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평택대학교 교수들이 학내 사태의 원인으로 이사장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원로)를 지목하며 이사회 해체 및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평택대 교수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평택대학교분회, 평택대학교정상화촉구지역대책위원회는 5월 9일 학교 정문에서 '이사회 해체, 교육부 혁신, 검찰 엄정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김삼환 목사를 비롯한 이사회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교수들은 김삼환 목사가 교회 세습과 세월호 망언, 800억 원대 비자금 축적 등 도덕적으로도 물의를 일으켜 이사장에 합당하지 않은 인물이라고 했다. 2016년 2월 이사장에 취임한 김삼환 목사가 '비리 근원'인 조기흥 전 명예총장을 이사회에 지속적으로 참여시키며 그를 비호해 왔다고 주장했다. 조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운 이필재 총장 해임을 주도하고 명성교회 출신들을 이사회에 데려오는 등 학교를 장악하려 한다고 했다.

지역사회도 교수들을 지지하고 나섰다. 평택시민재단 이은우 이사장은 "김삼환 이사장과 이사들은 사학 비리를 조장하고 옹호했던 책임을 지고 바로 사퇴해야 한다. 전부 목사·장로·집사 위치에 있는 사람들 아닌가. 이 시간 이후 모두 사퇴하고 반성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대학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공의 것이다. 평택대는 민주적 임시이사가 파견돼 더 좋은 대학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택대 교수·학생과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9일 오후 학교 정문 앞에서 이사회 해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실제 김삼환 목사 이사장 취임 후, 명성교회 출신이거나 명성교회와 연관된 인물이 이사회에 들어오고 있다. 2017년 6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감사 김재복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명성교회 장로로, 교회 세습과 관련한 재판에서 명성교회 변호를 맡고 있다.

평택대 이사회는 올해 초 정관을 개정해 이사회 이사 정수 9명을 11명으로 늘렸는데, 김삼환 목사는 이 자리에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과 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사무총장 김상학 목사를 추천했다. 이봉관 회장은 명성교회 예배당 건축을 맡았으며, 김삼환 목사의 사위 이필산 목사가 담임하는 청운교회 장로로 재임하고 있다. 김상학 목사는 명성교회에서 오랫동안 선교·기획 담당 목사로 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5년 12월, 김삼환 목사를 원로로 추대하는 공동의회 대리당회장을 맡기도 했다.

2018년 4월 25일 자 164회 평택대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김삼환 목사는 "후보자들이 명망이 높은 분들로 법인 임원으로 동역하면 피어선기념학원과 평택대학교의 창학 정신을 함께 이어 갈 수 있는 분들"이라고 소개하며 이사로 받자고 제안했다. 이는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김삼환 목사, 이필재 총장 해임하고
유종근 전 전북지사 '직무대리' 임명
교수 사회 "바지 사장, 비리 전력" 반발
소청심사위 "총장 해임 취소하라"

김삼환 목사는 조기흥 명예총장 체제하에서 임명된 이필재 총장과도 대립하고 있다. 이사회는 2017년 12월 1일과 19일, 두 번에 걸쳐 이필재 총장을 해임하기로 의결했다. 이사회는 △학력 및 목사 안수 허위 의혹 △이사회 및 이사장 지시 사항 불이행 △특정 교수 단체 활동 방조 및 협력 등의 사유를 들었다.

이 총장을 해임한 후 이사회는 유종근 전 전북도지사를 총장 직무대리로 임명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인 그는 두 차례 도지사를 역임했다. 교수들은 유 직무대리가 '바지 사장'에 불과하고 도지사 재임 당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5년에 추징금 3억 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삼환 목사가 이사회 말을 안 듣는 이필재 총장을 몰아내고 관리하기 쉬운 총장을 세우려 했다는 것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4월 21일, 평택대 이사회의 이필재 총장 해임은 부당하다며 해임 취소 결정을 내렸다. 소청심사위는 학교 정관에 "징계위원은 6명으로 구성한다"고 명시돼 있는데도 5명만으로 징계 절차를 밟았고, '허위 학력'이나 '학내 소요 사태 방치'와 같은 징계 사유도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김삼환 목사는 소청에 불복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필재 총장이 학교 복귀를 시도하다 유종근 직무대리 측과 마찰을 빚자, 김삼환 목사는 5월 2일 이사장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법적 판결이 있을 때까지 유종근 총장직무대리를 중심으로 흔들림 없이 각자 본연의 업무에 임해 주실 것을 당부한다"며 유 직무대리를 지지했다.

김삼환 목사는 "결정서 송달 90일 이내 행정소송법에 따라 소송할 수 있는데, 이러한 법적인 권리를 침해하고 (이필재 총장 측이) 열쇠공을 불러 불법으로 총장실을 개방하고 침입하는 행위를 거침없이 행했다. 또다시 총장실 무단 침입과 점거 시도가 있을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경고한다"며 이 총장 복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필재 총장은 지난해 12월 해임당한 후 오늘(5월 9일)에서야 총장실에 들어올 수 있었다. 이 총장은 소청 결과를 수용하지 않는 이사회와 법적 다툼에 들어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수회뿐 아니라 이필재 총장도 김삼환 목사와 다투고 있다. 이 총장은 5월 4일 이사회와 유종근 직무대리를 상대로 '총장직무대리 직무 집행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필재 총장은 5월 9일 <뉴스앤조이> 기자와 만나, 김삼환 목사와 대화도 단절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사회가 교육부에서 소청 결과를 통지받았지만 대학 본부에 전달하지 않는다면서 의도적으로 자신을 배제하려 한다고 했다.

평택대학교 교수회는 지난해 초부터 발발한 학내 사태 당시, 이필재 총장이 조기흥 전 총장을 돕거나 비리를 방조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가 조기흥 명예총장이 총장직을 수행할 당시 이사와 이사장으로 재직했고, 조 총장이 명예총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나자 총장으로 취임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교수회는 이 총장이 과거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학교 정상화를 위해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수회 관계자는 "이필재 총장이 이사장과 총장으로 재임하면서 조기흥 일가의 부정을 눈감거나 방조한 것들을 반성하고, 책임질 일은 책임지는 진정성을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 이필재 총장은 "나 또한 조 전 총장에게 경영과 인사상 문제가 많았다고 판단한다. 대통령도 물러나면 그만인데 총장에서 물러났으면 나에게 권한을 줘야 하지 않나. 조 전 총장은 합리성이나 논리를 무시하고 생각나는대로 지시하는 일종의 '갑질'도 일삼았다. 나와 부총장이 불려가 질타를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교수회가 당시 너무 과격하게 (조기흥 퇴진) 시위를 했다. 그래서 교수들에게 '너무 과격하게 하지 말자. 이래 봐야 우리 흉만 드러나니 지성적으로 해결해 보자'고 했다. 교육부 대학 평가에서 좋지 못한 결과를 받으면 난감해지지 않나. 그러면서 교수회와도 마찰이 심해졌던 것이다. 지나고 나니 결과가 이렇게 됐다. 과거 내가 이사장이나 총장으로 있으면서 결재권자로서 잘못한 점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법인이사회 입장을 듣기 위해 조 전 명예총장의 둘째딸인 조 아무개 법인사무국장과, 장 아무개 과장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취했으나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이사회 감사 김재복 변호사에게도 입장을 물었으나 "학교 측에 문의하라"며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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