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하민지 기자] 충청남도 부여군의회(이경영 의장)에서도 인권조례 폐지 관련 논의가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보수 개신교 목사들로 구성된 부여군기독교연합회(김용우 회장)가 군의회의원들을 만나며 적극 움직여, 폐지안이 의회까지 올라갔다.

'부여군 인권 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주민 청구 폐지 조례안'이 의회에 처음 상정된 것은 지난해 10월 20일 열린 222회 1차 총무위원회 회의 때다. 유기종 전 부여군기독교연합회 회장이 부여군의회에 인권조례 폐지를 청구했고, 이용우 부여군수가 폐지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폐지안은 이날 논의되지 못하고 다음 회기까지 보류됐다. 총무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송복섭 총무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회의에서 "원불교·조계종·천주교 등에서는 인권조례를 폐지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있다. 기독교 한 군데만 의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기서 섣불리 폐지와 존치를 논의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이후 인권조례 폐지는 두 회기를 건너뛰고 225회로 넘어가서도 보류됐다. 225회 총무위원회 회의는 3월 20일 열렸다. 송복섭 위원장은 3월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회의 때 '위원장 직권으로 폐지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하자, 3월 21일 오전 회의에 자유한국당 의원 3명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총무위원회 구성원은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제외하고 자유한국당 의원 3명이 전부이기 때문에, 과반이 불참할 경우 회의가 성사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이날 오전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김용우 목사(부여군기독교연합회)는 "인권조례 있으면 인권 교육을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동성애가 조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여군의회 홈페이지 갈무리

2014년 8월 시행된 부여군의회 인권조례안은 '성평등'이나 '성적 지향' 등, 동성애 관련 용어는 없다. 그럼에도 부여군 보수 개신교 목사들은 인권조례안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부여군기독교연합회 회장 김용우 목사는 3월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권조례 4조 2항이 문제라고 했다. 4조 2항은 "군수는 인권침해 사례가 확인되거나 접수되었을 경우, 국가인권위원회나 관계 기관에 알리는 등 당사자가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이다.

김용우 목사는 "국가인권위원회는 동성애에 우호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은 동성애를 아주 싫어하신다. 동성애는 페미니즘 사상과도 연결되는데, 페미니즘 사상이 퍼지면 사람들이 결혼도 안 할 것이고, 그러면 인구 절벽에 부딪힐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조례로 시작해서 나중에 동성혼 법제화까지 이어지면 동성애에 반대해 온 사람들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받는 등 역차별도 일어날 수 있다. 한마디로 나라 장래를 걱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갑자기 전문가를 바꿔 준다더니, 익명을 요구한 인터뷰이에게 전화를 넘겼다. 그는 "인권조례는 '미니 차별금지법'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번 회기 때 폐지안을 상정하지 않은 송복섭 총무위원장은 부여군 지역 목사들이 인권조례 폐지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기자에게 "이번 회기 마치기 전, 목사님과 아내분 등 4명이 우리 집까지 쫓아와서 인권조례를 폐지해 달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부여군민 대변인으로 일하기 때문에 한쪽 말만 들을 수 없다. 이번 회기 때도 민감한 문제이니 (심의를) 보류했으면 좋겠다고 의원들에게 말했더니, 의원들이 그쪽(보수 개신교)을 인식하시고는 불만을 가진 듯하다"고 했다.

반면, 총무위원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인권조례를 폐지하려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정태영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의회 때 (폐지안이) 상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아직 공식적으로 다룬 건 아니다. 인권조례를 무조건 폐지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수정이나 보완할 수도 있다. 목사님들이 '모두가 평등하자고 하면 동성애자까지 다 평등하자고 하는 거다'는 의견을 줬다. 여러 의견을 듣고, 다양한 방향을 열어 놓고 얘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대현 의원은 "부여군 목사님들이 자기들 회의에 오라고 해서 갔다. 가니까 인권조례 폐지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더라. 나는 의회에서 상정돼야 다룰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의원들끼리는 '상정되기 전에 우리끼리 상의해 보자. (인권조례에 대한) 전국적 추세를 살펴보자' 거기까지만 얘기된 상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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