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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최측근이었던 목사, 강남 예배당서 설교한 이유

[인터뷰] 사랑의교회 부교역자 출신 이남정 목사

최승현 기자   기사승인 2018.04.06  16: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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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전계헌 총회장) 동서울노회가 소속 목사들이 사랑의교회 '강남 예배당'에서 설교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 지난해 4월 사랑의교회가 올린 '사역 정상화를 위한 청원'을 처리하기 위해, 노회는 '조사지도위원회'를 구성해 강남 예배당에서 설교한 적 있는 목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조사 대상이 된 목사는 세 명. 조사지도위는 이들을 몇 차례 소환했다.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의 설교 요청을 수락한 경위부터, 다시는 가지 않겠다는 각서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를 거부하는 목사에게는 최대 '면직'까지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지도위는 이번 4월 말 열리는 정기노회에서 결과를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 대상 중 한 명 이남정 목사(바람빛교회)는 최근 노회원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불공정한 조사 과정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이 목사는 그간 5번 강남 예배당에서 설교하면서 갱신위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했지만,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각서를 쓰는 것은 상처받은 교인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했다.

이남정 목사는 1999년부터 2008년까지 10년간 사랑의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일했다. 특히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오정현 목사 곁에서 일하며 가장 가까이서 그를 지켜본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탄탄대로를 달릴 수도 있었던 그는 왜 사랑의교회를 나왔을까. 그리고 왜 강남 예배당 설교에 응했을까. 4월 5일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이남정 목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남정 목사는 1999년부터 10년간 사랑의교회에서 일했다. 한때는 오정현 목사의 최측근이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행정 시스템 짜는 오정현 목사 최측근
30주년 비전 심혈 기울여 제작했지만
설교 도중 "원고 가져오라" 즉석 발표
'교인 기만' 모습에 실망해 사임

- 사랑의교회에서 오랫동안 부교역자 생활을 했다. 사랑의교회는 어떻게 가게 됐나.

고든콘웰신학교에서 공부하다가 사랑의교회에서 이력서를 넣어 보라는 제의를 받았다. 1999년부터 사랑의교회 부교역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4년까지는 대학청년부에서 활동했고, 오정현 목사가 2004년 2대 담임목사로 취임한 이후에는 2008년까지 '대외행정목사'를 지냈다.

- 대외행정목사는 어떤 직책인가. 오정현 목사와 가까웠나.

표현이 좀 그런데, 오정현 목사의 최측근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정현 목사와 많이 사역했다. 2006년부터는 교회 파송을 받아 새들백교회(릭 워렌 목사)에 연수를 갔다. 새들백교회 행정 시스템을 배워 오라는 뜻이었다. 새들백교회에 있으면서 행정목사(EP·Executive Pastor) 모델을 사랑의교회에 들여왔다(사랑의교회는 지금 이를 DP목사라고 칭하고 있다 - 기자 주).

- 오정현 목사의 신뢰를 많이 받았나.

원래는 알지 못했고 교류도 없었지만, 같이 사역하면서 오정현 목사와 개인적으로도 많이 가까워졌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 목사 주위에는 사람이 없다. 늘 나에게 했던 말이 "배신하지 마라"였다. 만날 때마다 식사하면서도 "나와 같이 가자"고 했다. 주위에 그를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들만 남아서인 것 같다. 본인이 그렇게 행동하는 측면도 있고.

- 2008년, 사랑의교회 창립 30주년 행사 총괄을 맡았다고 들었다.

2008년 1월 (미국 새들백교회에 있을 때) 서울에서 잠깐 들어오라고 했다. 갔더니 교회 30주년 행사를 나에게 맡겼다. 원래 담당했던 분이 개척해서 나가게 되면서, 나에게 그 일을 맡긴 것 같다. 그때부터 한 달에 2주는 새들백교회에 있고, 2주는 한국에 들어와 사랑의교회에서 일했다.

30주년 행사의 제일 중요한 목적은 앞으로의 30년을 대비하자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교회는 '4대 비전'이라는 걸 사용해 왔다. 옥한흠 목사가 25년 교회를 이끌어 왔으니, 나는 이제 오정현 목사 위주의 새 비전을 발표해야 한다고 했다.

5대 비전 'HEART'가 이때 나왔다. 교회 역사를 다 뒤져서 비전과 철학을 정리해 수차례 보고했다. 그러나 오정현 목사에게 거듭 무시당했다. 그의 관심사는 대형 집회였다. 오 목사는 5월에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집회를 열고 싶어 했다.

사랑의교회가 2008년 30주년을 맞아 발표한 슬로건 HEART. 사랑의교회 옛 홈페이지 갈무리

- 오정현 목사가 슬로건에 별 관심이 없었다고 했는데, 어떻게 나올 수 있었나.

사랑의교회 순장반은 여름에 두 달을 쉰다. 이 브레이크 타임에, 담임목사는 해외에 다녀오는 등 하반기 구상을 한다. 하반기 시작에서 제일 중요한 게 순장 수련회다. 그게 하반기의 스타트다.

지금 생각해도 상상이 안 되는 부분인데, 오정현 목사가 (순장 수련회) 설교를 준비하지 않았다. 설교 도중 비서실에서 내게 전화가 왔다. 아마 본당 인터폰으로 전화했던 것 같다. '30주년 비전'을 본당으로 가져오라는 것이었다.

프린트해서 본당에 올라가서 전달했다. 사실 오정현 목사는 거기서 그걸 처음 봤다. 앞으로 30주년을 이끌어 갈 교회 비전이 그렇게 발표됐다. 그 모습을 보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행사가 끝난 후 오정현 목사가 불러서 집무실로 올라갔다. 그가 HEART 이니셜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단어를 집어넣었다. 영적 재생산, 목자의 심정 등 본인이 좋아하는 단어가 몇 가지 있다(사랑의교회는 2016년 교회 슬로건을 G'LOVE로 바꿨다 - 기자 주).

여러 계기가 있기는 하지만, 그 일이 사표를 내는 도화선이 됐다. 목회 진정성에 대한 문제이니까. 이런 식이면 어떤 행사를 하든 교인들을 기만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나쁜 모양으로 사임한 건 아니다. 사랑의교회에서 2011년에 다시 행정목사로 돌아와 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해 오기도 했다.

2015년 3월 강남 예배당에서 마당 기도회를 인도하고 있는 이남정 목사. 사진 제공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

철제 펜스 친 강남 예배당 보고 충격
노회, 설교 및 페이스북 글까지 사과 요구
"고통받는 교인 외면하는 게 목사인가"

- 2014년 3월 강남 예배당 설교자로 처음 가게 됐는데, 계기가 있었나. 앞서 논문 표절 문제나 예배당 신축 때는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페이스북에서 강남 예배당에 철제 펜스를 두르고 집기를 들어낸 사진을 보고 경악했다. 어떻게 교회가, 특히 사랑의교회가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충격을 받았다. 내가 알고 있는 신앙 상식으로 말이 안 됐다. 여기 있는 교인들은 상당히 오랜 기간 사랑의교회에 충성해 온 사람들인데, 아무리 그들의 주장이 억측 같아 보여도 같이 신앙생활했던 교인을 이렇게 폭력적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 싶었다.

화가 나서 페이스북에 "우리가 눈감지 말아야 한다. 이단도 아니고 뭐하는 짓이냐"고 글을 썼다. 마침 대학로에서 레스토랑을 빌려 작게 모이고 있을 때였는데, 내부 인테리어 공사로 2주간 건물을 못 쓰는 상황이었다. 교인들에게 "우리도 강남 예배당 가서 예배하자"고 했다. 그 주에 갱신위에서 설교를 부탁해 왔다.

- 마당 기도회에는 총 몇 번이나 갔나.

세어 보니 다섯 번 갔더라. 세 번은 주일 오전 열리는 기도회에, 두 번은 오후 기도회에 갔다. 가서 사랑의교회나 오정현 목사를 비판하는 설교를 하지도 않았다. 첫 설교는 '너희가 받은 세례가 무엇이냐'는 주제로, 그리스도인으로서 깨어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나머지 설교도 마찬가지였다.

- 동서울노회에서는 설교 내용과 상관없이 강남 예배당에 간 것 자체가 '해害교회' 행위라는 입장이다.

노회 조사지도위원들에게 "내가 한 설교는 들어 봤느냐"고 물었더니, 들어 볼 필요도 없다고 하더라. 예장합동 총회 헌법에 당회 허락을 받지 않은 모임은 불법이라고 돼 있다고 했다. 갱신위는 불법 단체인데, 왜 거기 가서 설교하느냐는 것이었다.

지난해 6월, 처음으로 소환됐을 때는 노회장이 젠틀하게 대했다. 사랑의교회에서 '정상화 청원'이 들어와 어쩔 수 없다기에, 나도 노회 입장은 이해한다고 했다. 노회는 만약 또 가서 설교하면 그때는 심각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

노회에 다녀온 그날 저녁, 페이스북에 법 조항을 문자적·축자적으로 왜곡한 게 누구냐는 글을 올렸다. 노회를 비판하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후 노회 서기가 글을 내리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서기 목사는 노회 명예 실추에 대해 소셜미디어에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다시 강남 예배당에서 설교하지 않겠다는 각서도 쓰라고 했다. 나는 이 사건과 상관없는 노회원들에게까지 불명예를 줬다면 사과하겠지만, 설교하지 않겠다는 각서는 쓸 수 없다고 했다.

그때부터 조사지도위원들이 '면직' 운운하면서 폭력적인 태도로 대했다. 오정현 목사를 철저히 두둔하는 데서 공정성도 찾아볼 수 없었다.

- 사랑의교회가 상회비를 많이 내니 노회가 눈치를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알아서 눈치를 보는 거다. 사랑의교회 문제도 아닌데 왜 소셜미디어 글까지 조사지도위가 간섭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이 일이 불거지기 전, 노회에 이명 신청을 했다. 선교적 교회를 꿈꾸는 목사가 많이 있는 노회로 가려 했다.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 일이 터졌다. 노회는 이명을 허락해 주지 않았다.

이유를 물으니 "흠결 있는 목사를 다른 노회로 보내는 건 실례"라고 하더라. 잘 지도한 이후 흠결을 씻어서 보내 줘야 우리가 떳떳하지 않느냐는 식이었다. 또 한 사람은 처음 보는 목사인데 "우리가 사랑하는 이 목사 위해 이렇게까지 기회 주는데 왜 각서를 쓰지 않느냐"고 하더라. 만일 여기서 각서를 못 받고 놔주면 다른 노회로 이적해 강남 예배당에 마음껏 갈 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나는 갱신위에 전할 메시지는 다 했다고 본다. 더 이상 설교하러 갈 생각도 없었다. 조사지도위에 가서도 "나는 할 말은 다 했기 때문에 더 이상 갈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위원들이 "그러면 왜 각서 안 쓰냐"고 하더라. 가지 않는 것과 각서 쓰는 것은 다르다고 답했다. 각서를 쓴다는 건 고통받는 성도들에 대한 배신이다. 목사로서 그럴 생각은 없었다.

- "고통받는 교인들의 아픔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말에 대한 노회 반응은 어땠나.

사랑의교회를 오래 다닌 교인 중 대장암으로 투병하는 분이 있었다. 말기가 되고 증상이 악화해 호스피스로 이동하기 전,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기도하기 위해 교인들과 찾아갔다. 그 집사님은 몸이 바짝 마른 상태였지만 자기 건강보다 교회 문제 때문에 그렇게 울면서 고통스러워했다.

많은 교인이 교회 때문에 마음 아파한다는 얘기를 조사지도위원들에게 해도 "거기 갈 수 있는 목사가 당신 혼자뿐이냐. 왜 11시 예배에 네 양 놔두고 가냐. 돈 받으러 가냐. 청빙 때문에 가냐" 이런 소리를 하더라.

사랑의교회 문제에서 누구 편을 들 생각은 없다. 다만 구약에 나타난 하나님은 편파적이었던 분이다. 고통받는 자와 약자의 편에 항상 서 계셨고 그래서 예수님을 보냈다. 가진 자와 기득권을 노회가 대변하려 한다면 성경이 이야기하는 길과는 다르다. 설령 약자 곁에 서지 못할지라도 최소한의 공정성과 정의를 가져야 하지 않나.

- 지난해 기자와 통화할 때 "노회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목사직에 미련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목사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믿는 자라면 모두가 목사 아닌가. 어떤 신학교 나왔는지 따지고, 라이선스 받은 걸로 목사냐 아니냐 하는 게 웃기다. 목사 안 해도 다른 방식으로 하나님나라 일을 하면 된다.

사랑의교회와 새들백교회에 있으면서 '교회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끊임없이 했다. 릭 워렌 목사를 정말 존경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안에서 미국 대형 교회가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얼마나 비즈니스로 운영되는지 속사정도 보게 됐다.

지금 있는 교회에서는 수평적 리더십을 실험하고 있다. 목사가 가질 수 있는 권위는 거의 다 제거했다. 평신도라는 말도 쓰지 않는다. 역할만 나뉘어 있을 뿐이지 수직적인 관계는 아니다. 나는 기능적으로만 목사 일을 하고 있다.

대형 교회의 속사정을 본 이남정 목사는 목사의 권위를 내려놓는 교회를 꿈꾸고 있다. 기능적으로만 목사의 역할을 수행할 뿐, 수평적인 공동체를 지향한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남정 목사가 노회원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나치 정권하에서 자신의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했고 그래서 무죄라고 주장했던 아이히만의 오류를 생각하시길 간청드립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유대인 학살의 직접적 책임자 중 한 명인 아이히만은, 자신은 명령을 수행한 공무원일 뿐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다. 한나 아렌트는 그를 보며 "당신의 죄는 생각 없음(사유의 불능)"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아마 5일쯤 노회원들이 편지를 봤을 것이다. 단 사랑의교회 소속 목사들에게는 보내지 않았다. 보내 봐야 종이만 아까울 것 같다"고 말했다. 동서울노회 봄 정기노회는 4월 9~10일 사랑의교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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