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영국 감리교회는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가 무엇인지 교단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교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성소수자(LGBTQ) 혐오 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현재 영국 감리교회는 게이·레즈비언·트랜스젠더·바이섹슈얼 모두 목회자가 되거나, 교인이 될 수 있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성소수자(LGBTQ)를 있는 그대로 포용하고 환대하는 해외 교단 대표들이 모여 각 나라 교회 상황을 소개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김영주 원장)·한국YMCA는 5월 17~18일, '함께하는 여정: 포용과 환대의 공동체를 향하여'라는 주제로 서울에서 성소수자 목회 가능성을 논의하는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국제회의에는 미국·캐나다·영국·독일·일본·타이완·필리핀·뉴질랜드에서 활동하는 '성소수자' 목회자들과 지지자 10여 명이 참석했다. 성소수자 이슈에 관심이 많은 한국교회 목회자들도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참석자들은 '환대하는 공동체의 가능성'을 놓고 장시간 토론을 이어 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한국YMCA는 5월 17~18일 이틀간 세계 교단을 대표해 온 이들과 함께 성소수자를 포용하고 환대하는 교회의 가능성을 논의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치열한 논쟁 거쳐 성소수자 '포용'
영국 감리교회, 동성애자 사역 참여 인정
"독일개신교회연합 교회들,
성소수자에게 우호적"

한국교회와 달리 해외에는 성소수자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환대하는 교회 공동체가 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치열한 논쟁을 거쳤다. 일부 교단에서는 지금도 한창 논쟁 중이다. 사회가 점차 성소수자를 포용하고, 이들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자 교회 역시 이들을 환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영국 감리교회 마크 롤랜드(Mark Rowland) 목사는, 영국 감리교회가 1993년 발표한 결의안을 소개했다. 이 결의안에는 "결혼 전과 후, 성의 순결성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전통적 가르침과 함께 "동성애자가 교회 사역에 참여하는 것을 인정하고 환대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영국 감리교회는 계속해서 성소수자 이슈를 연구하고 있다. 영국 사회가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면서 교회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하는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롤랜드 목사는 "이 이슈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감리교인으로서 (성소수자들과) 함께 살고자 노력한다. 배척하지 않고, 환대해 주는 '안전한 교회'가 필요하다"고 했다.

독일 개신교회는 50년 전만 해도 한국교회처럼 성소수자를 낙인찍고 배척했다. 당시 독일 교회는 동성애에 대해 병적이고 비정상적이라고 소개하는 문건을 발행했다. 하지만 독일 사회에서 성소수자 이슈가 대두하자 교회 역시 어떻게 그들과 상생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이 과정에서 교단이 특정 그룹을 배제하거나 지지하는 입장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에서, 독일 여러 지역에 독립적인 성소수자 공동체가 생겨나기도 했다.

영국 감리교회 마크 롤랜드 목사(오른쪽)는 "현재 영국 감리교회에는 성적 지향과 상관없이 누구나 목회자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현재 독일 개신교회는 성소수자와 교회가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성소수자를 포용하고 환대한다고 해서 모든 논의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카스텐 코에버(Carsten Körber)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독일개신교회연합(EKD) 소속 대부분 교회는 LGBTQ에 우호적이다. 그렇지만 지역 교회 내에서는 동성애를 둘러싸고 감정적인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뷔르템베르크 지역에서는 동성 결혼 축복식을 이행하는지 여부가 간발의 차로 부결됐다. LGBTQ 이슈와 관련한 여러 입장을 합리적이고 분별력 있게 정리해 외부에 알리는 것이 교회의 큰 고민거리다."

마이클 블레어(Michael Blair) 목사는 캐나다연합교회(United Church of Canada)가 성소수자를 환대하는 교단으로 거듭나기까지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정의와 평화를 부르짖는 세계 교회가 유독 성소수자 문제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며 "성소수자들에게만은 정의와 평화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고 말했다.

세계 에큐메니컬 교회,
한국의 '성소수자 환대' 협력 다짐 
교회협 "성소수자 이슈, 계속 논의해야"

교회협은 5월 18일, 국제회의 폐막과 함께 '코뮤니케'를 발표했다. '삶을 선택하기: 환대하는 공동체 만들기'라는 제목의 코뮤니케에는 세계 에큐메니컬 교회가 한국교회 성소수자 환대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참석자들은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를 막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 지지하기 △2020년까지 성소수자 환대하는 파트너 교회 방문 및 성소수자 목회 지침안 만들기 △교회 내 차별받는 성소수자들을 위한 안전한, 치유의 공간 마련하기를 꼽았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은 성소수자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그러나 성소수자 이슈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일부 교단은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목회자를 '이단'으로 낙인찍기도 했다.

교회협은 성소수자 이슈를 찬반 논리로 접근하기 전에, 우리 곁에 존재하는 '성소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한국교회가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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