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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역사를 찾아서

[서평] 제임스 D. G. 던 <부활>(비아)

김학철   기사승인 2018.03.30  14: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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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보다 해석이 중요하다"는 경구가 적확한 경우를 본다. 해석에는 힘이 있고, 때로 그 힘이 사실을 압도한다. 특히 우리의 고백적 삶은 '사실보다 해석'으로 이루어진다. 상황에 따라 긍정적이기도, 때로는 부정적이기도 하지만 해석은 은연히 혹은 드러나게 자신을 과시한다. 그러나 해석이 사실을 대치할 수는 없다. 사실에 아랑곳하지 않는 해석은 신뢰받지 못한다. 종교라고 예외일 수 없다. 종교 대부분은 해석의 결과다. 어쩌면 종교는 해석의 틀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을 뭉개는 해석으로만 점철된 종교는 건강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예수는 '한 멋진 삶'의 실현자다. 유동식은 '한'에는 초월(참됨), '멋'에는 풍류(아름다움), '삶'에는 구체적 생명을 넣고 이를 해설한 바 있는데, 인간의 이상적 삶을 뜻하는 '한 멋진 삶'을 고스란히 드러낸 이가 예수다. 기독교의 시작은 예수, 좁혀 말하면 예수의 부활이라 할 수 있다. 지구상에 살았던 무수한 사람 가운데 예수와 비견될 수 있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고, 그만큼 많은 이를 매혹한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부활이 다른 이들과 예수를 구분한다. 그런데 부활은 '사실'인가.

부활이 '사실'이라고 물을 때, '사실'은 무엇인가. 그것은 실증적인 사실을 뜻할 것이다. '실증'이라는 말은 자연과학의 경우 반복적으로 관찰 가능하며, 계량화해서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자연과학 외의 영역에서 '사실'은 그 뜻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역사나 사회가 반복되는 것도 아니고, 오늘날과 같은 과학기술이 없으니 관찰 가능하게 저장할 수도 없었다. 그러니 역사에서 실증 혹은 역사적 사실은 문헌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일어났다는 그 사건이 이후에 가져온 결과를 통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

가령 세종대왕이 있었고 그가 한글을 창제했다는 것을 실증하는 일은, 그에 대한 문헌 기록과 그가 살아서 한글을 만들었다는 주장을 거짓이라고 하면 이후에 벌어진 사건이 설명되지 않을 때 우리는 역사에서 그것이 '실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실증'은 개연성과 확률의 영역이지만, 자연과학의 적지 않은 분과도 단지 확률과 개연에 의존한다고 하니 역사적 '실증'이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니다. 부활은 '부활 사건'으로 실증보다 해석과 고백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데에 일리一理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부활은 역사적 '사실'인가. 그것은 실증 가능한가"라고 질문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부활은 "그분이 죽음을 이기셨다는 것"이다. "부활 이야기는 예수님이 죽임당하셨으나 죽음을 넘어서 살아나셨다고, 죽음이 그분을 가둘 수 없다고 말"한다(9쪽). 제임스 D. G. 던의 <부활>은 예수 부활의 사실을 실증하려는 책이다.

<부활 - 왜 예수의 부활을 믿는가?> / 제임스 던 지음 / 김경민 옮김 / 비아 펴냄 / 144쪽 / 8000원

'1. 유일한 직접 증언'은 바울로 및 그와 관련된 본문을 소개한다. 바울로 자신과 사도행전의 저자는 부활의 목격자로 바울로를 내세우고, 부활의 목격자로서 그에게 일어난 결과를 전한다.

"부활하신 예수님과의 만남은 초대 그리스도교 운동을 가장 열정적으로 반대하던 한 사람을 완전하게 변화시켜 유대인뿐 아니라 이방인에게도 그리스도의 복음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하는 이로 만들었"다(21쪽). 이것은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는 것이다. 바울로가 부활을 목격한 일이 없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우리는 바울로가 당시 비교적 주류에 속한 바리사이 집단을 떠나 박해의 대상이자 비주류인 예수 추종자 집단에 옮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또 옮기는 것뿐 아니라 그곳에서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참된 '주님'으로 선포하면서 지중해 세계 곳곳을 다닌 이유를 알 수 없다.

딱 한 경우, 그가 부활한 예수를 보았다고 착각한 경우 그것은 역사적 사실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바울은 계속해서 부활한 예수가 자신 안에 있다는 말들을 통해 부활을 사실로 여긴다. 그래도 부활이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바울로가 제정신이 아닌 경우다. 그는 부활한 예수를 보았다는, 그리고 그분 '안에' 그분과 '함께' 있다는 망상에 시달렸다고 추측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쓴 편지에 드러난 그의 정신은 망상증 환자의 것이 아니다.

'2. 부활하신 예수님을 목격했다는 초기 증언들'은 바울로보다 먼저 있었던 부활의 집단 목격과 집단 증언을 다룬다. 그 증언들은 사도로 불리는 특별한 제자들, 예수의 형제 야고보, 500명 넘는 교우들의 것이다. 저자는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과 사도행전을 차분하고, 간결하고, 명료하게 비교하여 살핀다.

'3. 증언들의 차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는 비교가 드러내는 증언들의 '차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복음서의 최초 목격자인 여성들이 바울의 부활 목격자 명단에 빠진 이유, 부활이 '환상'인지 아니면 '육체적' 사건인지, 부활 목격 장소, 부활 목격 기간 등을 요령 있게 다룬다.

근본적으로 부활 목격 증언이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것은 증언의 신빙성을 떨어뜨릴까. 던은 차근차근 이 차이들을 설명한다. 기실 "증언이 명료하지 않다거나 혼란스럽다고 해서 증언의 진실성 자체가 깨지지는 않"는다. 충격적이거나 비일상적인 경험을 증언하고자 하는 사람이나 그러한 증언을 다뤄 본 사람은 증언의 진실성을 그것의 불명료함이나 혼란 때문에 의심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부활 목격을 증언하면서, 그것으로 위험할 수도 있는 변화된 삶을 기꺼이 살아갔다는 것이다. 부활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도저히 어려운 사람들이라도 부활 목격자들에게는 그것이 '심리적' 혹은 '경험적' 사실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4. 빈 무덤 전승'은 부활의 역사성을 논의할 때 가장 토대 이야기인 빈 무덤 본문을 다룬다. 이곳에서 던은 빈 무덤 이야기가 전하는 부활의 역사성을 차분하게 밝히면서 제기될 수 있는 의문들에 답한다. "부활에 대한 여러 다른 설명들은 그리스도교의 전통적인 설명보다 오히려 신뢰도가 떨"어진다(81쪽)는 것이다.

"5. 왜 '부활'인가"는 부활에 관한 사상적 배경을 소개하면서 "예수께서 자신이 정당하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희망을 품고 계셨다면, 사람들이 자신을 거부하고 죽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희망을 부활이라는 관점으로 표현하셨을 것"(89쪽)이라고 주장한다. 초기 증언도 당시 특정한 부활 사상을 사용하여 묘사되었지만, 빈 무덤과 예수의 부활 현현은 초기 제자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그들의 복음 선포에 핵심을 이루었다.

이 작은 책은 부활이 역사적 사실임을 논증하는 매우 간결한 책이다. 동시에 기존 부활의 역사성 논의의 핵심을 명료하게 전달한다. 큰 반론의 여지가 없이 즐겁고 흥미롭게 읽을 만하다. 번잡하고 난삽한 책이 줄 수 없는 상쾌함이 있다.

번역자와 출판사의 노력도 평가할 만하다. 역자 김경민은 이전 책과 마찬가지로 높은 수준의 번역 실력을 보여 주었다. 그가 덧붙인 짧지 않은 해설은 책의 핵심을 잘 이해하고, 책의 주장을 확장한다. 그가 좋은 학자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함께 읽어 볼 만한 책'은 부활에 관한 국내외 학자들의 양서를 재간 있게 소개한다. 이것은 이 책을 낸 출판사가 그저 자신이 만든 책을 팔려고 애쓰는 곳이 아님을 알게 한다. 책의 출판이 상업 이상의 꿈에 도달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다. 이것도 고마운 일이다. 기쁜 마음으로 일독을 권한다. 가능하면 여럿이 함께 읽고, 역사적 사실로서 부활이 주는 희망에 모두 참여해 보자.

김학철 / 연세대학교 신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교수로 기독교를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렘브란트, 성서를 그리다: 렘브란트의 성서화 미학>(대한기독교서회), <마태복음 해석: 마태 공동체의 사회 정치적 현실과 신학적 상징 세계>(대한기독교서회),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기쁨>(문학동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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