서 뭐라고 하느냐"고 했다. 그는 성인 간 관계를 외부에서 이렇다 저렇다 하는 건 문제라고 했다.

그는 J 목사가 법적 권한도 없으면서 각서 작성을 강요했다고도 했다. 각서를 요구한 자체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각서는 (J 목사가) 협박해서 쓰라고 한 거다. 언론에 터트린다고 하니까 쓴 거다. 그 사람이 당사자도 아닌데 각서를 쓰라고 할 권한도 없다"고 했다. 그는 교회 안정화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들이 사인을 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들 문제에 대한 화살이 자기에게 향하고 있다며 배후를 의심했다. 자신이 예장합동에서 유력한 목회자이고, 여러 활동을 하다 보니 문제를 삼는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교회를 흔들고 있는 사람은 아들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나를 비난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 중 '이단'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이번 일로 교회에서 부자 목사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생겨, 가족이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대상포진으로 병원에 입원했고, 아들은 탈모가 와서 머리가 다 빠졌다. 아들이 하루는 나에게 '이런 일만 해결해 주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하더라. 아들이 죽을죄 지은 것도 아니고 간통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느냐"고 말했다.

아버지 목사는 기자를 만난 1시간 동안 "억울하다", "이단", "배후"와 같은 말들을 수십 차례 반복하면서, 이런 일로 교회를 흔들거나 하나님 영광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