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에서 '4·16생명안전공원'(안전공원)이 세월호의 아픔을 추모하는 그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생명과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선언하는 대한민국의 소망이 안전공원에 담겨 있다고 했다.

안전공원은 2020년까지, 세월호 희생자 합동 분향소가 있던 화랑유원지 한편에 조성될 예정이다. 제종길 안산시장은 올해 2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추모 공간 조성을 위한 50인 위원회를 구성하고 국제 공모로 설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일부 주민의 극렬한 반대로 답보했던 안전공원 조성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정부와 지자체가 안전공원 조성을 위해 적극 나서는 가운데, 일부 안산시민은 여전히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안전공원을 '납골당'이라고 의도적으로 폄하해 표현하며 아파트 입구에 "세월호 납골당 결사 반대"라고 적은 현수막을 내걸고, 4월 11일에는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자유한국당 시·도의원 후보들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전공원 반대를 공약으로 가져와 이를 정치 쟁점으로 키우고 있다.

여전히 '납골당', '공동묘지' 운운
아픈 기억 떠올리고 싶지 않은 마음도
"땅값 때문은 절대 아냐"
공원은 생명·안전 교육하는 문화 공간
일반 납골당과 비교 불가

아파트 입구에서는 "세월호 납골당 결사반대"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안전공원을 반대하는 사람은 대부분 화랑유원지 인근에 거주하는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원곡동·선부동 주민이다. 이곳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은 4월 16일, 원곡동 A아파트에서 만난 한 주민은 "4년 동안 참고 살았는데 이제는 납골당이 들어온다고 한다. 주민 대다수가 불만이다"고 말했다.

A아파트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B아파트 역시 입구에 반대 현수막을 내걸었다. 김 아무개 관리소장은 "아파트 입주민 대표자 모임에서 결정해 현수막을 설치했다. 입주민들은 안산시 중심에 위치한 화랑유원지에 굳이 추모 공원을 설치할 필요가 있냐는 입장이다. 아픈 기억을 계속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을 결집해 안전공원 반대 활동을 펼치고 있는 '화랑유원지지킴이' 김대현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민들이 땅값 때문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정서상 자기 집 앞마당에 추모 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입장이다. 어떻게 공동묘지가 도심 한복판에 들어설 수 있느냐"고 말했다.

화랑유원지 전체가 추모 공원으로 바뀔 거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화랑유원지 이름이 추모 공원으로 바뀌고, 추모 시설이 가득 들어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시는 하루라도 빨리 화랑유원지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세월호 가족들을 비롯해 정부와 지자체의 안전공원 조성 계획은 일반 납골당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제종길 안산시장은 안전공원을 주민에게 도움이 되고 아름다운 명소가 되도록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미국 9·11 참사 추모 공간 그라운드 제로나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 추모 공원이 대표적인 예다.

안산시는 화랑유원지 전체 면적 약 61만 8000㎡에서, 약 2만3000㎡ 부지에 안전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반대 주민들이 납골당이라며 우려하는 봉안 시설은 전체 면적의 0.1%(660㎡)밖에 안 된다. 시는 안전공원을 환경 친화적 공간으로 꾸며 침체된 안산의 경제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다음 세대를 대상으로 생명과 안전을 강조하는 교육·문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김대현 대표는 "어떤 형태든지 추모 관련 시설은 받아들일 수 없다. 시 외곽에 설치하든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납골당 표현도 틀린 말 아냐"
안전공원 빌미로 표 모으는 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 "안산시 분열 말라" 비판
"전체 민심 아냐…자동 소멸될 것"

자유한국당 시·도의원 후보들은 안전공원 문제를 정치 쟁점으로 키우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몇몇 정치인은 일부 반대 민심을 6·13 지방선거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 장영수 경기도의원 후보와 강광주 안산시의원 후보는 안전공원 조성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세월호 납골당 화랑유원지 결사반대"라는 대형 현수막을 도심에 설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4월 4일 안산시의회 자유한국당 시의원들이 세월호 추모공원을 납골당으로 둔갑해 반대를 종용하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 진실을 왜곡하고 안산시를 분열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논평한 바 있다.

후보 측도 이러한 비판을 일부 인정했다. 강광주 후보 캠프 관계자는 4월 16일 기자에게 "(안전공원이) 납골당이 아니라 추모 공원이라는 점은 알고 있다. 심한 표현이라는 지적은 일부 인정한다. 하지만 봉안 시설이 일부 포함됐으니 납골당이라는 표현도 틀린 건 아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가 자유한국당 후보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416안산시민연대 이재호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부 야당 정치인이 지방선거에까지 '납골당' 프레임을 가져와 안전공원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이들이 민심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방선거가 지나면 자동 소멸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안전공원 조성이 한때 극심한 주민 갈등으로 무산될 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올해 들어 양상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정부와 지자체가 안전공원 조성과 이와 병행한 안산시 종합 발전 계획을 시민들에게 적극 홍보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참사가 있었던 곳에 어떤 형태의 추모 공원이 만들어졌고, 지역 주민 삶이 어떻게 개선됐는지도 알리려고 한다. 이를 통해 주민들이 갖고 있는 불만이 누그러지고 생각도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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