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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에서 드린 마지막 세월호 목요 기도회

"신앙인으로서 살길 가르쳐 줘…진상 규명은 이제 시작"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8.04.06  11: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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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예수가 십자가에서 못 박히고 난 뒤 제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들은 겁에 질려 있었다. 사람들이 자신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스승을 잃은 지 3일째 되는 날, 제자들은 한집에 모여 있었다. 문이란 문은 모조리 닫아걸고 두려움에 젖어 있었다. 갑자기 낯선 남성이 나타나더니 그들에게 소리 내어 인사했다. "샬롬(안녕)!"

예수는 제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한 뒤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요 19:20)." 4월 5일, 안산 합동 분향소에서 열린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는 목요 기도회 마지막 시간. 그간 목요 기도회를 주관한 김영명 목사는 "예수가 나도 너희를 보낸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는 세상에 보냄 받은 자들이다. 오늘 우리가 이 기도회 이후 흩어지지만 다시 모이는 그날까지, 예수께서 주시는 희망과 용기 가운데 하나님의 '안녕'을 누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분향소에서 하는 마지막 세월호 목요 기도회가 4월 5일 열렸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가족들은 2015년 1월 8일 처음 목요 기도회를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기독교인 세월호 가족들은 하나님께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말씀을 외면하는 한국교회, 자신들의 아픔을 공감해 주지 않는 목사와 교인들, 무엇보다 사랑하는 아이들이 그렇게 떠나가도록 방치한 하나님을 보며, 교회와 신앙에 회의가 들었다.

가족들은 장로회신학대학교 동아리 하나님의선교 학생들과 오상열·김영명 목사와 함께 매주 성경을 묵상하고 기도했다. 이후 소식을 들은 여러 교회와 단체가 참여해 한 주씩 돌아가면서 목요 기도회를 주관했다.

이날 목요 기도회에는 예은 엄마, 창현 엄마, 순영 엄마, 아라 엄마를 비롯해 기독교인 30여 명이 모였다. 그동안 광화문·청운동·안산 등에서 세월호 가족을 위해 피켓을 들거나 서명을 받았던 이들이 참석했다. 3년 전 목요 기도회를 시작했을 때 대학생이었던 하나님의선교 학생 중에는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 오랜만에 분향소를 찾은 사람도 있었다. 분향소에서 여는 마지막 목요 기도회라는 소식을 듣고 급히 휴가를 쓰고 달려온 이도 있었다.

4주기 합동 영결식 이후 분향소는 철거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창현 엄마 최순화 씨는 참사 이후 얻은 수많은 질문을 목요 기도회에서 부분적으로나마 해결할 수 있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창현 엄마 최순화 씨는 참석자들에게 가족들 근황과 함께 3년간 기도회를 하면서 느꼈던 소회를 전했다. 그는 "목요 기도회라는 시간이 없었다면 신앙인으로서 사는 것이 힘들었을 것 같다. 참사 이후 수많은 질문이 있었다. 아직 확실한 답을 얻은 건 아니지만 최소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기도회를 찾은 많은 교회와 교인이 우리들과 함께해 주는 모습을 보며,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배움을 얻었다. 덕분에 가족들이 오늘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이 지나면, 다시 우리만 남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도 든다. 함께해 준 분들에게 배운 점을 밑거름 삼아 잘해 나가겠다.

기도회를 찾은 교회들이 없었다면 분향소를 지금까지 유지하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 여러분의 도움으로 분향소와 예배실을 유지할 수 있었다.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다.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계속 함께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가족들이 원하는 건 진상 규명이다. 겉으로 보면 다 해결된 것 같지만 진상 규명은 이제 시작이다. 우리와 함께 목소리를 내 달라."

기도회 마지막 순서로 참석자들이 서로 마주보며 '그날이 오면'을 불렀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단체 사진도 찍었다. 언젠가 다시 보자는 의미로. 뉴스앤조이 박요셉

참석자들은 성경을 다 같이 소리 내어 읽으며 말씀을 묵상했다. 겁에 질려 있는 제자들에게 부활한 예수가 찾아와 그들을 달래고 위로하는 내용이었다. 본문에서 예수는 무서워 떨고 있는 제자들에게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이라고 인사하며 나타난다. 기도회를 인도하던 김영명 목사는 "이것은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안녕'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풀이했다.

"본문에 나오는 예수님처럼, 우리 기독인들이 오늘날 세월호 가족들에게 아무 거리낌 없이 '안녕'이라고 인사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모든 진상이 규명되고 억울함이 풀려, 우리가 서로 '안녕'이라고 나누는 그날을 소망했으면 좋겠다. 예수님이 주시는 희망과 용기로 힘을 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날 참석자들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며 '이곳에서 드리는 마지막 기도'를 올렸다. 기도문은 2015년 목요 기도회가 시작했을 때부터 기도회에 참석해 온 하나님의선교 김지웅 씨가 작성했다.

"주님, 그동안 이곳에 모여 주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어떤 날은 하나님께 화난 마음으로, 어떤 날은 하나님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또 어떤 날은 어이없게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곳을 찾고는 했습니다. 이곳에서 목요일마다 울었고, 웃었고, 기도했고, 소식을 전했고, 또 함께 기도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함께 떡과 잔과 우정을 나눴습니다.

주님, 이제 이곳 분향소와 예배실을 정리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이후 우리 모임이 어떤 모습이든, 우리가 늘 주님 안에서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생명을 살리고 사랑을 실천하고 서로의 눈물을 닦아 주게 해 주십시오. 이별했던 모든 이들과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하나님나라를 이루게 해 주십시오."

세월호 가족들은 아직 합동 분향소 내 기독교 예배실을 대신할 장소를 찾지 못했다. 이들은 일요일과 목요일 각각 예배와 기도회를 할 수 있는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가족들은 4월 15일 안산 합동 분향소 야외 공연장에서 열리는 4주기 기억 예배를 끝으로 당분간 예배와 기도회를 중단하기로 했다. 3년 동안 신앙의 변화와 깨달음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보낸 뒤, 5월 초부터 예배와 기도회를 재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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