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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과 그리스도인] "우리에게 4·3으로 흘린 눈물이 있습니까"

70년 만에 열린 제주 4·3 교단 연합 예배…600여 명 참석해 회개와 각성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8.03.31  14: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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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사건이 70주년을 맞습니다. <뉴스앤조이>는 올 한 해 이 비극적인 사건을 구체적으로 돌아보며, 특별히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이 4·3 사건과 어떻게 관련돼 있는지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많은 이가 제주 4·3 사건을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잘 모릅니다.

한국교회는 이 사건과 깊이 연루돼 있는데도 그동안 4·3의 진실을 규명하거나 아픔을 어루만지는 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외면해 온 역사를 직면하면서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며, 우리 신앙을 어떻게 재정비할지 함께 성찰하고자 '4·3과 그리스도인'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 4·3특별취재팀

"내 눈이 눈물에 상하며 내 창자가 끊어지며 내 간이 땅에 쏟아졌으니 이는 딸 내 백성이 패망하여 어린 자녀와 젖 먹는 아이들이 성읍 길거리에 기절함이로다. 그들이 성읍 길거리에서 상한 자처럼 기절하여 그의 어머니들의 품에서 혼이 떠날 때에 어머니들에게 이르기를 곡식과 포도주가 어디 있느냐 하도다(애 2:11-12)."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선지자 예레미야는 패망한 나라와 무너진 성전을 보며 깊은 절망에 빠진다. 그가 남긴 노래(애가)에는 그가 겪은 아픔과 괴로움이 자세히 드러난다. 눈물이 강물처럼 흐르고(1:16),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을 겪다(2:11) 결국에는 하나님을 향한 마지막 희망까지 내려놓는다(3:18).

예레미야를 더욱 괴롭게 한 건 백성들이 매일같이 겪는 고통이었다. 아이들은 배고픔을 못 이겨 엄마 품에서 숨을 거두고, 거리에는 젊은이와 노인들이 쓰러졌다. 청년들이 칼에 도륙을 당하고, 부모들은 자신들이 낳은 아기를 삶아 먹었다. 예레미야의 눈물은 마를 새가 없었다.

설교를 전하던 신관식 목사(법환교회)는 예레미야가 느낀 슬픔과 참담함을 소개하며 교인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우리에게 4·3 사건 때문에 흘린 눈물이 있는가."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이제라도 제주도민과 함께 울고 아파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신 목사는 말했다.

70년 만에 제주 교회가
모일 수 있었던 이유

제주 교회가 70년 만에 4·3 연합 예배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제주교단협의회(제주교단협·신관식 회장)는 3월 30일 성안교회(류정길 목사)에서, '4·3 70주년 치유와 회복을 위한 연합 예배'를 열었다. 제주 교계에서 연합 기관이 4·3 사건을 위한 행사를 준비한 건 70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제주 교회가 4·3 사건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을 인식해, 침묵과 외면으로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교회가 4·3을 외면했던 건 아니다. 희생자를 추모하고 과거를 반성하는 움직임이 부분적으로 있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제주노회는 10년 전부터 매년 4·3 평화 기행을 진행해 왔다. 제주도를 비롯해 육지에 있는 여러 교회를 초청해 유적지를 돌고 유가족을 만나며 4·3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평신도들로 구성된 '치유와평화를기원하는그리스도인모임'도 2014년부터 매년 4월 3일을 전후로 4‧3 추모 예배, 역사 순례, 평화 음악회 등 의미 있는 행사를 열고 있다.

제주교단협이 70년 만에 예배를 열 수 있었던 것은 앞서 4·3을 기억하고 아픔에 동참하기 위해 노력한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 교회가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문제를 제기해 왔고, 이에 공감한 일부 목사들이 연합 예배를 준비했다.

4·3 70주년 연합 예배에는 제주 전역에서 650여 명이 참석했다. 4·3평화재단 양조훈 이사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석문 제주교육감,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등도 함께 자리했다. 예배 사회자 박명일 목사(제주국제순복음교회)는 "4·3 사건으로 동서남북 각 지역에 있는 교인이 한자리에 모여 하나가 되었다"고 말했다.

신관식 목사 "눈물이 강이 된 제주,
교회가 지금부터라도 아픔에 동참"

제주교단협의회 회장 신관식 목사는 그동안 4·3을 외면한 한국교회가 회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신관식 목사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에 설교하기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많은 교인이 4·3을 가슴에 품고 왔겠지만, 몇몇은 오늘 예배를 어떻게 드리는지 설교자가 어떤 말을 하는지 살피기 위해 왔을 거다." 농담으로 이해한 대다수 교인은 웃었지만, 제주 교계 현실을 꼬집는 듯한 말에 씁쓸한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었다.

"설교를 준비하면서 하나님께 회개했다. '4·3 70주년'. 이스라엘은 70년 만에 바벨론에서 자유를 얻었다. 그런데 우리 제주는 7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눈물 흘리며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다. 더 큰 아픔은, 제주에 있는 많은 그리스도인이 도민들 고통을 내것으로 삼지 않고 너의 고통, 너의 눈물, 너의 상처로 여기며 바라만 본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이 모습을 보며 지금도 눈물 흘리고 있다."

신 목사는 얼마 전 집회에서 들은 기도를 인용하며, 제주 교회가 지금이라도 회개하고 자복해 제주 사회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골고다 언덕을 뒤따라 온 여인들을 향해 '나를 위해 울지 말고 너와 네 자녀를 위해 울라'고 말씀하신 주님. 이 땅은 망망대해에 있는 절해고도 아닙니까. 왜적이 들어오면 마지막 전쟁터가 되어 살육을 당해야 하고 학살을 당해야 했던 땅끝 제주.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도망가려고 하면 출국 금지령을 내려 가두었던 감옥과 같은 제주. 기근과 전염병으로 뭇 생명이 속절없이 죽어 가슴을 붙들고 땅을 쳐야 했던 생지옥 제주. 4·3 사건 하나로 제주도민 1/10, 3만여 명이 단번에 목숨을 잃은 죽음의 땅 제주.

우리는 이러한 땅에서 지금 살아가고 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땅에 살면서 행복을 느낄 때도, 감사할 때도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좋다'고 고백하는 이곳에서 70년 전에 피의 학살로 눈물이 강을 흘렀다. 이 아픔을 알려고 하지 않았고 이 아픔과 함께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이제라도 눈물 흘리며 회개해야 한다."

"자기 몸을 찢어 
우리를 하나로 만든 주님" 
제주교단협, 4·3 추념식 참석 독려

교인들은 눈물을 흘리며 회개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어지는 성찬식에서도 회개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계속됐다. 집례를 맡은 류정길 목사는 떡과 잔을 나눈 뒤 소리 높여 기도했다.

"하나님, 대한민국이 남과 북으로, 동과 서로, 진보와 보수로,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로, 빈부로, 노사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원주민과 이주민으로 끊임없이 분열과 대립과 갈등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몸을 찢어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 주신 주님, 갈라진 이 나라와 사회를 하나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4월만 되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고 떨어진 붉은 동백꽃만 보아도 눈물이 흐르는 이 땅 제주의 상처를, 주여 싸매어 주시옵소서. 제주 교회가 이 땅에 우는 자와 함께 우는 교회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제주의 아픔에 동참하는 주의 공동체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님 흘리신 피를 받아 우리의 죄를 먼저 고백하니, 주여 우리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이 땅에 아픔과 고통을 외면했던 우리의 죄악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선지자의 눈물이 제주 교회에 흐르게 하옵소서. 이 땅에 모든 아픔을 가슴에 품고 기도하는 마음을 우리에게 허락해 주시옵소서."

공동 기도문을 낭독하고 있는 제주 교인들. 뉴스앤조이 박요셉
(사진 앞줄 오른쪽부터) 4·3평화재단 양조훈 이사장, 이석문 제주교육감,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예배에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날 참석자들은 치유와 회복을 위한 공동 기도를 올렸다. 주보에 실린 기도문을 다같이 읽었다. 차마 소리를 내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눈을 감는 이도 있었다.

교인들은 "편을 가르고 등을 돌리며, 갈등과 분쟁을 일삼은 죄악을 용서해 달라"고 고백했다. 죄악에 동참한 자신들의 폭력성을 회개했다. "제주의 눈물을 닦아 주고 상처를 싸매며 고통의 피를 씻어 주어 제주가 그리스도 안에서 참평화를 알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제주교단협은 교인들에게 4월 3일 4·3평화공원에서 열리는 희생자 추념식에도 참여할 것을 독려했다.

공동기도문

하나님, 이 땅 제주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주여, 죽음의 광기가 이 땅을 휘몰아치고 순박한 섬 곳곳에서 통곡의 소리 가득한 지 70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상처 입은 마음들은 미움과 증오로 갈가리 찢겨져 눈물을 흘립니다.

하나님, 바벨론 포로를 70년 만에 돌려보내듯이 이 땅 백성들의 오랜 아픔을 치유의 손길로 보듬어 주셔서 깨어진 마음이 그리스도의 참된 평화에 이르게 하소서.

하나님, 부모 세대와 우리 세대의 모든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편을 가르고 등을 돌리며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혀 갈등과 분쟁을 일삼아 온 우리의 죄악을 용서하소서. 정죄하고 판단하며 스스로 심판자 자리에 서서 죄악에 동참한 우리 안의 무서운 폭력성을 회개하오니 사하여 주옵소서.

하나님, 제주의 눈물을 닦아 주시고 상처를 싸매어 주시옵소서. 이 땅에 뿌려진 고통의 피를 십자가의 보혈로 씻어 주옵소서. 잠들지 못하는 분노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안아 주소서. 부르짖는 아벨의 핏소리를 하나님의 공의로 위로하여 주옵소서. 이제는 제주가 그리스도 안에서 참평화를 알게 하옵소서.

제주와 함께 울고 함께 아파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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