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ㅋ교회 목사가 수년간 설교를 표절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사임을 약속한 그는 물러나지 않았고, 노회에 조사를 청원했던 장로들도 돌연 청원을 취소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포항 ㅋ교회 ㅈ 목사가 설교를 표절해 온 것이 들통나 교인들에게 사과하고 사임을 약속했다가, 입장을 바꾸면서 교회가 갈등에 휘말렸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전계헌 총회장) 소속 ㅋ교회는, 교인 수 350여 명으로 포항에서 가장 큰 예장합동 교회다. ㅈ 담임목사는 2005년 부임해 13년째 시무하고 있다.

ㅋ교회 한 교인은 <뉴스앤조이>에 "ㅈ 목사가 3년 이상 설교를 표절해 왔다. 이 사실이 들통나자 2016년 6월, 전 교인 앞에서 표절에 대해 사과했다. 당회원들에게는 거듭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교회를 떠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교인들은 담임목사 설교를 분석했다. ㅈ 목사는 최소 2015년부터 설교를 표절해 왔다. 2015년 1월 11일 자 '번뇌함과 준수함'(삼상 16:11-23)을 들어 보면, 전주 ㅇ교회 카페에 2014년 8월 올라온 '번뇌 사울 vs. 준수 다윗'(삼상 16:14-23) 설교문과 똑같다.

같은 해 2월 22일 자 설교 '이미 목욕한 자'(요 13:1-11)는, 포털 사이트에서 '예수님이 발을 씻어 준 이유'로 검색하면 나오는 설교문과 같다. '예수가 좋다오' 카페를 운영하는 호일맥 목사 설교문이 원텍스트인 것으로 확인된다.

2017년 8월 6일 설교 '시험을 받으러 광야로'(마 4:1-11)는 여러 설교를 짜깁기했다. 갓피플 설교 자료실에 2010년 올라온 '당신을 향한 주님의 기대는 무엇일까요?'(마 4:1-11) 설교문을 기본 뼈대로 삼았다.

ㅈ 목사는 최근까지도 설교 중 적잖은 부분을 다른 사람의 원고에서 따온 것으로 확인된다. 2018년 4월 1일 부활절 설교 '살아나셨느니라(마 28:1-15)'는 '새소망의 말씀'이라는 블로그에 2015년 올라온 '예수님의 부활' 설교 일부분을 그대로 가져왔다. 원 설교 중 부활에 대한 반대론 네 가지 '거짓말, 유령설, 졸도설, 도적설' 부분을 거의 그대로 읽었다. 4월 8일 '주의 이름에만 영광을(시 115:1-18)' 설교는, '복음의 안경 쓰고'라는 블로그에 올라온 설교 '여호와를 의지하라' 설교문에서 '소록도' 예화와 1-8절 강해를 가져왔다.

노회 "교회가 자체 해결할 문제"
"설교 표절 처벌 근거 없어
처음이다 보니 서툴게 대처한 듯"

잘못을 인정하고 떠나겠다고 했던 ㅈ 목사는 지금까지 사임을 6번이나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발한 장로 10명 중 7명은 올해 초 노회에 조사 청원을 냈다. 노회는 청원을 받아들여 수습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수습위원회는 4월 정기노회 때 조사를 끝냈다. ㅋ교회 당회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며 청원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ㅈ 목사를 반대한 장로 중 3명은 사표를 내고 교회를 떠났다.

<뉴스앤조이>는 ㅋ교회 장로들에게 당시 상황을 물어봤으나 대부분은 "덕이 안 되는 이야기"라거나 "나는 사표를 내서 할 말이 없다"며 언급을 꺼렸다. 한 장로는 "ㅈ 목사의 설교 표절로 상처 입은 교인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모든 교회가 100% 건강한 건 아니지 않나. 목사님에게 은혜 받는 분도 있다. 자기 마음먹기에 따라 다른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그는 "이단이나 죄 문제라면 끝까지 싸워야 하는데, 이건 그런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ㅈ 목사가 사임을 약속하고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갈 곳이 있으면 가겠지만 그 나이에 어디를 쉽게 갈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ㅋ교회가 속한 ㄱ노회는, 교회가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입장이기에 적극 개입은 어렵다고 했다. 류 아무개 노회장은 4월 26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당회가 먼저 조사해 달라는 청원을 냈는데, 당회 내에서 합의하고 취소 청원을 냈다. 지금은 원상회복됐다. 설교 표절에 대해서도 ㅈ 목사가 '앞으로 그런 일 없도록 잘하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ㅋ교회 수습위원장을 맡았던 최 아무개 목사는 "설교 표절 같은 문제는 논문 표절과는 성격이 다르다. 교인들의 수용 여부에 달려 있다. 법적으로 목사가 관둬야 할 조건은 아니다. 권징 조례에 이런 문제가 있다면 수습위원회가 아니라 재판국을 설치했을 것이다. 만일 교회에서 '우리가 그런 목사님은 못 받겠다' 하면 노회가 나서겠지만, 교회 의견이 나뉜 상태에서 자체적으로 합의해 보겠다고 하니 노회로서는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 목사는 "ㅈ 목사 이야기를 들어 보니 납득이 가는 부분도 많이 있다. 일단 단독 목회도 처음이고, 교회 내에서 이런 일도 처음 겪다 보니 당황해서 많이 끌려간 측면이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임 얘기도 나온 것이다. 사임할 만한 사안인지 가늠하기 전에 끌려간 것이다. 그런 부분은 같은 목회자로서 조금 이해가 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ㅋ교회 문제를 토로한 교인은 비관적이었다. 그는 "교회는 ㅈ 목사 반대하는 사람 70%, 지지하는 사람 30%로 나뉘어 있다. 수습위원회 구성과 조사 내용 등을 일반 교인에게 공식적으로 알린 적도 없다. 교회 최연장자인 장로들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ㅋ교회는 최근 재정부원이 5년간 헌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자체 감사를 벌이고 있어 교회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그는 "이 상태로라면 교회가 어떻게 원상회복되겠느냐"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ㅈ 목사의 생각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최근까지 설교 표절이 지속되고 있다는 의혹, 사임을 번복한 이유 등에 대한 입장을 문자메시지로도 남겼으나 답장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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