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안희묵 총회장) 소속 침례신학대학교(침신대) 총장과 이사장 자리가 또다시 공석이 됐다. 5월 11일, 대전지방법원은 조현철 이사장직무대행과 도한호 총장직무대행이 직무를 수행해서는 안 된다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행정 결재권자가 모두 공석이 되면서 침신대는 학사 마비 상태가 됐다.

법원은 2018년 1월 열린 이사회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침신대는 2008년 이래로 한 번도 이사 정원 11명을 다 채운 적 없이 의사정족수 6명만 겨우 채워 왔다. 이사회가 양분하면서 서로 반대편 이사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행을 거듭하다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이사 임기가 만료됐다. 1월 29일, 침신대 이사회는 '긴급처리권'을 사용해 임기 만료 역순으로 5명을 선정해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사회는 후임 이사를 선정했고 이사장직무대행과 총장직무대행을 뽑았다.

전 이사장 윤양수 목사는 이 이사회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가장 최근 임기가 만료된 자신이 빠지는 등 긴급처리권자 선정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주장을 상당 부분 인정했다. 이사회 개최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봤다. 다만 1월 29일 이사회에서 선임된 이사 10명은 법원 소송 중 자의적으로 전원 사표를 내, 이사 선임 무효에 대한 부분은 각하했다.

법원이 침신대 이사장직무대행과 총장직무대행의 직무를 정지했다. 또다시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내부에서는 "차라리 임시이사 파송해 달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가처분을 제기해 승소한 윤양수 목사는 기침 총회와 2년째 싸우고 있다. 그는 2016년 6월 제129차 이사회에서 이사장에 올랐으나, 곧바로 자신의 이사장 선출 등을 다룬 이사회가 소집 일자 통보 기한을 지키지 않는 등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 가처분에서 지위를 상실했다. 본안 1심과 2심에서도 모두 패했다. 기침 총회는 판세가 기울었으니 대법원에 상고하지 말고 절충점을 찾자며 합의를 제안했으나, 윤양수 목사는 상고했고 대법원에서도 패소했다.

기침 총회는 합의를 수락하지 않은 윤 목사를 징계했다. 침례회는 5월 14일 강원도 평창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윤양수 목사를 대의원에서 제명했다. 안희묵 총회장은 2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모든 절차를 밟아 윤 목사를 제명했다. 이제 침례교 목사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단이 윤 목사를 제명한 데는, 그간 그가 교단과 대립각을 세우며 소송전을 벌인 이유도 있지만, 앞으로 진행될 소송에서 '교단 목사'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각하를 이끌어 내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목사가 대법원 패소 이후에도 새로운 소송들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침신대는 1심에서 패소한 직무 집행 정지 가처분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침 총회는 지리한 소송전이 벌어질 바에야 "차라리 교육부가 임시이사를 파송해 달라"는 입장이다. 안희묵 총회장은, 윤양수 목사와 수차례 대화하고 이사 중 6명을 선임할 수 있도록 협상안까지 제시했지만, 윤 목사가 일방적으로 안을 다 깨뜨렸다고 말했다. "그 사람은 녹취록, 메시지 등이 있는데도 (깨뜨린 적 없다고) 발뺌한다. 이럴 거면 교육부에서 임시이사를 파송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윤양수 목사는 임시이사 파송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윤 목사는 5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총회가 임시이사를 요구할 이유가 뭐냐. 관선이사 요구하는 것은 학교를 구렁텅이에 빠뜨리자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총회가 자신을 징계한 데 대해 "대전 지역 변호사들이 '대법원에 상고했다고 징계하는 게 어딨느냐'고 웃는다. 소송하는 것까지 문제 삼으면서 인권을 빼앗으려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목사는 법원이 가처분 결정에서 자신을 포함한 5명의 긴급처리권을 인정한 만큼, 이들로 이사회를 열고 후임 이사들을 뽑아 학교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침신대에 후임 이사를 뽑지 않으면 청문 절차 등 임시이사 파송 절차에 들어간다고 계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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