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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중심 성폭력 매뉴얼 제작 시급

"가해자 및 주변인 행동 지침 들어가야 2차 피해 막을 수 있어"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8.04.11  1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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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교회 성폭력이 발생하면 당장 무슨 일부터 해야 할까. 피해 당사자는 물론 범죄 사실을 알게 된 교회 사람들 모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다. 평소 성폭력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면, 당황한 나머지 가해자 편을 들거나 피해자를 나무라는 등 2차 가해 당사자가 될 수 있다.

교회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구체적인 상황에 따른 매뉴얼이 있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수월할 수 있다. 교회 성폭력 매뉴얼을 만든다면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지 논의하는 워크숍이 열렸다.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홍보연 원장)과, 믿는페미, 감신대 총여학생회와 이 일을 고민해 온 개인 참여자들이 4월 10일 삼일교회(송태근 목사)에 모여 '하나님 가라사대 미투' 세 번째 시간을 함께했다.

'하나님 가라사대 미투' 워크숍 세 번째 시간이 4월 10일 삼일교회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처한 상황 따라 매뉴얼 다르게
"피해자 잘못 아니라는 점 명시"
"가해자 교회 복귀, 현실적으로 불가능"

참석자들은 ①피해자 ②가해자 ③피해자 주변 교회 사람들 ④가해자 주변 교회 사람들로 분류된 테이블에 흩어져 앉았다. 교회 내 성폭력이 발생하면 이렇게 다양한 그룹 단위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교회 내 성폭력 가해자 대부분은 목회자다. 이날 참석자들은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매뉴얼을 짰다.

피해자를 돕는 교회는, 성폭력 문제를 조사하고 피해자 편에서 이야기를 들으며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참석자들은 이를 위해 △교회 내 성폭력 사건 처리 위원회 구성 방법 △피해자 요구 사항 확인 후 법률·의료·상담 등 전방위적 지원 방법 △2차 가해 및 피해 사례 명시 △정기적인 가해자 예방 교육 방법 등을 매뉴얼에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먼저 피해 당사자는 자신이 잘못해서 성폭력이 발생한 게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가해자) 목사는 영적 존재가 아닌 사람이다"는 점을 꼭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피해 당사자가 교회에 이 문제를 털어놓을 수 없다면 전문 기관에 의뢰할 수 있도록 기관명과 연락처까지 구체적으로 안내하면 좋겠다고 했다.

워크숍 참석자들은 가해자 목사가 아무리 치료 과정을 거쳤다 하더라도 이전에 시무하던 교회로 복귀하는 문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교회는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도망치듯 떠나는 경우가 더 많다. 피해자는 떠났는데 가해자만 다시 그 교회로 복귀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했다.

참석자들은 상황별로 그룹을 지어 구체적인 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고민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가해자를 위한 성폭력 매뉴얼에는, 빨리 사과하고 무마하려는 것보다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거친 뒤 가해자 목사가 교인들에게 공식 입장을 표명하는 과정이 담겨야 한다고 했다. 피해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듣고 그 방법대로 사과해야 하며, 혹여 피해자 때문에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가해자는 절대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교회에서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은 '2차 가해'다. 가해자 목사 편에 선 사람들이 피해자를 비난하고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는 방법으로 2차 피해를 입힌다. 워크숍 참석자들은 가해자 주변인들의 역할이 매뉴얼에 구체적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평소 가해자와 친분을 유지해 온 사람이라면, 나와 친한 사람이 가해자가 됐을 경우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적극적이고 완전한 동의를 구했는지 물어보기 △피해자가 원하는 공개 수준을 결정할 때까지 기다리기 △가해자와 피해자를 돕는 그룹을 만든다면 중복 참여 피하기 △가해자 치리, 피해자 지원 부서를 분리하고 전체 총괄 조직을 구성하기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하지 않기 △가해자가 가해 사실을 모른다면 주변인들에게 알려 주기 등을 매뉴얼에 넣어야 할 내용으로 정리했다.

워크숍에서 논의된 구체적 상황에 따른 매뉴얼은 전문가 감수를 거쳐, 기독교대한감리회 양성평등위원회가 발간 준비 중인 성폭력 예방 교재에 수록할 예정이다.

이은재 전도사는 1999년 교계 여성 단체들이 발표한 '우리의 요구'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국내에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교회 내 성폭력 매뉴얼이 거의 없다. 국내 매뉴얼 소개를 맡은 이은재 전도사(성문밖교회)는 교계 여성 단체들이 1999년 발표한 '우리의 요구'를 소개했다. 여기에는 "교회는 교회법에 성폭력 범죄 규정과 성폭력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제정하고, 성폭력을 행한 목회자는 어떤 경우에도 파면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19년이 지났지만 그때의 요구는 유효하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 내 치리의 근간이 되는 헌법에 성폭력 목회자 치리 방안을 명시한 교단은 한 곳도 없다. 성폭력을 저지른 목회자를 치리할 수 있는 명확한 조문이 전무한 상황이다. 이은재 전도사는 큰 틀에서 보면 변한 게 없는 것 같지만, 기독교대한감리회 몇몇 연회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목회자 진급 과정에 필수 이수 과정으로 지정하는 등 조금씩 변화가 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교단에서는 성폭력 예방 지침을 만들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방안까지 소개하고 있다. 해외 사례 발표를 맡은 손하은 씨(워크숍 개인기획단)는 "미국장로회(PCUSA) 경우 헌법에 성폭력 지침서 수행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 교회에서 성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교회가 피해자의 재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책임 보험에 가입한 지역 교회도 있다"고 말했다.

개교회에서 성평등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당사자의 발제도 있었다. 청파감리교회(김기석 목사) 청년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믿는페미 더께더께(활동명)는 4월 8일 일요일에 있었던 청년부 내 공개 집담회를 소개했다.

'진짜 문제는 성차별'이라는 주제로 열린 집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성차별적 언어 지양 △신체 접촉 주의 △성별 고정 역할 타파 △성적 대상화 금지 등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나눴다. 그는 "많은 이야기가 오갔는데 조금은 추상적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결국 서로를 억압하기 위함이 아닌 더 배려해야 한다는 취지라는 데에 모두가 공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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