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이 재판국장 선출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 무효 소송이 수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소송을 진행해야 할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총회 재판국은 때아닌 신임 재판국장 선임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은 5월 1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 총회 회관에서 김하나 목사 청빙 소송과 관련한 4번째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정작 재판국장 선출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재판국장 이만규 목사는 총회 임원회가 두 차례 사임서를 반려했는데도, 이날 회의에 참석해 사임 의사를 다시 밝혔다. 국원들은 새 재판국장을 뽑는 절차에 들어갔다.

재판국장 선출은 무기명투표로 진행됐다. 투표 결과 조원회 목사(소상장로교회)가 총 15표 중 8표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일부 재판국원은 국장 선출 절차가 잘못됐다며 거세게 항의하며 퇴장했다. 결국 총회 재판국은 국장 선출을 확정하지 못한 채 2시간 30분 만에 폐회했다.

재판국원들은 조용히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만규 목사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하나 목사 청빙 건은 논의하지 못했다. 정회가 아니라 폐회했다"고 말했다.

한 재판국원은 기자와의 만남에서 "재판국장 선출 과정에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국원들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중간에 몇몇 국원이 퇴장하는 바람에 김하나 목사 청빙 무효 소송 심리는 아예 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총회 재판국은 6월 4일 다시 모이기로 했다.

이날 총회 재판국은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했다. 몇몇 재판국원은 회의 도중 퇴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날 회의가 열리는 예장통합 총회 회관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침부터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가 공의로운 재판과 세습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명성교회 장로들이 피켓과 유인물을 뜯으면서 잠시 충돌을 빚기도 했다.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김수원 위원장) 관계자들도 총회를 찾았다. 만일을 대비해 경찰 병력도 출동해 대기했다.

현장에서 만난 명성교회 측 관계자들은 총회 재판국이 '각하'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동남노회 재판국장 남삼욱 목사는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 무효 소송 피고가 없다. 원래 최관섭 노회장이었는데, 재판국이 피고를 날리지 않았는가. 이건 소송 자체가 안 된다. 사회 법으로 따지면 각하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이종순 수석장로도 "소송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자기들이 피고를 날려 놓고 소송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그러나 비대위는 명성교회 측 주장이 억지라고 주장했다. 교단 헌법에 따라 행정소송의 피고는 어느 한 개인이 아니라 '치리회장'이라고 했다. 총회 재판국 판결에 따라 서울동남노회장이 부재한 상황이지만, 선고를 내려도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재판국원 간 의견도 엇갈렸다. 청빙 결의 무효 소송 주심 서성규 목사는 "지금 피고가 사라진 상황이다. 동남노회에서 재변론 신청을 한 상황인 만큼 어떻게 재판을 진행해야 할지 법리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동남노회 선거 무효 소송 주심을 맡았던 조건호 장로는 "피고가 없는 게 아니다. 피고는 최관섭 전 노회장이다. 재판하는 데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재판국장에서 물러난 이만규 목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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