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농단 주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징역 24년, 벌금 180억 원.'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1심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세윤 재판장)는 4월 6일 박 전 대통령에게 "헌법적 책임을 방기해 국정 질서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 피고인 박근혜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당시, 한국 보수 개신교는 대부분 그와 집권당이었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 우호적이었다. 국가기관 선거 개입과 세월호 참사, 국정 농단 등 임기 내내 치명적인 의혹과 사건들이 터져도 박 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호하는 목사들이 있었다. '태극기 집회'라고 불렸던 '친박 집회'에도 기독교인이 많았다. 반면, 사회참여를 강조하는 복음주의권과 에큐메니컬 진영은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에 앞장섰다.

목회자들은 이번 선고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전화로 직접 물었다. "이와 같은 정치적 비극은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한국교회가 박 전 대통령에게 회개를 촉구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승적 차원에서 사면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방인성 "박 전 대통령, 지금이라도 참회해야"
김희헌 "불의 걷어내기 위한 역사의 성취물"
김형국 "맹목적으로 지지한 한국교회 회개해야"
정성진 "화해·상생 위해 사면도 고려해야"
소강석 "정치권, 반면교사 삼아야"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 / 재판부가 징역 24년 중형을 선고한 건 마땅한 일이다. 박 전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참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태극기 부대를 향해서도 "더는 집회를 하지 말라"고 말해야 한다. 바라기는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한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직접 그에게 찾아가 회개를 촉구했으면 한다.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한 한국교회도 반성해야 한다. 자신들이 얼마나 왜곡된 신앙과 분별력을 가지고 있었는지, 철저히 회개해야 한다. 동조한 세력들이 재판 결과에 머리를 숙이고, 잘못했다는 걸 보여 주길 바란다. 뼈아픈 반성 없이 우리 교회는 살아남지 못한다.

한국교회가 잘못한 게 너무 많은데, 이번 기회에 새로 거듭나야 한다. 반성에서 그치지 않고 지금 정부가 바른길을 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고, 평화를 위한 일에 동참해야 한다.

김희헌 목사(향린교회) / 이번 판결은 역사 안에서 불의를 걷어 내려는 성취물이자, 민중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한 긴 투쟁의 열매라고 본다. 한국교회는 이번 재판을 통해 그동안 얼마나 권력과 유착해 왔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개신교는 태동부터 반공주의·친자본주의·성장주의를 지향해 왔다. 이 때문에 정통 보수 세력과의 융합도 굉장히 쉬웠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권력을 좇게 됐고, 이명박·박근혜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 지점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

박근혜 지지자 중 길을 잃은 기독교인들이 아직 남아 있다. 보수 기독교가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고 버린 사람들 말이다. 그들을 방치하지 말고, 치유하고 끌어안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들을 (태극기 집회) 한복판으로 내몰았던 목회자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라도 반공주의, 대립주의를 걷어 내고 화합의 시대를 열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히 원죄 즉 반공주의·성장주의 등을 씻어 내고, 새 시대 부름에 응답하길 바란다.

국정 농단 의혹이 제기됐던 2016년 11월경, 기장 목회자들이 '박근혜 퇴진' 피켓을 들고 가두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김형국 목사(나들목교회) / 사필귀정이다. 너무 부끄러운 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맹목적으로 그를 지지한 한국교회도 회개해야 한다.

뼈저리게 회개해도 모자랄 판에 일부 기독교인은 태극기 집회와 같은 정치적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역사가 지난 다음 부끄럽지 않겠는가. 이제 이런 일은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 /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은 존중한다. 법은 만민 앞에 평등하니까. 다만, 나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고 싶다. 10%든 20%든, 말은 못 해도 (박 전 대통령을) 지금도 동정하는 사람이 많을 거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만져 주는 게 통치라고 본다. 이건 문재인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본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이) 법적 책임은 져야 한다. 그러나 혼자 사는 여자 잡아 놔서 뭘 하겠나. 적당한 시기에 대통령이 사면할 수 있다면, 넬슨 만델라와 같은 리더십을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화해와 상생을 위해서라도 특단의 조치가 있었으면 한다. (남한에서) 대화해의 역사가 일어나면 남북 문제도 잘 풀릴 수 있지 않겠나.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해선 안 된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 사법부 판결을 인정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개인으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지도자라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법은 엄정하다. 국민의 지도자였고,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법의 심판을 받은 거다.

나는 국정 농단이 터졌을 때,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조기 퇴진을 요청하는 편지를 쓴 바 있다. 그때 하야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정치권이든 어디든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길 바라고, 목사로서 정의와 평화가 입맞춤하는 세상이 오길 원한다.

탄핵 정국 당시 보수 기독교인은 박 전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교계 단체들도 박 전 대통령 선고와 관련해 입장을 내놨다. 한국기독교연합(이동석 대표회장)은 4월 6일 "전직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중형 선고가 인간적으로 매우 가슴 아프고 안타깝지만, 국민을 떠난 잘못된 권력이 얼마나 중대한 책임으로 되돌아오는지 분명히 보여 줬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대한민국에 부정, 불법과 결탁한 권력이 사라지고 밝고 투명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백종국 이사장)은 4월 9일 "부패한 권력, 아첨하는 교회, 무기력한 시민사회의 모습이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기독교와 시민사회는 우리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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