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신위가 마당 기도회 500회 기념 포럼을 열고, 앞으로의 갱신 운동 방향에 대해 고민했다. 사진 제공 갱신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을 규탄하고 서초 예배당 건축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 온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 마당 기도회가 500회를 맞았다. 매주 금요일에는 서초 예배당 앞에서, 일요일에는 강남 예배당에서 1주일 2회씩 모인 것이 어느덧 5년이 되었다.

사랑의교회 사태는 오정현 목사 논문 표절로 시작해, 3000억 원대 서초 예배당 입당 이후로 본격화했다. 오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서초 예배당에 들어가지 않고 강남 예배당에 남았다. 갱신위 교인들은 교회와 교단에서 제명·면직·출교를 당했고, 강남 예배당 철거 위협도 받았다. 그러나 사랑의교회 회계장부를 열람해 교회 재정 내역을 공개했고, 가장 최근에는 오정현 목사 청빙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사랑의교회 문제 핵심은 오정현 목사다. 하지만 단순히 오정현 목사를 규탄하는 것만으로 '갱신'이 될까. 이 고민은 갱신위가 태동할 때부터 있었다. 갱신위는 4월 15일 강남 예배당에서 마당 기도회 500회 기념 포럼을 열었다. 김원배 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공동회장), 권연경 교수(숭실대 기독교학과), 박흥식 교수(서울대 서양사학과), 갱신위 고직한 선교사, 배종민 집사가 '부흥으로 가는 갱신'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맡았다.

'대형화'와 '목회자 중심주의'
이끈 지도자와
막지 못한 공동체 모두 책임

발제자들은 '사랑의교회 사태'가 오정현 목사 한 사람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갱신위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뜻이었다. 오 목사와 '공범' 취급을 받는 게 불쾌할 수도 있지만, 발제자들은 갱신위 미래를 위해 현실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

권연경 교수는 "한편으로는 위로의 말씀만 해 드리고 싶지만, 아플 때 냉정하게 돌아보지 않으면 아픔으로만 끝나게 된다"며, 갱신위 교인들이 사랑의교회 사건을 계기로 더 성숙한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한국교회에 양적 성장을 좋은 것으로 여기고, 이를 이끄는 목회자를 맹신하는 문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랑의교회 사태도 본질적으로 이 토양에서 파생했다고 봤다. 그는 "좋은 목사, 나쁜 목사를 가려 잘잘못을 따질 게 아니다. 목사라면 무조건 신뢰하는 태도 자체가 문제다. 이 문제는 '대부분의' 교회에서 관찰된다. 사랑의교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금 여러분이 겪는 고통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여러분의 책임"이라고 했다.

그는 갱신위가 건강한 공동체를 세우기 위해 반성하고 묵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서초 예배당을 '우리 것'으로 만들려 한다면 교회사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 중심에서 벗어나 '마당'에 서야 하는 지금의 이 아픔이, 여러분에게 이전과 다른 자리에서 다른 시선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영적 갱신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야만 이 사건이 한국교회 역사에 의미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발제자들은 사랑의교회 사태에 교인들의 책임도 있음을 '인정'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세우기 위한 고민을 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사진 제공 갱신위

박흥식 교수는 '종교개혁사 관점에서 보는 사랑의교회 사태'라는 주제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특정 목회자를 쫓아내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그게 사랑의교회 사태 해결의 종착지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사랑의교회 사태의 본질은 한국교회에 만연한 목회자 중심 교회 운영과 교회 공동체 기능의 약화라고 본다. 이는 다른 교회에서도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보편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개혁을 통해 개신교회가 얻게 된 중요한 유산이 만인사제설이지만, 종교개혁가 이후로 평신도의 역할이 충분히 강조되지 않아 왔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특히 대형 교회에서는 교인과 목회자가 긴밀한 인격적 관계를 맺을 수 없고 공동체 내 역할도 제한되기 때문에, 결국 목사와 공동체 모두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했다.

박흥식 교수는 갱신위가 '소수파'로서 순수성을 유지하는 공동체가 되기를 기대했다. 교회사에서 지도자의 범죄나 이해관계 때문에 분열된 무수한 사례 중, 대체로 순수성을 유지하려던 이들은 소수로 남아 사명을 감당해 왔다고 했다. 역사상 가장 급진적이고 개혁적이던 프란치스코수도회도, 다수파는 제도권과 타협해 재산을 보유하고 제도화했지만, 소수파는 청빈 운동을 벌이며 끝까지 교황에 대해 가장 격렬하고 날선 비판을 이어 나갔다고 소개했다.

갱신위에서 순장을 맡고 있는 고직한 선교사는 갱신위 교인들과 오정현 목사가 '샴쌍둥이'라는 신재용 집사 글을 인용했다. 그는 "적잖은 교인이 이 글에 화를 낼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이런 인식이 있어야 마당 기도회를 500번이나 한 것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 대형화 물결에 오정현 목사뿐 아니라 교인들도 동조했음을 자각하고, 이제라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쳐야 한다고 했다.

고직한 선교사는 중세 가톨릭교회가 특정인을 검증 없이 성자화해 성화를 제작했던 '하기오그래피(hagiography)'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옥한흠 목사에게 분명 훌륭한 점들이 있었지만, 그에게도 시대적 한계가 있었고 사회·역사적 의식의 깊이에 약점이 있었던 점을 냉철하게 인정하자는 것이다.

고 선교사는 "잘못된 후임을 세운 데에서만 원인을 찾아서는 안 된다. 제자 훈련을 통해 순장을 배출하기만 하는 패러다임에 대한 반성도 있어야 한다. 이 패러다임은 교세를 확장하고 교회를 점점 대형화해서 메가 처치의 모델 교회가 되게 했다"고 자성했다.

'별일 없는' 사랑의교회
'대법원 판결' 언급 없어

"예장합동 교단 목사는 아니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첫 주일을 맞은 사랑의교회. 4월 15일 예배에서, 오정현 목사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당회원 일동으로 발표한 성명서도 교회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걸려 있지만, 주보 등 인쇄물에는 따로 실리지 않았다.

오정현 목사는 이날, 다윗이 우리야의 아내에게 범죄한 후 회개하고 회복되는 과정이 담긴 사무엘하 12장을 본문으로 '회개, 회복'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오 목사는 하나님을 업신여긴 다윗을 책망하고 회개하게 한 나단 선지자가 오늘날 우리에게도 필요하다고 설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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