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가 2018년 부활절 예배를 서울 남산공원에서 '평화가 있기를'이라는 주제로 3월 31일 밤 11시에 진행했다.
교회협은 남산공원을 예배 장소로 선정한 것은, 일제 수난의 역사와 민주화 운동의 아픈 흔적, 그리고 한국교회 첫 부활절 연합 예배가 열린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북 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 평화의 기운이 확산되는 시점에, 고난을 돌아보고 교회가 서야 할 자리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부터 일제 신사참배가 이뤄지던 남산 조선신궁터와 신사 계단 등을 순례하는 형태로 예배를 진행했다.
밤 11시가 되자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예배가 시작됐다. 이훈삼 목사(주민교회) 사회로 부활 초가 점화됐다. 참석자 60여 명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차별과 혐오를 당하는 이들에게, 세월호 참사로 아파하는 모든 이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새 빛을 달라"고 기도했다.
이후 부활 초와 성경책을 들고 300m를 걸어 조선신궁터가 있던 곳으로 이동해 '말씀의 예전'을 이어 나갔다. 성경 봉독 시간에는 두 번째 본문으로 독립선언서 일부를 읽었다. "새 하늘과 새 땅이 눈앞에 펼쳐지누나. 힘의 시대는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오누나. (중략) 양심이 우리와 함께 있고, 진리가 우리와 더불어 전진하나니, 남자, 여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흠침한 옛집에서 힘차게 뛰쳐나와 삼라만상과 더불어 즐거운 부활을 이룩하게 되누나"에서 독립선언서가 선언하는 '부활'의 의미를 되새겼다.
채수일 목사(경동교회)가 '어처구니없는 말'이라는 주제로 설교했다. 채수일 목사는 "죽은 사람이 살아난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말이지만,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는 "전쟁과 테러, 로힝야 난민에 대한 인신매매가 더 어처구니없는 것 아닌가. 자식을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부모, 부모까지 죽이는 자식, 세계 인구 1/6이 하루 1달러로 살아가는데, 한국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은 연간 9000억 원에 이르는 현실이 더 어처구니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채 목사는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우리 시대의 전쟁·테러·분단·폭력·분열·차별의 영을 쫓아내는 진짜 '어처구니'가 되도록 부르고 계신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남산 야외음악당 내 김구 선생 동상 앞 공터에서 성찬식을 거행하고 부활절 예배를 마쳤다. 이 시간에는 교회협과 북한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이 공동 발표한 '2018년 부활절 남북 공동 기도문'을 발표했다. 남북은 "우리 민족의 부활은 조국 통일"이라며 "모처럼 이 땅에 찾아온 평화의 기운을 살려, 우리 민족 스스로의 힘으로 하나가 되게 해 달라"고 함께 기도했다.
이홍정 총무는 "식민지 근대성의 왜곡된 모습과 분단 모순된 근대성이 겹겹이 쌓인 현장에서 부활 첫 예배를 드렸다. 식민의 십자가와 분단의 십자가 아래에서, 식민 지배로 고통당한 민중의 이름과 분단·냉전의 질곡 속 고통당한 사람들의 이름을 새기며 모였다. 하나님이 주시는 평화를 누리며 부활 첫 예배 드릴 때, 식민과 분단 역사 속에서 고통당한 사람 모두 부활하는 참다운 경험을 했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남북 공동 기도문 전문.
2018년 부활절 남북/북남 공동 기도문 주님은 우리를 구원하심으로 우리의 하느님이시나이다. 창조주시여, 오 주님, 왜 우리는 의로운 아벨의 길을 따르지 못했나이까? 하늘에 계신 삼위일체시여, 사람의 친구이신 하느님, 우리는 당신 앞에서 밤새워 간구하나이다. 하느님, 당신의 종들인 우리가 당신의 부활을 보게 하여 주소서. 우리 민족의 부활은 조국 통일이옵니다. 2018년 4월 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