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씨는 20여 년 전 의붓아버지 목사에게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김수영 씨(40·가명)는 15살 때 새아버지가 생겼다. 당시 교회 전도사였던 새아버지 나이는 24세로, 김 씨와 9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목사였던 어머니와 결혼한 젊은 새아버지 A 목사는 일산에서 같이 목회를 했고 교회는 부흥했다.

새아버지가 이상하다고 느낀 건 1994년 중학교 3학년 무렵이었다. 김 씨에 따르면, 새아버지는 주일 아침마다 욕실로 김 씨를 불러 벌거벗은 채로 속옷과 물건 등을 가져다주라고 했다. 주일마다 이런 일이 반복됐다. A 목사는 "아빠인데 뭐 어때"라며 개의치 않았다. 이런 일은 엄마가 집에 없을 때마다 계속됐다. A 목사는 지방에 가 있을 때 김 씨를 데리고 갔고, 한방을 썼다.

김 씨는 부당함을 느꼈지만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 A 목사가 "네가 날 따르지 않으면, 너는 하나님에게 벌 받는다", "네가 (성 문제를) 발설해서 내가 목회를 못하면, 하나님에게 큰 벌을 받는다"고 압박했다고 했다. 김 씨는 "이 말 때문에 20년간 조용히 지내야 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9년 전 새아버지와 이혼했다. 당시 김수영 씨는 A 목사에게 목회를 그만두라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러나 A 목사는 일산과 서울 청담동 등에서 목회를 계속했다. 김 씨는 최근 번지는 미투 운동을 보고, 늦기 전에 이 사실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월 20일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 씨는 "그분이 진정으로 사과하고, 목회를 내려놓았으면 한다. 다른 건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씨와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

- A 목사에게 당한 피해 사실을 이야기해 달라.

어머니와 재혼할 당시 A 목사 나이는 24세였다. 어머니는 40세로 나이 차이가 있었다. 그분은 결혼하기 전 어머니와 동거를 했다. 사건은 내가 중학생이던 1994~1995년 반복해서 일어났다. 그분은 어머니가 집에 안 계실 때 꼭 샤워를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속옷 가져오라", "물건 가져오라"고 시켰다. 내가 불편해하는 기색을 보이면 "아빠인데 뭐 어때"라고 말했다. 의도적으로 자기 나체를 보여 주면서 치근덕대기도 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분이 출장을 갈 때 내가 동행해야 했다. 호텔에 가면 방은 하나만 잡았다. 같은 침대에서 자야 했다. 몸을 가까이 가져다 대거나, 혼자서 이상한 소리를 내기도 했다. 다행히 성폭행은 없었지만, 그분이 내게 한 행동은 잊을 수 없다.

- 거부감이 상당히 심했을 것 같다. 항의를 한다거나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 적은 있나.

당시 새아버지에게 대들거나 하면 엄마가 굉장히 힘들어했다. 스스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그분은 "네가 날 따르지 않으면 하나님에게 벌 받는다", "네가 (성 문제를) 발설해서 내가 목회를 못하면 하나님에게 큰 벌을 받는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어쩌면 이 말 때문에 20년간 조용히 지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름 공부도 많이 했고, 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진보적·개방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그런 일을 당하니까 말할 수가 없더라. 새아버지는 주일 아침 강대상에서 "목회자를 잘 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개하라"는 말도 자주 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뇌가 뒤틀릴 것만 같았다. "회개 기도하면 우리의 죄가 눈처럼 하얗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때는 정말 토할 것 같았다. 지금도 그분이 강대상에서 회개하라고 외치고 있지 않을까 싶다.

- 미투 운동이 화제이기는 하지만, 직접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올해 나이가 마흔이다. 뒤돌아보니까 당시 내 선택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목회자 잘못을 지적한다고 해도 하나님이 나를 벌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걸 깨달은 게 불과 3주 전이다. 나는 그분의 실명이 기사에 드러나길 바라지 않는다. 교계와 사회에서 매장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그런 사람은 목회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난주 목요일(15일) 일산의 한 교회에서 A 목사를 만나 목회를 그만두라고 말했다. "만약 목회를 계속하면 이 문제를 세상으로 가져가겠다"고 말하자, 그는 "필요 없다. 알아서 하라"고 답했다.

더욱 비참한 현실은, 목회자가 이런 짓을 저질러도 교단에서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분은 예수교대한하나님의성회(예하성) 소속인데, 가서 보니까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목사가 어떤 행동을 해도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싶다. 이런 사람이 적지 않을 테고, 교인 중 누군가가 나처럼 당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교단이 왜 존재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예하성 교단 핵심 관계자는 3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A 목사는 몇 년 전 휴직을 신청했다. 문제가 제기된 만큼 교단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 신앙생활도 순탄하지 않았을 것 같다.

교회에 안 나간 지 7~8년 정도 됐다. 5대째 기독교 집안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이런 일을 당하니까 제대로 신앙생활을 못 하겠더라. 어느 교회를 가야 할지 모르겠다. 목회자에 대한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

-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야기를 들어 줘서 고맙다. 가족 외에 이 이야기를 해 본 적 없다. 바라기는 아무나 목회자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신학대학이 철저한 검증을 통해 목회자를 배출하고, 교단은 말썽을 일으킨 목회자에게 단호히 대처했으면 한다.

김 씨는, A 목사가 목회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A 목사 "추행 사실무근, 하나님 앞에서 떳떳
가진 것 하나 없이 이혼, 왜 음해하는지 몰라"

<뉴스앤조이>는 A 목사를 3월 23일 서울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났다. 그는 김수영 씨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이제 와서 왜 이런 방식으로 음해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 목사는 가족의 강한 반대에도 김 씨 어머니 B 목사와 결혼했다고 주장했다. 1~2년 동거하다가 1995년 식을 올렸다. 이후 1998년까지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고, 당시 아내와 두 딸도 같이 지냈다고 했다. 1999년 한국에 교회를 개척했고, 2010년까지 아내와 함께 목회를 했다.

김수영 씨와의 나이 차이는 9살밖에 안 났지만, 김 씨가 항상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잘 따랐다고 했다. 사귀는 사람을 데리고 와 소개할 정도로 불편한 사이도 아니었다고 했다. A 목사는 "(김 씨를) 추행한 사실이 없다. 지방 출장으로 호텔에 딱 한 번 간 기억은 있다. 그러나 (김 씨의 주장과 달리) 방은 따로 썼다"고 주장했다.

목회자 지위를 이용해, 협박을 한 적도 없다고 했다. A 목사는 "하나님 앞에서 맹세한다. '목사를 따르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고 말한 적 없다. 오히려 전 아내가 그런 식의 설교를 자주 했다. 나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목회를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A 목사는 "주위에서 '계속해라', '하지 마라'고 조언을 많이 한다. 아직 휴직 상태인 만큼 계속 기도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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