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예배 후 교회 주차장에서 나누는 대화들은 신성한 설교단에서 전달되는 설교만큼이나 기독교적입니다. 아이들을 재우는 일에 관한 자잘한 이야기들은 가장 엄숙한 성만찬만큼이나 성스럽습니다. 우리의 삶은 위기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그리스도 안에서 사는 일상적 삶을 놓고 이야기하는 방법도 필요합니다.

(중략) 일상적 대화가 글의 형식을 취하면, 그것은 대개 편지가 됩니다. (중략)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편지들은 훨씬 더 큰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도 바울의 편지들처럼 신약에 처음으로 포함된 문서들도 바로 그런 편지였습니다." (17~18쪽)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기독교인의 신앙생활은 회심 같은 빛나는 순간보다 일상의 긴 시간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매일의 삶을 어떻게 가꿔 나갈 것인가가 모든 기독교인에게 주어진 과제인 셈이다. 설교와 가르침보다 대화와 편지가 매일의 삶에서 더 중요할 수 있다.

'기독교적 실천'보다 '기독교적 삶'에 주목하는 영성 신학자 유진 피터슨 특유의 관점이 잘 드러나는 <사랑하는 친구에게 – 믿음의 길 위에서 대화가 필요할 때>(IVP)에는 일상 영성을 위한 편지 54편이 담겼다. 40년 만에 교회를 다시 찾은 기독교인, 가상의 친구 커너 소킬드슨에게 보낸 편지다. 그러나 이 편지들을 오롯이 가상의 편지라고 말할 수는 없다. 머리말에서 밝히듯, "그(커너)의 삶과 영혼과 그 모든 것에 관한 나(유진 피터슨)의 대답들은 모두 출생증명서와 주민등록번호를 가진 실존 인물들과의 만남"(18쪽)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친구에게 - 믿음의 길 위에서 대화가 필요할 때> / 유진 피터슨 지음 / 양혜원 옮김 / IVP 펴냄 / 176쪽 / 1만 원. 사진 출처 IVP

<사랑하는 친구에게>는 기독교인의 일상에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보여 준다. "예수님을 따르는—성령이 자갈과 잡초뿐인 나의 인생으로부터 열매라고 불릴 만한 것들을 어떻게 만들어 내실지 기대하는 가운데, 주변 환경과 주변 사람들을 통해 속삭이시는 그분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매일의 삶, 그 한 걸음 한 걸음"(16쪽)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독교인이 겪는 문제 대부분은 "남편이나 아내가 개수대에 더러운 그릇들을 쌓아 놓거나, 목회자가 지금 있는 교회보다 더 좋은 자리가 있다고 해서 교인들을 버리고 떠나려고 할 때"(13쪽) 발생한다.

"우리는 하나님이신 예수님이 우리의 구체적인 생활 속으로 들어오셨다는 것을 믿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걸 기억해야 해. 우리가 최전선에서 다루는 문제는 거대한 보편적 진리나 우주적 형이상학이 아니라, 일용할 양식과 살로 파고드는 발톱, 오랜 친구의 무례한 태도를 용서하는 일 같은 것들이야." (52쪽, '구체적으로 기도하는 것을 의심하는 친구에게')

<사랑하는 친구에게>는 1999년 출간한 <친구에게>(홍성사)의 2006년 개정판 <교회에 첫발을 디딘 내 친구에게>(홍성사)를 재출간한 책이다. <유진 피터슨 읽기>(IVP)를 저술한 유진 피터슨 전문 번역가 양혜원 작가가 옮겼다. '찬송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친구에게', '수련회 등의 집회를 중요시하는 친구에게', '구체적으로 기도하는 것을 의심하는 친구에게'라는 각 편지 제목들(편지 제목은 한국어판 편집자가 덧붙였다 - 기자 주)에서 보듯이 기독교인의 구체적 고민들에 대한 피터슨의 섬세하고 사려 깊은 답변들을 들을 수 있다.

"이 일에는 지름길이 없어. 그리스도인의 삶은 우리가 보기에 전혀 영적이지 않은 실제 생활환경에서 나타나거든. 평범한 일상, 각종 사고와 혼란, 즐거운 날과 그렇지 못한 날, 단조로움이나 격변을 모두 무난히 극복하는 일처럼 말이지.

이 삶에는 기적도 많이 일어나지만, 기독교의 기적은 대부분(전부는 아니야) 외부에서 우리 삶에 끼어드는 형태로 나타나지 않아. 오히려 기적은 두려움과 배신감과 환멸을 느끼는 상황, 자녀들은 말을 안 듣고 친구들은 나를 실망시키는 그런 상황 속에 숨어 있지. 이를테면 말구유와 십자가 속에 숨어 있는 거야. 그렇게 계속 살아가는 가운데 그리스도를 닮은 아주 인간적인 삶이 형성돼." (64~65쪽, '하루빨리 경건해지고 싶은 친구에게')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