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나오는 음란물을 억지로 찾아보고 애타게 기도하고 전환 치료도 시도해 봤습니다.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은밀히 게이 생활 할 때, 주위에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게이가 더 많았습니다. 그들에게는 죄책감이 필요 없었습니다. '쓸데없는 고민하지 마. 하나님 같은 건 없어.' 그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저도 하나님을 믿지 않았더라면…."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로뎀나무그늘교회에 다니는 존중 씨가 다소 격앙된 어조로 이야기를 나눴다. 존중 씨는, 물리적·신앙적 수단을 동원해서 성소수자를 이성애자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전환 치료'를 강요당한 바 있다. 존중 씨처럼 기독교인이면서 동성애자인 사람들은 신앙이라는 명목으로 받는 각종 전환 치료에 쉽게 노출된다.

뉴미디어 '닷페이스(.face)'는 4월 한 달간 '구원자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전환 치료 피해자들을 인터뷰했다. 성소수자들이 정체성의 강제 전환을 요구받으면서 겪은 피해 사례가 담겼다. 원치 않는 폭력에 노출된 성소수자들 중에는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있었고, 자신의 성기를 자해한 사람도 있었다.

닷페이스는 프로젝트에 이어 전환 치료 피해자들 목소리를 듣고 함께 기도하는 '정체성 강제 전환 시도 근절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무지개예수·전환치료근절운동네트워크와 함께 계획한 기도회는 5월 17일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열렸다. 비가 거세게 내리는 날씨에도 100명이 넘는 사람이 참석했다.

전환 치료 시도 근절을 위한 기도회가 5월 17일 명동 향린교회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고요하고 엄숙한 분위기 가운데 기도회가 시작했다. 존중 씨가 마이크를 잡고 발언했다. 전환 치료 중 "너는 비정상이야. 남자와 남자가 섹스하는 비정상. 어떻게 정상일 수 있냐. 부모님·하나님이 너 싫어해. 너 세상 살기 힘들어. 너는 반드시 바뀌어야 해. 네 안에는 사탄이 들어 있어"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너무 수치스럽고 모욕적이었다. 사랑의 가면을 쓴 괴롭힘이었다. 어찌 그렇게 고통스럽게 괴롭힐 수 있나. 어떻게 하나님의 이름으로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이건 강압이고 폭력"이라고 말했다.

존중 씨는 흑인과 여자는 사람 취급받지 못한 과거를 오늘날 사람들이 우습고 어이없이 보는 것처럼, 미래에도 성소수자들에게 전환 치료를 시도했던 오늘날 모습을 어이없어할 것이라고 했다.

로뎀나무그늘교회 교인 존중 씨는 전환 치료 피해자다. 그는 '치료'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을 언급했다. 그는 기독교인이면서 동성애자로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어, 닷페이스 프로젝트 인터뷰에 출연한 지우 씨(대학생)가 나섰다. 그는 엄마와 함께 이요나 목사(갈보리채플)를 만나고 돌아오던 날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던 엄마와 그 모습을 바라보는 지우 씨, 모두가 괴로운 상황에서 이요나 목사에게 상담을 받았다. 그러나 지우 씨는 고민 끝에 이 목사가 추천한 교육과정을 거절했다.

집에 돌아오던 길, 엄마는 한복판에서 비명을 질렀다고 했다. 변화를 갈망하는 엄마를 무시할 수 없어, 교회 멘토와 함께 매주 1회 성경 공부를 시작했다. "성경 공부를 시작하면서 특정 구절을 읽게 했다. 창세기 1장 27절 '하나님 형상대로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레위기 18장 27절 '남자와 동침하지 말라 이는 가증한 일이니라' 이외에도 많은 구절을 보여 주며 내가 어떤 죄를 짓고 있는지 상기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 카톡을 차단했다."

지우 씨는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정죄하는 행위를 널리 알리고 싶어 닷페이스 인터뷰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 나서서 말하지 않으면 피해자는 계속 나올 것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싶다. 전환 치료를 경험한 사람일수록 우울증에 걸리거나 극단적 선택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왜 소중한 생명이 사라져 가야 하나. 우리는 있는 그대로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매년 5월 17일은 세계보건기구가 동성애를 질병 항목에서 삭제한 날을 기념하는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다. 이종걸 씨는 "여전히 성소수자들 중에는 자책하고 나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강요받은 전환 치료 피해자들을 기억해 달라"고 기도했다. 성소수자 부모인 라라 씨는 "우리가 나아갈 이 길에 홍해의 기적과 같은 물길을 열어 주시면 좋겠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동성결혼이 합법화하고, 트랜지션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면 좋겠다"고 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이들은 성찬을 나누며 '사랑의 나눔 있는 곳에 하나님께서 계시도다'를 불렀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와 자캐오 신부(길찾는교회)의 집례로 성찬이 진행됐다. 두 사람은 가끔 목이 메어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참석자들은 "우리는 서로 다르나 한 빵과 잔을 나누며, 서로를 통한 희망과 사랑에 참여한다"며 식탁을 나눴다.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일어나 손을 잡고 '사랑이 이기네'를 부르고 기도회를 마쳤다.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동등하며 독특합니다. 우리가 신을 믿든 안 믿든, 때로 부르는 신의 이름이 달라도 우리는 따로 또 같이 함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성소수자와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모든 혐오와 차별, 배제에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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