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성폭력 '피해자다운' 피해자 원하는 한국 사회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 미투 운동이 남긴 과제 진단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8.05.04  11:09:39

아래의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default_news_ad2
ad42

"미투 운동은 혁명이다. 반성폭력 운동 30년 동안 느껴 보지 못했던 열기를 느끼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말하고, 동시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듣고 있다는 건 큰 변화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미투 운동'을 혁명이라고 평가했다. 이 소장은 5월 3일 서울 명동 한국YWCA 회관에서 열린 '제1회 한국YWCA 지속 가능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 YWCA는 지난 3월 8일 여성의날 행진을 계기로 미투 운동에 합류했다. 제16회 한국 여성 지도자상 '젊은 지도자상'에 검찰 내 성폭력을 고발한 서지현 검사를 선정하기도 했다. YWCA는 기독 여성 시민단체로서 앞으로 운동 방향을 고민하기 위해 포럼을 개최했다. 첫 시간에는 이미경 소장이 한국 반성폭력 운동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됐고, 그 속에서 미투 운동이 어떤 의미를 차지하는지 설명했다.

"가해자의 피해자 '역고소' 심각
2차 피해 근절하는 제도 마련 시급
사법 절차 관계자들 인식 개선도"

이미경 소장은 한국 사회 반성폭력 운동 한 가운데서 활동해 왔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특별법 제정 운동(1991~1993년),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으로 시작된 성희롱 법제화(1993~1999년), 성폭력 피해 생존자 말하기 대회(2003년~), 성폭력 원인을 여성에게서 찾는 문화에 경종을 울리는 '밤길 되찾기 달빛 시위'(2005년) 등을 주도했다.

이미경 소장(한국성폭력상담소)은 5월 3일 한국YWCA가 주최한 '지속 가능 포럼'에서 미투 운동이 남긴 과제를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국에서 반성폭력 운동은 벌써 30년 역사를 이어 왔다. 기폭제가 된 건 2016년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화장실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이다. 이 소장은 "이전에도 수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강남역 사건이 다른 사건과 다른 점은, 여성들이 스스로 포스트잇에 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폭발적으로 퍼져 나간 '미투 운동'은 이 사건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미투 운동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미경 소장은 미투 운동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벌써 시들해졌다고 했다. 유명인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만 주목받는 문제도 있었다.

2차 피해도 만만치 않다. 한국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성차별 문화 때문이다. 이미경 소장은 여러 2차 피해 중 최근 증가하고 있는 '역고소'가 제일 심각하다고 했다. 역고소는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를 무고,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는 것을 가리킨다.

각종 소셜미디어, 언론 등 온라인에서의 2차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미경 소장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을 예로 들었다. 얼굴과 이름을 공개한 피해자는 온갖 2차 피해에 시달렸다. 일부 대중은 안희정 전 지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김지은 씨 증언이, 특정 정치 세력의 음모라 주장하며 관련 영상 등을 퍼 날랐다. 성폭력 가해 사실 자체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미경 소장은 한국 사회에서 2차 피해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성폭력 피해자의 25%가 사법 절차에서 2차 피해를 당했다며, 성폭력 수사를 담당하는 관계자들이 전문성과 인권 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성폭력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경 소장은 지금처럼 각종 사업장, 교육 현장 등에서 대규모로 시행되는 예방 교육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많게는 50명, 적게는 30명 내외의 소규모 토론식 교육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이 소장은 성폭력에 대한 바른 인식을 돕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성 피해 경험 고려하고
국제 기준 부합하는
사법 시스템 구축해야"

한국 형법에서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항거 불가능할 정도로 폭행과 협박을 당하고, 성관계를 하지 않기 위해 저항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이미경 소장은 이런 '최협의설'이 왜곡된 피해자상을 만들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통념을 형성한다고 했다. 특히 수사하는 경찰, 기소권을 가지고 있는 검찰조차 이런 통념을 가지고 '피해자다운' 피해자를 만들고, 이에 맞지 않는 피해자는 의심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미경 소장은 여성의 피해 경험을 인정하는 쪽으로 사법 시스템을 바꾸는 것과 동시에 성폭력 예방 교육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미경 소장은 한국 사법 시스템은 여성을 보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성폭력을 당했다는 입증을 피해자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피해자에게 완벽한 동의를 받았는지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가해자에게 지운다고 했다. 이 소장은 캐나다 예를 들며, 한국은 아직도 폭행 유무 여부로 강간 성립 여부를 논한다고 비판했다.

후진적인 한국 사법 시스템은 국제사회에서도 권고 대상이다. UN은 한국 정부에 강간죄 구성요건을 바꾸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답이 없다. 이미경 소장은 사법 시스템 수장이 다 남성으로 구성돼 있는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르지만 강간죄 구성요건을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고 했다.

ad47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동영상 기사

default_news_bottom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