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총신대학교 재단이사회가 오정현 목사 편목 입학 과정에 비리가 있었으며, 그 과정을 일부 교수가 조직적으로 도왔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만들었다. 재단이사회 산하 '오정현목사편목관련조사위원회'(조사위)가 백서 요약본을 3월 26일 공개했다.

총신대는 교수회의를 열고 2016년 8월 조사위를 구성했고, 2016년 12월 오정현 목사의 편목 입학이 무효라고 통보했다. 오정현 목사가 총신대를 상대로 '합격 무효 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총신대가 2017년 5월 1심에서 패소하자 재단이사회가 나서 조사위를 구성하고 백서 작성에 착수했다.

오정현 목사가 2001년 사랑의교회 후임자로 낙점된 후, 타 교단 소속 오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전계헌 총회장) 소속이 되기 위해 교단법에 따라 총신대에서 편목 과정을 거쳐야 했다.

조사위는 오정현 목사가 "명백한 입시 비리"를 저질렀다고 했다. 조사위 보고서에 따르면, 오 목사는 편목 과정 입학시험 전 시험을 주관하는 입시 담당자와 사전에 접촉했다. 2001년 10월 15일 총신대 신대원에 편목 과정 입학 원서를 낸 후, 입시 담당자에게 "시험일인 10월 22일 오전 9시에 사역 일정상 미국에 있어야 하므로 한국에 와서 시험을 볼 수 없다"면서 방법을 강구해 달라고 했다. 담당자는 "그런 전례가 있다. 미국에서 팩스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신대원 교무위원회는 이를 공식 의제로 다뤄, 오정현 목사를 위해 입학 요강을 변경했다.

조사위는 오정현 목사가 편목 과정 입학 후에도 수업에 1년 내내 불참했다고 했다. 조사위는 오 목사가 총신대 신대원 3학년에 편입한 후 2002학년도 1학기와 2학기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정현 목사는 2002년 9월부터 12월까지 하버드대학교에서 비학위 과정을 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와 오정현 목사 간 '위임 결의 무효 확인소송' 재판 과정에서, 오 목사가 3~4월, 5~6월, 9~12월 한국에 없었다는 사실이 출입국 기록 조회로 확인된 바 있다.

총신대 재단이사회가 공개한 당시 출석부 중 일부. 오정현 목사는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전원 출석으로 처리되고 95점으로 과목 1등을 기록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조사위는 이 과정에서 일부 교수가 오정현 목사를 도왔다고 했다. 김정우·이한수·박철현 교수는 오 목사가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100% 출석으로 거짓 기재 후 학점을 줬다고 했다. 100% 출석으로 처리돼 있는 오정현 목사 출석부 사본도 공개했다. 조사위가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교수 3명은 일부 출석으로 기재 후 오 목사에게 학점을 줬다.

사실대로 100% 불출석으로 처리한 후에 학점을 준 교수들도 있다. 조사위는, 이상원 교수는 출석 대신 리포트를 제출하게 했고, 박용규 교수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학점을 줬다고 했다. 오정현 목사는 개강 수련회와 채플도 참석하지 않았는데, 당시 신대원 학생처장 김지찬 교수가 패스(P) 처리해 줬다고 했다.

이 중 김정우·김지찬·박용규 교수는 사랑의교회에서 설교자 사례비와 연구소 지원비 등 명목으로 3000만 원에서 최대 2억 원 이상을 지원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위는 이들이 오정현 목사를 도운 대가로 사랑의교회에서 거액의 재정 지원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사위는 이번 김영우 총장과 재단이사 퇴진을 촉구하는 학내 사태도, 사랑의교회에서 지원받은 교수들이 조종하고 있다고 했다. 몇몇 교수가 과격파 학생을 선동했다는 것이다. 이런 교수들이 주축이 된 교수협의회가 아무 비리도 없는 김영우 총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했다.

조사위는 "오정현 목사 입시 및 학사 비리 사건은 신대원의 총체적 타락상을 보여 주는 중대사"라며, 관련 교수들을 향해 "물러날 사람은 총장이 아니라 이런 비리 교수들"이라고 했다.

총신대 재단이사회는 보고서에 거론된 교수들을 징계하기로 하고, 곧 징계위원회를 연다고 밝혔다. 또 이번에 공개한 요약본 외에 백서 전문도 법적 검토를 마친 후 공개할 예정이다.

사랑의교회는 총신대 재단이사회의 보고서에는 신빙성이 없으며, 법원에서 증거자료로 쓰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반박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사랑의교회는 보고서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회 관계자는 3월 2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미 (합격 무효 처분 무효 확인소송) 1심에서 법원이 오정현 목사 손을 들어 준 사건이다. 총신대 재단이사회가 내놓은 자료는 대부분 1심 때 제출한 자료들이다"고 말했다.

그는 "총신대가 김 총장 문제로 수세에 몰리니 국면 전환용으로 (보고서를) 쓰고 있다. 오정현 목사를 총신대 문제에 적극적으로 끼워 맞추는 것 자체가, 총신 문제의 본질을 비껴 나가게 하기 위한 작전이다. 이런 일들이 총신대 사태의 본질을 흐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교수협의회도 수세에 몰린 김영우 총장이 학내 사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교수들을 탄압하는 것이라면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찬 교수는 "오정현 목사는 개강 수련회와 채플도 참석하지 않았는데, 당시 신대원 학생처장 김지찬 교수가 패스(P) 처리해 줬다고 했다"는 부분에 대해 "당시 학생처장은 주영흠 교수이고, 교목은 문석호 교수로 제가 오정현 목사 점수를 주었다는 것은 거짓이고 중상모략"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지찬 교수는 2002학년도 2학기가 끝난 후인 12월에 교목으로 발령받았으며, 이를 입증할 자료를 교육부 실태조사단에도 보냈다고 알려 왔습니다.

(2018년 3월 28일 오전 10시 현재)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