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교육부가 4월 8일 자로 발표한 총신대학교 실태 조사 결과 중에는 '인삼 선물'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다. 김영우 총장이 2016년 2~3월, 교비를 사용해 학교와 관련 없는 목사·장로들에게 10만 원짜리 인삼을 명절 선물 명목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인삼 선물 명단과 영수증을 보면, 김영우 총장은 2월 22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00명과 143명에게 10만 원짜리 인삼을 보냈다. 3월 4일 100명, 3월 28일 57명에게, 이후 비서실에서 54명에게 추가로 선물을 보내는 등 총 454명에게 4540만 원어치 인삼을 선물했다. 명목은 '2016 구정(설) 선물비 또는 후원 교회 선물비'였다. 영수증과 함께 이름, 직분, 주소, 유선전화, 휴대전화 순으로 작성된 명단도 첨부했다.

문제는 김영우 총장이 인삼을 선물한 2016년 3월은 그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부총회장 후보로 나오려던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인삼 선물을 받은 454명은 2016년 3월 이전에는 총신대에서 별도의 명절 선물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설 명절에만 대규모로 선물이 발송된 것이다.

454명 중 2015년 총대는 총 392명으로 전체 86%를 차지했다. 실제 이들 중 315명은 2016년에도 총대를 연임했다. 인삼을 받은 사람 중에는 2015년에는 총대가 아니었지만 2016년 총대가 된 이도 3명 있었다. 나머지는 교단 내에서 영향력 있는 목사·장로 또는 일부 보직 교수와 교직원 등이었다. 김영우 총장 자신도 인삼 선물을 받았다.

김영우 총장이 교비를 사용해 교단 유력 목사·장로 454명에게 인삼을 선물했다. 부총회장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총신대보

당시 인삼 선물을 받았다는 한 목사는 "(명시적이지는 않았지만) 일종의 선거운동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사는 "그때는 모든 총대에게 빠짐없이 보낸 것으로 알았다. 엽서와 함께 이름까지 적어서 보내 줬다. 10만 원짜리인지도, 선거운동용인지도 몰랐다.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긴 했는데, 이런 의도를 알았다면 당연히 받지 않았을 거다. 교비에서 빼다 썼다고 하니 더 그렇다"고 말했다.

총신대 재단이사들도 업무 추진비로 총대들에게 인삼을 선물한 행위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한 이사는 4월 9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육부가 조사한 여러 가지 중) 다른 건 억지 같아 보였지만, 이 건은 문제 될 것으로 봤다. 개인적으로는, 학교 업무와 무관한 이들에게 선물을 줬기에 공금횡령이 될 거라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걱정이 돼서 다른 이사에게 물어봤더니, '1만 기도 후원 프로젝트 하는데 거기 동참한 교회들에 보낸 것'이라고는 하더라. 그러나 말이 그렇지 실제로는 총대들에게 준 것이니만큼 논란의 여지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지난 2월, 총신대 유정욱 교수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김영우 총장을 고발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은 곧 김 총장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도 실태 조사 후 이 사안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다고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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