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과 2018년

2006년에 교회 분쟁과 관련되어 획기적인 판결이 하나 나왔다. 다른 '비법인 사단'과는 달리 교회에 대해서는 인정해 오던 '분열'을 인정하지 않고, 교회가 소속 교단을 탈퇴하기 위해서는 정관 변경에 준하여 의결권을 가진 교인 2/3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는 판결이었다(2006. 4. 20. 선고 2004다37775 판결).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것이었으니 '전원합의체 판결' 형식으로 나왔고, 교회 내 분쟁 해결 방식과 관련하여 중요한 쟁점을 포함하고 있었으니 '다수 의견', '반대 의견', '별개 의견', '보충 의견' 등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이 판결 이후 교회 내에서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교회를 분열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게 되었고(물론 교인들 전부가 다 합의하는 방식의 '분열'은 가능하다), 소속 교단을 탈퇴하려면 전체 세례교인의 2/3 이상 찬성을 얻어야만 했다. 이 판결은 법리적으로는 명징했으나 교회 내 분쟁을 더 극렬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동하였다. 교회 자체적으로나 교단과의 관계에서나 분쟁의 탈출구가 좁아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2018년 지금 대법원에는 교회 분쟁과 관련하여 위 판결과 맞먹는, 아니 위 판결을 능가하는 사건이 계류되어 있다. 교인들이 목사를 해임한 것이 적법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사건이다(대법원 2017다290071 담임목사 지위 부존재 확인 사건). 이 사건에서 목사 해임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는지 아닌지에 따라 우리 사회의 교회 내 분쟁은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될 것이다. 좁아진 분쟁의 탈출구를 다시 넓힐 수 있는지 아닌지가 이 사건의 판결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정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위 사건의 판결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위 판결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회 분쟁의 가장 큰 원인은 목사

우리 사회에서 '교회 분쟁'은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동네에서도 분쟁 중인 교회의 모습을 종종 보게 되고, 대형 교회 분쟁에 대한 언론 보도도 끊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교회 분쟁이 급증한 이유로 여러 요인이 거론되고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담임목사의 무능과 전횡'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가 매년 발표하는 상담 현황에도 이런 점이 드러나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교회 분쟁을 전문적으로 다루게 된 필자에게 오는 상담 내용을 놓고 봐도 명확하다.

지금 언론 보도에 나오는 교회 분쟁 실태(사랑의교회, 청량리중앙교회, 성락교회, 서울교회 등)를 봐도 위와 같이 보는 것에 전혀 무리가 없다. 교회 내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담임목사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 교회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직관적으로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목사 전횡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들

교회 내 목사 전횡을 방지하는 제도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장치로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그런데 이것들은 한국교회에서 채택하고 있지 않거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먼저, 상급 기관의 인사 권한이다. 가톨릭을 생각하면 된다. 얼마 전 수원교구 모 신부의 성폭행 사건이 드러났을 때, 수원교구는 즉각 그 신부를 '직무 정지'하고, 이어서 사제직 박탈을 논의하였다. 수원교구가 이 일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처리하였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이 일로 수원교구 내 성당에 분쟁이 일어났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런 일이 개신교회 내에서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그 교회는 십중팔구 내부 분쟁 상태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노회나 지방회가 그 목사에 대해 즉각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도 낮고, 그렇게 했다고 해도 그 목사가 조치에 순종했을 가능성도 낮다. 삼일교회에서 우리는 그런 실례를 확실하게 경험하였다.

다음, 임기제이다. 목사 직무 수행 임기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목사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교인들은 임기 종료 시까지 기다릴 수 있다. 우리 교회의 경우, 부목사에게는 통상 1년이나 3년의 임기를 설정하는 데 반해, 담임목사에게는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위임목사라는 제도를 두고서는 교회가 영원히 목사에게 '위임'된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어느 단체나 대표자의 경우에는 임기를 두고 있고, 그것을 단체 민주주의의 가장 큰 표상으로 삼고 있는 데 반해, 교회는 그와 반대로 움직여 온 것이다. 최근 자체 정관을 제정하는 교회를 중심으로 목사에 대한 임기제를 두고 있는데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교단은 여전히 이렇다 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고, 목사들도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당분간 이런 움직임이 널리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권징 제도이다. 이 제도는 널리 채택되어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목사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목사에 대한 1차 권징 권한을 가지고 있는 노회가 목사에게 지나치게 온정적이고 편파적이라는 비판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권징 제도 자체가 범죄 사실에 대해 치리적 책임을 묻는 것이라 그 절차를 엄격히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재판국원은 대체로 법률 전문가로 구성되지 않아 판결의 권위와 신뢰가 담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인들은 이제 목사에 대해 범죄 사실 책임을 묻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과 품성 평가도 하고 있다. 따라서 권징 제도는 최후의 보루이기는 하지만 최선의 방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음, 해임 제도이다. 교인들의 일정한 찬성이 있을 경우 목사를 해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목사 지위를 불안하게 한다고 보아 반대하는 입장과 교인들 의사를 존중하는 제도라고 보아 찬성하는 입장이 갈려 있다. 교단 입장도 제각각이다. 이 쟁점에 대한 대법원 판결 선고가 조만간 있을 것인데, 필자는 교회 내 분쟁 해결을 위해서는 이 제도가 반드시 인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목사가 해임될 수 있어야 하는 이유

먼저, 신학적 측면이다. 하나님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성직자'는 없다. 그것이 개신교의 기본 입장이자 종교개혁을 통해 확인받고자 한 신념이다. 개신교가 가톨릭의 교황 체제를 비판하면서 태동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개신교의 교회에서 교황과 같은 절대적인 지도자가 인정될 여지는 없다. 그런데 현재 우리 사회에서 우리나라 교회의 문제점을 걱정하는 분들은 우리나라 교회의 목회자들이 중세 시대 '교황'과 비슷한 지위에 있다고 하면서 개신교 신학과 전통으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개신교단에 '사제주의'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목사가 사제라면 교인들이 목사를 해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목사는 사제가 아니다. 가르치는 장로이고 교회의 행정적 대표자일 뿐이다. 그에 맞는 대우는 할 수 있지만, 사제와 같은 지위를 부여할 수는 없다. 신학적으로 목사 해임의 걸림돌은 없다.

다음, 사회적 측면이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어떤 단체이든 대표자 지위를 교회만큼 강하게 보장하는 데는 없다. 한국에는 재벌 총수가 비견될 수 있을 것인데, 재벌 총수는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므로 이와 비교할 수는 없다. 사회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람이 대기업 대표이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대표이사는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 언제든지 해임할 수 있다. 임기를 정한 경우에도 그렇게 할 수 있고, 적법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도 불문한다. 우리는 작년에 대통령도 해임되는 것을 보았다. 대표자가 개임되지 않거나 해임되지 않는 단체를 민주적 단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지금 교회가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회 내 분쟁이 발생하면 해결할 방법이 없거나 오랜 시간 분쟁을 감내해야만 한다.

다음, 목회적 측면이다. 목사 입장에서 목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다수 교인을 상대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신앙적 지도를 하는 것에는 헤아릴 수 없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교인들의 생각과 요구도 제각각이어서 거기에 부응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교인들의 요구에 둔감하거나 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목사는 수시로 교인들 의사를 확인해서 그 뜻에 따를 필요성이 있다. 이럴 때 해임 제도는 적절한 활용 수단이 될 수 있다. 해임 제도는 몇 명의 교인이라도 목사를 반대하면 목사가 무조건 교회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청빙에 요구되는 정도의 교인이(현재는 2/3 이상) 해임을 요구하면 교회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 말은 곧 그 정도에 이르지 않는 경우에는 목사가 교회를 떠날 필요가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교회 내에 목사를 둘러싼 논란이 생길 경우, 목사는 해임을 걸고 교인들 의사를 물으면 된다. 목사가 범죄를 행한 것이 아니라면, 그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교회를 떠날 필요 없이 그대로 목회를 하면 된다. 목사가 그리하는 데도 계속 목사에 대해 반대하고 교회 내에서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은 교회의 질서를 파괴하는 사람으로서 권징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다음, 법적 측면이다. 교인들이 목사를 청빙하는 것은 민법상 '위임'에 해당한다. 위임계약은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임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위임계약인 '변호사 선임 계약'을 놓고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정 변호사를 선임한 당사자는 변호사 능력이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언제든지 해임할 수 있다. 시기나 사유에 어떤 제한이 있지 않다. 목사 청빙도 법적으로는 위임에 해당하므로 위와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 목사는 변호사보다 훨씬 더 강한 신뢰를 전제로 하므로 변호사보다 더 쉽게 해임할 수 있어야 한다.

교단과 법원의 실태

각 교단 헌법의 목사 해임에 대한 태도는, 명시적 인정, 명시적 부정, 애매함으로 나눌 수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 기독교대한감리회가 명시적 인정 태도를 취하고 있고,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 시행 규정을 통해 명시적 부정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그 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등 대부분 교단은 헌법에 아무 규정을 두지 않은 채 애매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법원은 다소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예장통합에 대해서는 명시적 부정 입장을 담고 있는 시행 규정을 근거로 부정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고, 다른 교단에 대해서는 법원에 따라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예장통합과 관련해서는 헌법 자체가 아닌 시행 규정에 기재되어 있는 하나의 조항을 근거로 목사 해임을 부정하는 것이 정당한지가 주된 쟁점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될 것인데, 그 판결에 따라 하급심 법원 입장이 정리될 것이다.

철밥통인가 순례자인가

필자는 수년 전에도 목사 해임과 관련한 글을 한 편 쓴 적이 있다. 제목이 '목사, 철밥통인가, 순례자인가'이다. 목사 해임이 인정되면 목사의 지위가 너무 불안해진다고 주장하는 분들에게는 필자는 여전히 이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

교회 내에서 안정적 지위를 구축하기 위해 목사가 되었던 것인가. 목사는 원래 선교의 사명을 띠고 '본토 아비의 집'을 떠나 '성문 밖'과 '광야'로 솔선해서 떠난 사람이 아니었던가. 교인 1/3의 지지도 얻지 못했다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사임하는 것이 성경적이기도 하고 또 민주적이지 않은가. 교인들이 원하지 않으면 철밥통이 아닌 순례자의 삶을 스스로 결단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정말 진지하게 이리 묻고 싶은 것이다.

스스로 결단하지 않는 목사들과 이를 방치하는 교단 때문에 한국교회는 세속 법정에 그 성쇠의 키를 맡겨 버렸다. 필자는 대법원에 위 사건을 공개 변론으로 진행할 것을 요청해 놓았다. 그 과정과 결론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조만간 나올 것이다.

강문대 / 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 <교회, 가이사의 법정에 서다>(뉴스앤조이) 저자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