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 총무 조원희 목사가 강제추행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현직 교단 총무가 총회에서 함께 일한 여직원 두 명을 강제 추행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5월 16일,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안희묵 총회장) 총무 조원희 목사(57)에게 벌금 500만 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조 목사는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조 목사의 성추행 의혹은 2017년 4월 제기됐다. 그는 혐의를 부인한 채 지금까지 교단 총무직을 계속 수행해 왔다. 반면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한 전 직원들은 지난해 12월, 반강제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뉴스앤조이>는 피해자 A·B와 조원희 목사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입사와 함께 성추행 지속
목덜미·어깨·엉덩이 만져
'갑을 관계'라서 항의 못 해"

A(35)는 2015년, 기침 총회 비서로 입사했다. 그는 입사와 동시에 추행이 시작됐다고 했다. 총무 조원희 목사가 대화할 때 스스럼없이 A의 목덜미와 어깨, 엉덩이 등을 만졌다고 했다.

A는 총회 직원이자 같은 교회에 출석 중인 간사 B(35)에게 "(총무가) 원래 저렇게 잘 터치하느냐. 기분이 나쁘다"고 털어놓았다. 2011년부터 근무해 온 B는 "나도 한 달에 한두 번은 당했다. 수시로 목덜미와 어깨를 주무르고, 허리를 두 손으로 잡을 때도 있었다. (총무가) '뱃살이 쪘느냐'면서 배를 찌른 적도 있다"고 말했다.

A는 조 목사에게 6차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추행당할 때마다 기분이 나빴지만, 갑을 관계에 있다 보니 항의조차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참고 지내던 A는 지난해 2월, 총회 회관 엘리베이터 사건을 계기로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A가 엘리베이터 벽면에 공보물을 붙이고 있었는데, 조 목사가 A의 엉덩이를 발로 찬 것이다. A는 상당한 수치심을 느꼈다.

A와 B는 자신들을 채용했던, 기침 총무와 총회장을 역임한 유영식 목사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이들은 "현 총회 관계자 대부분은 조원희 총무 편이다. 유영식 목사 말고 이야기할 데가 없었다"고 했다.

유영식 목사는 피해자들과 의논해 조원희 목사를 고발했다. A와 B는 피해 사실을 적어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조 목사가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간사들을 강제 추행했다고 보고, 지난해 9월 조 목사에게 벌금 300만 원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직권으로 조 목사를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올해 1월부터 공판이 진행돼 왔다. 피해자들은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조원희 목사 "여직원들 딸같이 생각
의도적으로 만진 적 없어
유영식 목사가 정치적으로 이용"

총무 조원희 목사는 성추행을 저지른 적이 없으며 전 직원들과 유영식 목사가 정치적 목적으로 자신을 음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목사는 여직원들을 딸같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의하에 어깨를 지압해 준 적 있다. 그런데 직원의 엉덩이를 만졌다? 말이 안 된다. (사무실이) 좁아서 직원들이 다 본다. 지나가면서 (신체적) 터치가 됐을지 몰라도 (의도적으로) 만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사건에 대해서는 "어처구니가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조 목사는 "고발장에 (A의) 항문과 음부를 (발로) 세게 찼다고 썼던데, 그 말대로 내 발에 맞았다면 쓰러졌을 것이다. CCTV 영상을 보면 (A는) 충격 받은 표정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조원희 목사는 모든 일의 배후에 유영식 목사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반대하는 유 목사가 피해자들을 이용해 고발까지 진행했다는 것이다. 조 목사는 "이건 기획이다. 유영식 목사가 건수를 하나 물어 나를 몰아내려고 한다. 유영식은 우리 교단에서 편집증·집착증 환자로 불린다. 피해자 진술서도 당사자들이 아닌 (유 목사가) 쓴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조원희 목사는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전 직원들은 조 목사의 주장에 반박했다. 오히려 조 목사가 교단 정치를 빌미로 성추행 사건을 빠져나가려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도 자신들의 의지로 직접 작성했다고 말했다.

유영식 목사는 선한 의지를 가지고 이번 일에 개입했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피해 입은 두 사람은 내가 총무와 총회장으로 있을 때 직원으로 채용했다. 내가 뽑은 직원들이 그런 일을 당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조 목사를 몰아낸다고 해서 나에게 득 되는 일도 없다. 정치적 이유로 고발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1차 피해 버금가는 2차 피해 토로
"총회장 면담까지 했지만 달라진 것 없어 
외려 사직서·탄원서 쓰라 압박"

유영식 목사가 조원희 목사를 검찰에 고발한 후 교단 총회는 대응에 나섰다. 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 조사에 나섰다. A와 B는 지난해 11월, 세 차례에 걸쳐 안희묵 총회장과 면담도 진행했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었다. 이들은 결국 12월 총회를 사직했다.

기자를 만난 A와 B는 총회의 대처에서 2차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총회 태도는 미온적이었고 총무를 감싸는 분위기가 강했다. 오히려 안희묵 총회장이 우리에게 사직서와 조 목사를 위한 탄원서를 쓰라고 압박했다. 더는 버티기 어려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토로했다.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람들은 직장에서 나가고 가해자는 남았다. 조사위원회까지 만든 총회는 사건을 어떻게 처리한 것일까. 다음 기사에서 기침 총회의 사건 처리 과정과 그 가운데서 일어났던 2차 피해를 살펴본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