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화학 업체 A사에 고소당한 최병성 목사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무죄판결을 받은 최 목사가 활짝 웃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제조·화학 업체 A사에 고소당한 환경 운동가 최병성 목사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된 최 목사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혐의를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재판 결과는, A사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주민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A사는 화학물질을 다루는 연구소를 용인의 한 초등학교 앞산에 짓고 있다. 주민들은 환경과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연구소 설립 반대 운동을 수년간 벌여 왔다. 이 지역 주민이기도 한 최병성 목사는 설립 반대 운동에 앞장섰다.

최 목사는 연구소 반대 운동 과정에서 "A사가 유해 물질 배출량을 1/10로 줄여 보고했다", "A사의 로비로 방송 보도가 지연·축소됐다", "공사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하고 글을 썼다. A사는 최 목사가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고, 주민을 선동해 공사를 방해했다며 고소했다.

법원은 A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원지방법원 형사단독 11부(김도요 판사)는 5월 24일 선고 공판에서, 최병성 목사에게 제기된 공소사실 4건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최 목사는 전략 환경 영향 평가서와 전문가의 소견을 바탕으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명예훼손이 성립되기 어렵다"고 했다.

로비로 A사와 관련한 방송 보도가 지연·축소됐다는 최 목사 주장에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법원은 "'로비'라는 단어가 부정적이지만, 금품·이익뿐만 아니라 '부탁'의 개념도 포함하고 있다. 최 목사가 (이 문제와 관련한) 전후 상황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명예훼손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했다.

업무방해 혐의도 인정되지 않았다. 최 목사가 강연과 페이스북을 통해 공사를 막자고 한 적은 있지만, 집회·시위·표현의자유를 넘어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은 주민들의 연구소 건립 반대 운동도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법원은 오히려 A사를 질책하기도 했다.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공사를 진행했다고 했다. 상당수 주민이 연구소 건립을 반대해 왔는데도 민주주의적, 절차적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고 했다. 법원은 "주민들은 환경과 안전권을 위해 집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20분 넘게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던 판사가 최병성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조용하던 법정이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로 채워졌다. 이날 최 목사의 선고 공판을 지켜보기 위해 참석한 주민 40여 명은 마치 자신이 무죄를 선고받은 것처럼 환호하며 기뻐했다. 소리 내어 우는 사람도 있었다.

무죄를 선고받은 최병성 목사는 판사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최 목사도 북받친 듯 눈시울이 붉어졌다. 재판정을 빠져나온 최 목사는 주민들을 끌어안았다. 최 목사의 재판을 지켜보기 위해 서울에서 달려온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대표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무죄를 선고받은 최 목사는 지역 주민 40여 명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뉴스앤조이 이용필

최병성 목사 "법원 판결에 감사,
연구소 건립 백지화할 것"

수원지방법원 형사법정동 앞은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최병성 목사와 주민들은 무죄 선고를 자축했다.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린 최 목사는 "이야 기분 좋다"고 외쳤다. 주민들도 기뻐하며 박수를 쳤다.

최 목사는 주민들을 향해 "비록 연구소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아 달라. 백지화할 것이다. 함께해 준 여러분께 감사하다. 2년 4개월간 무료로 변론해 준 오재욱 변호사님(CLF)께도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공소사실 4건 전부를 무죄받기가 쉽지 않다. 판사님의 정의로운 판결에 경의를 표한다"며 기뻐했다. 주민들은 "정말 드라마 같은 판결이었다", "목사님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다 포기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병성 목사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자신에게 5년형을 구형한 검사에게 일침을 가했다. 최 목사는 "초등학교 앞산에 화학물질을 배출하는 연구소를 짓는다는 게 정상적인 사고로 가능한가. 그걸 비판했다고, 징역 5년형을 구형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했다.

최 목사는 "검찰은 몰라도 법원은 살아 있다고 했다. 훌륭한 판결을 내려 준 판사와 탄원서를 써 준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최병성 목사 무죄 탄원서에는 이재정·조희연·장희국 교육감을 포함 시민 1만 명이 동참했다.

최 목사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했다. 주민들과 A사가 벌이는 소송만 14건이나 된다고 했다. 최 목사는 "제일 중요한 A사 연구소 건축 취소에 관한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주민들과 힘을 합쳐 막아 낼 것"이라고 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대표(사진 오른쪽)도 이날 재판을 지켜봤다. 최 목사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기독법률가회 오재욱 변호사는 2년 4개월간 최 목사를 무료로 변론해 줬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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