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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대, 성소수자 위해 '무지개' 깃발 든 학생들 조사

학교 측 "교칙, 총회 법 위반"…학생들 "성소수자와 '함께 살자'는 취지"

이용필 기자   기사승인 2018.05.21  14: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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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기념사진을 찍은 장신대 학생들. 사진 제공 암하아레츠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장신대학교(임성빈 총장) 도시빈민선교회 '암하아레츠'를 중심으로 한 학생 8명은 5월 17일 채플이 끝난 뒤 강단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두 학생은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들었고, 그 뒤로 빨강·주황·노랑·초록·파랑·남색 상의를 입은 나머지 학생들이 밝은 표정을 지은 채 촬영에 임했다.

이들은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아이다호데이)을 맞아 무지개색 옷을 입고, 깃발을 들었다. 앞서 채플 시간에는 별도의 퍼포먼스 없이 조용히 임했다. 우리 안에 존재할지도 모를 성소수자를 위해 기획한 작은 실천은 후폭풍을 몰고 왔다.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개인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외부로도 이 사실이 알려졌다. 반동성애 진영에서는 장신대 측에 거세게 항의했다. '동성애 반대' 입장을 표명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총회와 반대되는 학생들을 왜 제지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장신대 측은 이틀 뒤인 5월 19일 입장을 발표했다. '동성애에 대한 의사 표현과 관련한 총회 및 학교 교칙 위반의 건' 제목의 공지 사항에는 "동성애 상징 무지개색 옷을 맞춰 입고, 깃발을 들고 사진을 찍은 행위와 더 나아가 그 사진을 SNS상에 올려 퍼트린 행위에 대해 교칙과 총회 법에 따라 관련 학생들을 불러 조사를 시작했다"고 나와 있다.

이어 "사전에 지도교수와 보직교수들이 계속 지도했음에도 이런 일을 행한 학생들에 대해 안타까운 유감을 표한다"며 사과했다. 학교와 교계에 매우 중차대한 문제라며 "정확한 조사와 신속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공지 사항을 확인한 해당 학생들은 어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학생은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 안에도 있을지도 모를 성소수자를 위해서, '함께 살자'는 취지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것뿐이다. 우리는 교칙을 어기지도, 총회 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 학교 측의 일방적인 공지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실제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공지 사항을 발표한 교수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장신대 대학교학처장 양금희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남의 학교 일에 왜 이리 관심이 많은가. 일반적이고 공적인 차원의 (취재를) 열심히 하라. 나는 이 문제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신학대학원장 홍인종 교수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앞서 장신대는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세미나를 무산시킨 바 있다. 지난해 10월 암하아레츠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성소수자들을 위해 목회하는 목회자를 초청해 기념 강연을 하려 했지만, 이를 하지 못하게 막았다. 

반동성애 진영이 주최하는 세미나는 허용했다. 5월 10일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염안섭 원장(수동연세요양병원)이 '인권의 가면 뒤에 숨은 동성애'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장신대 측은, 암하아레츠 학생들이 교칙과 총회 법을 어겼다며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장신대 홈페이지 갈무리

암하아레츠 학생들은 이번 일과 관련해 학교 측 조사가 부당하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학생들은 "총회 헌법에는 동성애에 관련한 신학대학 학생 징계 규정이 없다",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양심의자유, 표현의자유에 따른 것이다. 이를 억압하는 것은 횡포이자, 폭력이다"고 지적했다.

또 "예장통합 총회 입장은 '동성애자를 혐오 배척의 대상이 아닌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천부적 존엄성을 지닌 존재'임을 고백하고 있다. '성소수자 혐오에 반대한다'는 우리의 표현은 총회 입장에 결코 배치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장로회신학대학교 '동성애에 대한 의사 표현과 관련한 총회 및 학교 규칙 위반의 건'에 관한 우리의 입장

장로회신학대학교는 5월 19일, 공지 사항에 '동성애에 대한 의사 표현과 관련한 총회 및 학교규칙 위반의 건'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는 5월 17일, 무지개 색 옷을 맞춰 입고, 깃발을 들고 사진을 찍은 행위를 공식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우리는 학교 측의 조사 발표에 관해 다음의 입장을 표한다.

존재하지 않는 법을 위반할 수는 없다.

총회 헌법의 경우 [정치] 제26조 '동성애자 및 동성애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자는 성경의 가르침에 위배되며 동성애자 및 동성애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자는 교회의 직원 및 신학대학교 교수, 교직원이 될 수 없다.' 총회 헌법에 동성애 관련한 신학대학 학생 징계 규정은 없다. 이 법의 대상은 교회의 직원 및 신학대학교 교직원이지 학생은 아니다. 또한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칙에도 동성애에 관한 의사 표현과 관련한 규칙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우리의 행위에 "총회 및 학교 규칙 위반"이라는 혐의를 씌우고 조사를 시작한다고 말하고 있다. 존재하지 않는 법을 어떻게 위반한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또한 증명하지 못한다면 당장 공지를 철회하여야 한다.

우리에겐 양심의자유와 표현의자유가 있다.

5월 17일 무지개 색 옷을 맞춰 입고 채플을 드린 것은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기념하며, 그 뜻에 함께하겠다는 표현이었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이 정한 바 양심의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따른 것이다. 성소수자 혐오를 반대하는 것도 자유이며, 성소수자 혐오 반대를 표현하는 것도 죄가 되지 않는다.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우리의 양심(사상)에 대한 탄압이며, 표현의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다. 이는 권력을 이용한 횡포이자 폭력이다.

조사라는 명목의 탄압을 멈춰라.

동성애에 관한 총회의 입장은 "동성애자를 혐오 배척의 대상이 아닌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천부적 존엄성을 지닌 존재임을 고백한다"는 것이다. 성소수자 혐오에 반대한다는 우리의 표현은 총회의 입장에 결코 배치되지 않는다. 하물며 총회의 입장에 배치되는 생각을 말하였다고 해도 우리의 생각을 표현한 것을 빌미로 처벌 운운하는 것은 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므로 용인되어선 안 될 일이다. 조사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탄압을 멈추길 바란다.

우리가 옷을 맞춰 입고, 함께 예배드리고, 사진을 찍은 것은 작은 용기였다. 상처받고 교회를 떠난 이들에게 내미는 소심한 용기. 상처가 두려워 교회 밖에 머물러 있는 이들에게 내민 소심한 용기. 우리의 무지개는 '동성애 옹호'의 상징이 아닌, 우리 공동체 내에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사과와 위로, 화해와 평화의 무지개였다. 우리가 무지개 깃발을 든 것은 혐오와 배제로 성소수자들을 교회 밖으로 내몰고 있는 이들이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차별 없는 사랑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는 이러한 우리의 노력에 대해 존재하지 않는 법을 '위반'했다고 말하며 우리의 입을 막으려 하였다. 이는 결국 혐오의 발로에 불과하며, 이를 막아내는 힘은 사랑에서 비롯될 것이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차별 없는 사랑으로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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