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측 노회원들이 출석 체크를 거부하면서 정기노회가 무산됐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서울동남노회가 봄 정기회를 열었지만, 명성교회 장로들을 비롯한 총회 재판국 판결에 불복하는 노회원들이 출석 체크를 거부하면서 개회도 못 하고 해산했다.

서울동남노회는 4월 24일 서울 잠실의 한 호텔에서 74회 정기회를 개최했다. 오전 예배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설교자로 나선 김창인 목사(광성교회 원로)는 "사람은 몰라도 하나님은 다 아신다. 주를 경외하는 마음을 가지고, 회의에 임해 달라. 건강한 노회가 되어야 한다"고 독려했다.

김 목사의 요청이 무색할 정도로 갈등은 일찍 찾아왔다. 명성교회를 중심으로 한 노회원들이 일부러 출석 체크를 하지 않으면서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서울동남노회는 노회원에게 바코드가 있는 명찰을 나눠 주고, 이를 기기에 접촉하는 방식으로 인원을 확인했다. 예배에 참석한 인원은 300명 가까이 됐는데, 출석 체크 컴퓨터에 잡힌 인원은 140명밖에 되지 않았다. 사회자 전 노회장 고대근 목사는 성수가 안 돼 회의를 시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중심으로 노회원들이 반발했다. 일부러 출석을 체크하지 않은 노회원도 있다면서, 직접 호명해 출석을 확인하자고 했다. 고대근 목사가 난색을 표하자, 비대위 장병기 목사가 발언권을 요청했다. 장 목사는 "임원 중에도 출석 체크 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호명해서 참석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 목사를 질책하는 발언도 나왔다. 구탁서 목사는 "직전 노회를 파행시킨 당사자가 사회를 볼 자격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노회원들의 거듭된 요구에 호명이 시작됐다. 회의장에는 200명 넘게 앉아 있었지만, 출석 응답률은 낮았다. 일부러 대답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자기 이름이 불려도 대답하지 않는 목사에게, 누군가가 "대답 안 할 거면 나가라"고 소리쳤다. 당사자는 "네가 왜 (나를) 나가라고 하느냐"고 맞섰다.

김수원 목사에게 면직·출교 판결을 내린 노회 재판국장 남삼욱 목사도 자기 이름에 대답하지 않았다. 기자가 왜 대답하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남 목사는 답변하지 않았다. 아예 회의장 바깥이나 호텔 카페에서 무리를 지어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도 있었다.

고대근 목사는 1시간 뒤 다시 출석 체크를 하겠다고 공지했다. 점심 식사 후 다시 출석을 체크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출석 인원은 목사 108명, 장로 39명으로 집계됐다. 노회를 개최하려면 최소 목사 131명, 장로 66명이 출석해야 한다.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재적의 반을 넘기지 못하면 노회를 열지 못한다.

정기노회 사회는 직전 노회장 고대근 목사가 봤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고대근 목사는 법에 따라 40일 뒤인 6월 12일 정기회를 다시 열겠다고 공지했다. 총회 재판국 판결로 임원 선거가 무효가 된 서울동남노회는 현재 노회장이 없다. 고 목사는 기자에게, 새 노회장을 선출할 때까지 직전 노회장인 자신이 노회장 역할을 맡겠다고 말했다.

출석 체크를 거부한 명성교회 이종순 수석장로는 기자에게 "총회든 법원이든 김수원 목사가 노회장이라고 하는데, 이미 면직·출교 처분된 목사가 노회장이 되면 노회가 시끄러워질 수 있다. 그래서 출석 체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노회원은 "총회가 불법으로 판결했기 때문에 출석 체크를 거부했다"고 했다.

비대위는 노회가 무산되자 따로 모여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장병기 목사는 "아예 출석도 안 하면 모르겠는데, 참석해 놓고도 대답을 안 하는 이런 기이한 상황은 여태껏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수원 목사는 "총회와 법원의 판결이 나왔는데도 일부 노회원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본다. 협력한 이들에게 유감스럽다. 어떤 상황이든 불의에 항거할 필요가 있다. 절대 수긍할 수 없다.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김수원 목사가 아무도 없는 회의장에 혼자 앉아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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