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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70주년 추념식 "착한 사람들 왜 그렇게 학살했나"

생존자 100명 및 도민 1만 5000명 참여…文, '완전한 해결' 약속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8.04.03  17: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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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제주에 봄이 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념사를 끝내자, 제주도민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4월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70주년 4·3 사건 희생자 추념식에서 생존자와 유가족 앞에서 공식 사과했다. 그는 "국가 폭력으로 말미암은 모든 고통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깊이 사과한다.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70주년을 맞는 제주 4·3 사건은 추념일 전부터 전국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주요 언론은 4·3 사건을 다룬 특집 기사를 보도하고, 제주를 비롯한 서울·부산·일본 등에서는 추념일을 전후로 각종 추모 행사가 열렸다.

추념식의 규모도 평소보다 커졌다. 12년 만에 대통령이 참석하고, 국회의원도 사상 최대 인원인 50여 명이 참석했다. 4·3 생존자 100여 명과 제주도민 1만 5000여 명은 이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올해로 4·3 사건이 70주년을 맞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침묵 강요받은 유족들
4·3특별법 개정 및 명예 회복 요구
문재인 대통령 △유해 발굴 사업 
△배·보상 △국가 트라우마 센터 약속

매년 겨우내 핀 동백꽃이 지고 노란 유채꽃이 개화하는 4월 3일이 되면, 제주 전역에는 4·3버스가 순환한다. 버스는 아침 일찍 각 지역에서 주민들을 태우고 4·3평화공원으로 향한다. 이날 4·3버스에서 만난 김두생 할머니(서귀포시 예래동 거주)는 "매년 제주에 있는 전세 버스가 모두 동원된다. 추념식에 가면 고향 친척, 친구들을 모두 만난다"고 했다. 서귀포시 토산리 출신인 김 할머니도 4·3 사건으로 아버지를 잃었다.

4·3평화공원을 찾은 도민들은 저마다 양손에 국화와 음식 보따리를 쥐고 있었다. 이들은 공원 내부에 설치된 각명비 앞에서 국화와 과일을 놓고 고인을 추념했다. 비석에는 4·3 사건 희생자 1만 3903명의 이름·성별·나이·사망일·거주지 등이 각명돼 있었다. 몇몇은 땅바닥에 앉아 비석을 만지작거리며 겉에 새겨진 이름을 멍하니 바라봤다.

매년 4월 3일이 되면 제주 전역에서 추모객들이 4·3평화공원을 찾는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같은 마을에서 희생된 이들은 대부분 사망 날자가 똑같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4·3 사건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들은 오랫동안 침묵을 강요받으며 살았다. 이날 추념식에서 그들의 설움 어린 심정을 들을 수 있었다.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쓴 편지를 낭독한 유족 이숙영 씨는, 4·3 사건으로 남편과 큰아들을 잃고 '착한 사람들을 왜 그렇게 학살했냐'고 호소할 데 없이 매일 밤 흐느끼며 울분을 달랜 어머니를 떠올렸다.

"4·3 사건, 예비검속, 행방불명, 연좌제 등 이 아픈 단어를 가슴에 새긴 채 숨죽여 살아온 70년. 이제 밝혀지는 4·3의 진실, 바로 세워지는 4·3의 역사 앞에 설움을 씻으며,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는 날. 긴 세월 마디마디 묻힌 한을 풀어놓으시고 편히 잠드십시오."

제주4·3유족회 양윤경 회장은 4·3 사건이 엄연히 대한민국 역사지만, 많은 국민이 이 사건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말하면 안 됐기에 모를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우리 현대사에 큰 비극을 제대로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4·3특별법을 개정하고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해,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전환점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70주년 4·3 사건 희생자 추념식에서 공식 사과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1만 5000여 명의 도민이 추념식에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문재인 대통령은 4·3 사건 생존자와 유가족 앞에서 "4·3의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다짐했다. 그는 "국가 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해 발굴 사업 지속 △배·보상 문제 해결 △국가 트라우마 센터 건립 등도 약속했다.

4·3 사건은 좌·우의 극렬한 대립이 낳은 참혹한 비극이었다. 하지만 4·3 희생자들과 제주도민들은 이념이 만든 불신과 증오를 뛰어넘었다. 문 대통령은 4·3에서 '빨갱이'로 몰렸던 청년들이 한국전쟁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조국을 지켜내고, 갈등이 컸던 4·3유족회와 제주경우회가 2013년 조건 없는 화해를 선언한 일들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낡은 이념이 만들어낸 증오와 적대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제주는 깊은 상흔 속에서도 지난 70년간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외쳐 왔다. 이제 그 가치는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으로 이어지고, 인류 전체를 향한 평화의 메시지로 전해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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