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돕기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토마스 킴 목사를 만났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얼어붙은 한반도 땅에 평화의 봄바람이 불고 있다. 4월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다. 북쪽은 비핵화와 핵실험장 폐기 등을 합의한 채 협상 테이블에 임했다. 남북은 종전 협정 논의도 할 예정이다.

교계 단체들도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정상회담을 반기는 한편, 양국이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녘을 대하는 교계의 태도는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와 딴판이다. 보수 개신교 단체들은 지난 두 정권이 북을 압박하는 정책을 내놓았을 때 줄곧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폐쇄가 대표적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북을 대하는 교계의 태도는 오락가락이다. 일관성이 없다 보니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은 합리적이다. 북의 인도주의 활동가이자 호주에서 목회를 하는 토마스 킴 목사(시드니겨자씨교회)는 "한국교회가 대북 정책에 있어서 정권 눈치 보지 말고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북을 돕는 게 곧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길이다"고 말했다.

토마스 목사의 본토는 한국이다. 개혁신학연구원을 졸업한 뒤 2003년 호주 시드니로 건너갔다. 타국에서 돈을 벌면서 학업에 정진하는 학생들이 눈에 밟혔다. 본격적인 유학생 사역을 위해 2006년 교회를 개척했다. 한창 워킹 홀리데이 붐이 일던 시기였다. 1년도 안 돼 유학생이 150명으로 늘었다. 토마스 목사는 "지나가던 청년들이 찬양 소리를 듣고 스스로 교회에 오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에 뼈를 묻을 각오로 2007년 시민권을 받았다.

유학생 사역과 함께 토마스 목사는 북에도 관심이 컸다. 북쪽 동포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궁금했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 도움을 받아 2007년 북녘 땅을 밟았다. 주 중에는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장면은 남한과 다를 게 없었다.

토마스 목사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북쪽의 동포를 돕고 있다고 했다. 장애인을 후원하는 일도 시작했다. 최근 북에 다녀왔다가 잠시 한국을 찾은 토마스 목사를 4월 25일 서울에서 만났다. 토마스 목사는 "한국에 있을 때도 못 갔는데, 호주에서 북녘으로 가게 될 줄 몰랐다. 직접 가서 보니 어릴 때 받았던 교육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고 그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계속 들어 지금까지 20번이 넘게 북을 다니면서 돕고 있다"고 말했다.

토마스 목사는 최근 북한을 다녀왔다. 북한에서 가져온 <노동신문>과 월간 잡지 <금수강산>을 보여 줬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선한 일을 방해하는 어두운 그림자를 마주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을 때였다. 어느 날 정보기관 직원이 토마스 목사를 찾아와 북의 활동 사항을 세부적으로 보고하라고 했다.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앞으로 한국 땅을 못 밟을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보수 정권이 들어서고 남북 관계가 경색됐을 때 북쪽을 다니는 일은 여의치 않았다.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한국교회가 대신 목소리를 내 주길 바랐지만, 정반대였다. 북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대북 지원 단체 후원을 끊었다. 토마스 목사는 교회가 정치권에 장단 맞추는 걸 보고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북에 등을 돌린 게 가장 가슴이 아팠다. 그 시기 쓰나미 피해 입은 일본은 도우면서 북의 동포들은 멀리했다. 북쪽의 동포의 어려운 실상을 잘 알면서도 외면했다. 홍수로 어려움을 겪는 북녘 동포를 모른 척했다. 정치적 이유로 동포를 외면하는 건 교회의 역할이 아니다."

토마스 목사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교류가 활발히 증진되길 바란다고 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고, 백두산을 넘어 러시아까지 철길이 열리면 북쪽의 경제력도 지금보다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토마스 목사는 "평화협정을 맺고 교류가 지속되면 동독과 서독이 통일을 이뤘던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한국교회가 더는 적대 세력에 편승하지 말고 한민족의 통일을 위한 물꼬를 터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토마스 목사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가 임하길 바랐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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