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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수혜는 지대 추구자에게 돌아가는가

[평화가 살길이다] 남북한 토지 투기 현주소와 토지개혁의 방향성

조성찬   기사승인 2018.04.30  1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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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 출처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회

2018년 4월 27일 오전 9시 30분경,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분단 역사상 3번째로 남과 북의 정상들이 만났다. 북측 김정은 위원장의 발걸음과, 이를 맞이하는 남측 문재인 대통령의 표정엔 65년 동안 지속되어 온 휴전을 종결짓고 항구적 평화 체제로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분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지지와 격려의 메시지를 발표하고 수천 명의 군중이 한국을 위해 기도했다. 남북한은 물론 전 세계에서 평화의 열기가 달아올랐다. 그러자 경기도 파주의 땅값도 덩달아 달아올랐다. 지가가 연초보다 30% 급등했으며, 거래량도 한 달 사이에 50%나 늘었다. 평화 체제를 맞이하는 토지 투기자의 발걸음은 너무도 분주했다.

1868년, 세계 도시 뉴욕에서 사치와 빈곤이 공존하는 현상을 목도하고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진보와 빈곤>을 집필한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는 미래 토지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도 지가가 상승한다고 주장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는 그러한 기대를 한 토지 투기자들을 지대 추구자(rent seekers)로 칭했다.

1989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는 지가가 무려 50%나 상승했고, 2002년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15%가 넘게 올랐는데, 그 원인은 모두 지대 추구자들의 기대 때문이었다. 아쉽게도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남북 관계가 다시 냉각되었고 파주 땅값도 하락하면서 지대 추구자들의 기대가 현실화하지 못했다.

이번 분위기는 예전과 다르다. 그렇게 되면 지대 추구자들의 기대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게 되면 지대 추구자들이 평화로 인한 수혜를 가장 먼저 누리게 된다. 그리고 헨리 조지의 이론대로라면 평화에 따른 대부분의 수혜가 지대 추구자들에게 돌아간다. 누구를 위한 평화인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 앞마당에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사진 출처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회

필자는 앞선 칼럼들에서 토지문제가 어떻게 분단을 초래하는 데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이 시간에도 지대 추구에 대한 욕구는 조금도 식지 않았다.

지대 추구, 쉽게 말해서 부동산 투기는 이곳 남쪽에서는 하나의 상식이 되었다. 자기 가족과 친척들을 둘러보면 이와 연관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다. 그럼 사회주의계획경제를 실시하고 있는 북쪽은 예외일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본질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일제강점기, 나진 토지 투기의 추억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구가 속한 현 라선특별시는 북한의 함경북도와 동해 바다, 중국의 지린성吉林省 옌볜延边조선족자치주 동쪽의 훈춘珲春시와 러시아의 프리모르스키크라이에 접한 항구도시이다. 이처럼 주변 국가와의 접경지 및 바다와 대륙을 잇는 거점이라는 특성으로 1932년 일본이 만주국을 세우게 되면서 나진-선봉은 일본-만주 간의 연락로로서 각광을 받게 되었다.

이때 만주에서 가장 가까운 나진에 바다와 육지를 연결하는 대규모 항만이 새롭게 정비되었고, 일본의 사카이항, 쓰루가항, 가타항 등에서 청진, 나진, 웅기(후에 선봉으로 개명됨)로 정기선이 운항되고 많은 일본인이 만주 동부로 이동했다. 이처럼 나진은 일본이 만주로 진출하는 요충지로 유명한 항구도시였다. 이곳에서 일제강점기 조선 최초로 토지 투기가 일어났던 일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나진은 원래 인구 100여 명에 불과한 조그마한 어촌이었다. 그런데 1932년 8월 23일 나진이 중국 지린과 조선 회령을 잇는 철도 길회선吉會線의 종단항(철도 종착역과 연결된 항구)으로 결정되면서 갑자기 토지 투기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만주로 진출하려는 일본 제국에게 있어서 길회선에 연결된 나진항은 겨울에 얼지 않고, 영토 문제가 없었으며, 물류비도 비싸지 않아 기존에 이용되던 3개 노선의 단점을 일시에 해결할 수 있었다. 나진항 개발은 경제 수도 이전에 준하는 성격이었다.

청진과 경합했던 나진이 종단항의 최종 후보지로 결정되자, "조선을 넘어 전 동양적 규모의 토지 전쟁이 시작되었다." 당시 한 평에 1~2전 하던 땅값은 순식간에 수백, 수천 배로 뛰었다. 어떤 땅은 하루에 주인이 10여 차례 바뀌기도 했다. 나진에 가면 담뱃값도 백 원짜리 지폐로 내고 개도 백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개가 떠돌았다. 김기덕이나 김기택 같은 거부가 나타난 것도 당연한 현상이었다.

그러나 나진의 토지 열풍은 3년 만에 멈췄다. 인구 100만의 대도시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해방 직전 나진은 인구 4만의 소도시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때부터 전국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도시 개발이 진행되면 토지 투기가 함께 따라오는 관행이 시작되었다(전봉관, 2009).

2011년 라선특별시.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이미지

토지 소유 제도의 4가지 유형

극심한 토지 투기를 경험한 나진과 북쪽의 모든 토지는 모두 사회주의 경제 이론에 기초하여 국유화가 진행되었다. 여기서 이야기를 더 진행하기 전에 이론적 차원에서 토지제도의 유형을 조망해 볼 필요가 있다.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경제적인 차원에서 지속 가능한 평화 체제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함께 공부해 보자.

김윤상(2009)은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소유권의 세 가지 권능, 즉 사용권, 수익권, 처분권 중 어떤 권능을 사적 주체에게 귀속할 것인가에 따라 토지 소유 제도를 구분하고, 국가 단위에서 실제로 의미 있는 토지 소유 제도의 유형으로 토지 사유제, 지대 조세제, 토지 공유제, 공공 토지 임대제 4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토지 사유제는 사용권, 처분권, 수익권 모두 사적 주체에게 귀속되는 제도로, 남한의 자본주의적 토지 소유 제도에 가깝다. 일제강점기 때 오늘날의 토지 사유제가 법적으로 확립되었다. 앞서 살펴본 나진의 토지 투기 사례는 그 당시 토지제도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다음으로, 헨리 조지가 주창한 것으로 유명한 지대 조세제(Land Value Taxation)는 토지 사유제의 폐단인 토지 불로소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으로, 토지 소유 주체는 그대로 둔 채 수익권에 해당하는 지대를 보유세 형식으로 환수하려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이 개헌을 통해 추진하려는 토지 공개념은 이러한 접근법이다.

토지 공유제는 세 권능 모두 국가 또는 공공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북한의 토지국유제와 유사하다. 그런데 토지국유제는 계획경제와 결합되면서 경제적 비효율성을 낳았다. 마지막으로, 공공 토지 임대제(Public Land Leasing)는 토지 공유제와 시장경제 시스템을 결합하기 위해 토지사용권을 일정 기간 개인에게 임대하고 지대를 받는 제도이다.

이 방식은 특히 토지가 국유화한 사회주의 계획경제 국가들이 시장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방식이다. 북은 현재 경제특구에서 이에 준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공장·기업소와 주택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의 토지 사용료를 받고는 있지만 개인들에게 물권에 해당하는 토지사용권이 부여되지 않기 때문에 큰 틀에서 북은 토지 공유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북의 토지 공유제 실시 및 법제화

1946년 3월 5일 북조선인민위원회는 '토지개혁에 관한 법령'을 공포해 즉시 토지개혁을 단행하고, 1946년 3월 8일에는 '토지개혁 법령에 관한 세칙'을 공포해 1946년 3월 말까지 토지개혁을 완료하도록 요구해, 20여 일 만에 무상몰수 방법으로 토지개혁을 완료했다. 이때 토지에 대한 사유권私有權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고, 5정보 이상의 개인 소유 토지만을 대상으로 무상으로 몰수하고, 무상으로 분배했다.

이후 1954년부터 시작한 농업집단화 사업을 1958년에 완성하여, 토지 사유권을 완전히 소멸시키고 사회주의적 토지 소유제를 확립했다. 토지에 대한 사유권을 착취적인 소유권으로 간주해 소멸시키고, 토지 소유제를 국가소유권과 협동단체 소유권으로 구분한 것은, 중국의 전민 소유 및 집체 소유와 그 구조가 같다.

북한 노동당은 토지개혁과 사회주의적 토지 소유제를 실질적으로 확립한 후, 1963년에 토지법을 제정했고, 1972년에 헌법에서 다시 추인했다. 그리고 1977년에 토지법을 개정해, 토지를 혁명의 고귀한 전취물로 규정하고(제1조), 모든 토지는 국가 및 협동단체 소유로 규정하고(제9조 제1항), 토지에 대한 매매를 금지했다(제9조 제2항). 그리고 민법에서 토지에 대한 국가소유권과 사회 협동단체 소유권만을 규정하고 있으며, 토지의 용익 및 담보로서의 활용에 관한 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북에서 전개되는 부동산 투기

이러한 법 제도의 정비만 보면 매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 이상 토지 투기가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상황이 전혀 그렇지가 않다. 현재 북쪽에서도 지대 추구가 진행되고 있다. 계획경제가 한계에 달하자 스스로 생존하라는 자력갱생의 대원칙하에서 시장과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소위 '돈주'라는 자본가가 형성되었는데, 이들이 급기야 정부 관료와 결탁해 아파트 등 부동산 개발을 통해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있다.

핵-민생 경제 병진 노선을 채택한 김정은 정권은 미래과학자거리와 려명거리를 새롭게 개발하면서, 아파트 신축 등 건설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이때 해당 부서에서 자체적으로 자재를 조달하고 건설을 책임지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해당 단위들은 자재 확보를 위해서 지하자원을 수출하거나 다른 사업을 전개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소위 돈주들에게 이권을 보장하는 식으로 주택 건설 사업 등 대형 사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현재 북한 내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사업은 아파트 건축 사업과 부동산 임대 사업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법률상 주택 매매가 불법이지만 돈주들이 정부 관료와 결탁하는 방식으로 매매를 하고 있으며, 막대한 투기적 이익을 향유하고 있다.

평화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체제와 함께 가야

남쪽의 남북경협 담당자와 관련 연구자들 사이에서 북쪽은 마지막 남은 블루 오션(blue ocean)이라고 말한다. 토목 건설업이 한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경기가 주춤해지면서 놀고 있는 자본이 진출을 꿈꾸는 곳이 바로 북쪽이기 때문이다.

도로도 새로 정비해야 하고 노후한 도시도 재생해야 한다. 제2의 개성공단 건설, 지하자원 채굴, 러시아로 이어지는 천연가스망 건설,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유럽으로 진출하는 철도망 정비 등 새로 창출되는 개발 수요가 엄청날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북쪽보다 더 나은 블루 오션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수많은 개발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 토지 가치(지가)가 급등할 것이고 나진시에서 보였던 토지 투기가 그리고 현재 평양을 중심으로 보이고 있는 아파트 투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은 자명하다. 그렇게 되면 뒤르켐이 꿈꾼 사회적 연대는 무너진다. 우리가 이러려고 평화를 꿈꾸었는가?

따라서 정치적인 차원에서 평화 체제 로드맵이 합의되어 그 절차를 밟아 간다면 이와 동시에 남과 북은 지속 가능한 경제체제 전환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 먼저 정상 국가를 추구하는 북의 김정은 정부는 토지제도에 있어서도 정상 국가를 추구해야 한다. 그 방향성을 필자는 공공 토지 임대제에 기초해서 추진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북이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실행하고 있는 토지개혁 조치들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향후 남과 북이 본격적으로 경제협력을 진행할 때 토지가 투기 대상이 되지 못하도록 재산권 구조를 잘 설계해야 한다. 남쪽 역시 토지 공개념에 부합하는 지대 개혁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처럼 북과 남이 토지제도에 있어서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체제로 전환해야만 다음 단계로 통일을 향한 새로운 그림을 그려 나갈 수 있다.

토지+자유연구소 조성찬 통일북한센터장이 '평화가 살길이다'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인터뷰 기사(바로 가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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