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시대 여성들을 어떤 대우를 받았을까. 현재 한국교회는 가부장적 여성관을 가지고 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와 혐오가 극도로 팽배해진 시대가 되었다. 한국교회 안에도 여성에 대한 편견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오늘 어제의 일이 아니다. 여성 장로와 여성 안수에 대한 문제가 첨예하게 대두되는 가운데 한국교회는 어디로 가야할까.

교단마다 헌법이 다르고 목회관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다룰 수는 없다. 하지만 결정을 내리거나 법을 정할 때는 반드시 성경이 기준이 되어야 하고, 성경이 말하는 맥락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이번에 출간한 조석민 교수가 쓴 <신약성서의 여성 – 배제와 혐오의 대상인가?>(대장간)의 신약성서 속 여성에 대한 고찰은 작금의 한국교회가 생각하는 여성상을 바로잡도록 조언하고 있다. 조석민 교수의 논지를 따라가면서 정리한 다음 한국교회가 여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간략하게 정리하고자 한다.

이 책은 느헤미야 렉처 시리즈 첫 번째 책이다. 기독연구원느헤미야 연구원으로 섬기는 저자는 느헤미야 렉처 모임을 통해 발표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130쪽이 안 되는 작은 소책자이며, 발표용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장문의 논문이나 책은 아니다. 읽어 나갈 때 이러한 점을 감안하며 읽어야 한다. 발표한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므로 간략하면서도 쓰임새가 있다. 목차를 살펴보자. 3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1장에서는 '복음서의 여성관'을 살핀다. 2장에서는 '바울의 여성관', 3장에서는 신약성경이 보여 주는 여성관을 통해 한국교회에 주는 의미를 찾아본다.

<신약성서의 여성 - 배제와 혐오의 대상인가?> / 조석민 지음 / 대장간 펴냄 / 128쪽 / 1만 원

복음서의 여성관에서는 사복음서에 나타난 여성의 역할과 복음서가 바라보는 여성을 살핀다. 몇 가지만 정리해 보자. 먼저 부활의 증인으로 여성이 등장한다. 이것이 왜 중요할까. 고대 세계에서 여성은 신뢰할 만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성이 재판에서 증언할 수 있는 시대가 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미 2000년 전 초대교회 안에서 복음서 기자들은 기독교의 핵심인 부활의 증인들로 여성을 선택한다.

"여성의 증언을 신뢰할 수 없다고 믿는 당시 남성중심의 가부장적인 유대 사회와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특히 당시 남성들에게, 복음서 기자들이 여성을 예수 부활의 증인으로 소개한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29쪽)

만약 복음서들이 세상 속에서 자신들 주장을 확고하게 내세우고자 했다면 증인으로서의 여성은 누락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복음서는 여성을 증인으로 채택한다.

마태복음은 시작부터 파격적이다. 다말, 룻, 밧세바, 그리고 마리아까지 예수의 족보에 포함시킨다. 당대 유대인들은 족보에 여성을 포함시키지 않는다. 유대인들을 대상으로 쓴 복음서를 가정한다면 파격적인 족보다. 저자는 빌라도의 아내가 정치에 참여한 이야기를 덧붙여 마태복음이 "당시의 사회 풍습이나 관례를 따르지 않고 여성의 이름을 족보에 삽입하여 당시의 여성에 대한 성차별을 극복하려고 시도한 것"(40쪽)이라고 한다. 다른 복음서 역시 당시 관례를 따르지 않고 있다.

바울의 여성관은 신약성경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저자는 책의 절반 정도를 할애하여 바울의 여성관을 다룬다. 바울이 주창한 복음은 남녀의 차별을 없애고 동등하게 한다. 특히 갈라디아서 3장 26-29절은 "그리스도 안에서 남성과 여성의 동등성을 주장하는 매우 특별한 선언"(62쪽)이라고 말한다. 성경 본문을 읽어 보자.

"너희가 다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의 아들이 되었으니 누구든지 그리스도와 합하기 위하여 세례를 받은 자는 그리스도로 옷 입었느니라.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 너희가 그리스도의 것이면 곧 아브라함의 자손이요 약속대로 유업을 이을 자니라(갈 3:26-29)."

28절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라고 강조한다. 이런 바울의 여성관은 부부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도 확인된다(고전 7:1-5, 엡 5:22-33). 고린도교회 안에서는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방종으로 착각하여 왜곡된 성을 갈구하는 이들이 있었다. 바울은 그들에게 분방하지 말며, '합의상' 얼마 동안만 분방하도록 권면한다. '합의'는 여성에게 권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단어다. 에베소서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 강요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당시 남성 중심의 유대 사회 문화 속에서 바울이 고린도 교인들에게 가르친 부부의 성생활의 대한 교훈은 혁명적인 사상이 아닐 수 없다." (69쪽)

저자의 주장은 이렇다. 여성 차별적인 시대 속에서 신약성경은 담대하게 여성을 앞세웠다. 복음 안에서 교회는 여성들을 특별한 이유 없이 차별하지 않았으며 한 지체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디까지 저자의 주장을 확신할 수 있을지 약간 주저되는 것이 사실이다. 워낙 간략하고, 충분한 증거와 논증을 펼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몇 가지 사실을 통해 현대보다 초대교회가 훨씬 여성 리더십이 강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교회가 얻어야 할 교훈

마지막 3장에서 한국교회가 여성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해 다룬다. 저자는 현재 한국교회는 "자기 옷처럼 편하게 걸치고 있는 남성중심의 가부장적인"(107쪽) 여성관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여성관은 신약성경이 말하는 여성관이 아니다. 초대교회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성차별적 여성관을 가졌지만 교회 안에서는 복음으로 성차별을 극복했다. 완전한 극복은 아니지만 복음서와 바울서신 등에서 여성들은 기존 사회도 보여 주지 못한 대우를 받은 것은 확실하다. 즉 교회는 여성을 주 안에서 한 지체로 받았고, 차별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책은 얇고 짧다. 필자가 알기로 신약성서에 근거하여 교회 내 여성을 다룬 책으로는 1993년 대한기독교서회에서 발행한 아라이 사사구의 <신약성서의 여성관>과 최영실의 <신약성서의 여성들>(동연) 그리고 김세윤의 <그리스도가 구속한 여성>(두란노) 외에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른 몇 권의 책이 성경의 여성 리더십을 다루기는 하지만 극히 미미하다. 그만큼 한국교회가 여성에 대한 생각이 엷고 얇다는 뜻이다. 이것은 여성에 대한 편견이 깊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한국교회는 성경에 천착하여 바른 여성관을 가져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약간 아쉬웠던 점은 교회 내 성폭력 문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작은 책자에서 과도하게 의견을 개진할 수는 없지만 약간의 언급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정현욱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에레츠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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