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하민지 기자] 장로교회에서 목사를 관리 감독해야 할 노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밝은빛광명교회 김정윤 목사 경우도 그렇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옛 백석·유충국 총회장) 한성노회(이순기 노회장)는 미성년자 성추행 의혹과 교회 돈 횡령 유죄판결로 자질이 의심되는 김정윤 목사를 세 번이나 밝은빛광명교회 담임목사로 인정했다.

김정윤 목사의 첫 번째 취임은 2008년. 아버지 교회를 물려받았다는 것은 교단법에 세습을 금지하는 법이 없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김 목사는 교단법으로 정한 절차(공동의회)를 거치지 않고 담임목사 자리에 올랐다. 이를 문제 삼아야 할 노회는 오히려 김 목사의 청빙을 승인했다. 이는 뒤늦게 2012년, 일부 교인이 제기한 소송으로 무효가 됐다.

지난해 12월 열린 김정윤 목사의 세 번째 취임식. 가운데 강대상에 서 있는 사람이 김정윤 목사.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두 번째 취임은 2013년이다. 여기에는 한성노회 목사들이 적극 개입했다. 당시 노회는 화해조정위원회(화해위)를 만들어 공동의회를 열겠다고 공표했다. 법원이 이미 화해위는 공동의회를 열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화해위는 공동의회를 강행했다. 김정윤 목사를 밝은빛광명교회 당회장으로 세우고, 반대 교인들은 개척 자금을 받고 떠나라고 했다. 이 회의도 법원에서 무효로 판결 났다.

김정윤 목사는 공식적으로 밝은빛광명교회 당회장이 아닌데도, 2015년 한성노회 부노회장이 됐다. 그해 12월, 김 목사는 교회 돈 4억 2000만 원 횡령 및 배임으로 징역 1년이 선고돼 법정 구속됐다. 2016년 3월, 2심에서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돼 석방됐다. 헌금을 빼돌려 감옥까지 갔다 왔는데, 노회는 김 목사에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러고서도 그는 밝은빛광명교회 담임목사로 세 번째 취임했다. 2017년 3월, 한성노회가 파송한 임시당회장 정 아무개 목사가 공동의회를 열어 김정윤 목사를 밝은빛광명교회 담임목사로 세웠다. 지난 12월 열린 김 목사 세 번째 취임식에는 한성노회 임원을 비롯한 요직에 있는 목사들이 참석해 설교·축사했다.

노회원 45명 '진실규명위원회' 구성
"성추행 연루된 목회자 왜 감싸나"
ㄷ교회 정 목사 친인척 등 '노회 실세',
진실규명위 목사들 면직·출교

한성노회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노회 내에서도 김정윤 목사 문제를 바로잡고자 하는 사람이 있었다. 노회 목사 45명은 2013년 '진실규명위원회'를 꾸려 한성노회가 김정윤 목사에게 면죄부를 주는 행위를 규탄했다.

당시 진실규명위원회가 노회원에게 보낸 서신을 보면 "목회자가 성추행에 연루돼 언론·시민단체·교계에까지 재판 내용이 공개됐다고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 어째서 한성노회에서는 이에 관한 조사 한 번 없이 '혐의 없음'이라고 하는지 알 수 없다. 이것이 공정성이 있는 것인가"라며 따지는 대목이 나온다.

노회 실세들은 김정윤 목사가 아니라 진실규명위원회 목사들을 2013년 10월 24회 정기노회 때 치리했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는 무시됐다. 기소위원·재판국원을 선정하고 심의 과정을 밟아야 하는데, 정기노회 현장에서 일사천리로 진실규명위 위원장·서기 등 주도자 4명을 제명·면직·출교 판결했다. 진실규명위가 불법 단체고, 허위 사실을 유포해 노회 분열을 조장했다는 이유다.

한성노회는 24회 정기노회 때, 진실규명위 소속 목사가 많이 소속된 서부시찰을 해체했다.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제일 최근 의사자료(31회)를 보면, 서부시찰은 적혀 있지 않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당시 노회에서 쫓겨난 목사들은 그때 상황을 기억하기 힘들어했다. 한 목사는 "한성노회에서 얼토당토않은 일을 겪고 교단을 떠났다. 진실규명위원회를 만든 것은, 그것이 하나님의 공의고, 그것이 사는 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회는 우리에게 통보도 하지 않고 재판을 했다"고 말했다. 다른 목사는 "당시 한성노회가 죄 없는 진실규명위원회 목사들을 죄인으로 몰아갔다. 다른 목사들도 '도저히 이런 교단에는 못 있겠다'며 노회를 나갔다"고 말했다.

한성노회 정기노회 의사 자료를 보면 '노회 실세'가 누구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한성노회가 만들어진 2002년부터 지금까지, 특정 목사 10명이 돌아가면서 노회장·부노회장 등 노회 임원 자리를 대부분 꿰찼다.

이 10명 중 6명은 한성노회 사무실이 있는 ㄷ교회 정 아무개 공로목사의 친인척, 혹은 ㄷ교회 출신이다. 정 목사의 아들 목사, 동생 목사, 처남 목사, 현재 ㄷ교회 담임목사, ㄷ교회 부교역자 출신 목사 등이다. ㄷ교회 정 공로목사의 친인척과 그에 동조하는 몇몇 목사가 노회를 주름잡고 있는 것이다. 한성노회를 만든 주축 멤버도 정 공로목사와 동생 목사, 처남 목사, 김정윤 목사의 아버지 목사 등이다.

반대 교인 119명 '실종' 처리
주도자는 노회 재판으로 제명·출교
법원도 "분쟁은 김정윤 횡령 의혹 때문"

한성노회 목사들은 김정윤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도 쫓아냈다. ㄷ교회 정 공로목사의 아들 목사는 2016년 밝은빛광명교회 임시당회장이었다. 그는 그해 6월 19일 공동의회를 열어, 교인 189명 중 119명을 실종 처리하고 항존직 장로·집사·권사 13명을 면직했다. 이들은 김정윤 목사 취임에 반대하는 교인들이었다.

한성노회는 또 6월 27일 재판을 열어, 김 목사를 규탄하는 데 앞장섰던 밝은빛광명교회 A 권사를 제명·출교했다. A 권사를 제명·출교한 노회 기소위원·재판국원 대부분은, 2017년 12월 김정윤 목사 세 번째 취임식에 참석해 순서를 맡았다.

임시당회장 정 목사는 2016년 10월 18일, A 권사가 예배를 방해한다며 교회에 오지 못하도록 법원에 접근 금지 가처분까지 신청했다. 그러나 이 소송은 기각됐다. 판결문을 보면, 법원도 밝은빛광명교회 분쟁 원인이 A 권사가 아니라 김정윤 목사에게 있다고 봤다.

김 목사를 규탄하던 교인들은 밝은빛광명교회에서 제명을 당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하민지

"A 권사가 제직회·공동의회의 진행을 방해한 사실은 인정된다. (중략) 오히려 위와 같은 분쟁은 A 권사가 정 아무개 목사에게 김정윤 목사가 세습하여 위임목사로 청빙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김정윤 목사와 그의 아버지 목사가 교회 자금을 관리하면서 업무상 배임했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발생하게 된 것이다."

A 권사 주장대로, 김정윤 목사와 아버지 목사는 교회 돈 횡령 및 배임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 김정윤 목사는 멀쩡하게 밝은빛광명교회 담임으로 돌아왔고, A 권사는 제명·출교된 상태다.

교단법상 징계 사유
"도덕상 흠결로 하나님 영광 훼손"
노회 임원들 "절차대로 했다"
"답변 거부, 기사 쓰면 각오해라"

한성노회가 속한 예장대신 헌법도 문제다. 제4편 권징을 보면, 물의를 일으킨 목사를 치리하는 조항이 두루뭉술하다. 성폭력 관련 조항도 없고, 사회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후 처리 과정도 없다. 외려 "치리회를 경유하지 않고 사회 법에 고소하는 행위"라는 구체적인 조항 때문에, 노회에 기대할 수 없어 사회 법에 호소한 교인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

법 조항이 엉성해도 노회의 의지만 있다면 비리 목사를 척결할 수 있다. "도덕상 흠결로 인해 하나님의 영광이 훼손됐을 때" 정직 이상의 징계가 가능한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밝은빛광명교회 김정윤 목사는 미성년자 성추행 의혹이 짙고 교회 돈 횡령으로 유죄판결까지 받았다. 도덕상 흠결이 명백하다. 그러나 한성노회는 오히려 김 목사를 비호하고, 그를 반대하는 교인과 동료 목사들을 내쫓았다.

노회 임원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 한성노회 서기 강 아무개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정윤 목사 취임은) 법적으로 다 해결된 상태다. 왜 노회에 물어보나. 답변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반대 교인을 치리한 것에 대해서도 "우리는 절차대로 재판하고 처리했다. 당사자(김 목사를 규탄하는 교인)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강 목사는 "우리는 문제없다. 기사화하지 말아 달라. 가만있지 않겠다. 각오해야 할 거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현재 노회장 이순기 목사도 할 얘기가 없다고 했다. 이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한테 얘기하지 마라. 인터뷰하고 싶은 생각 없다. 답변할 생각 없다. 기자에게 내 생각을 왜 얘기해야 하나. 노회장이 노회 일하고 무슨 상관이 있나. 운전 중이다"며 전화를 끊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