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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가족들은 잊혀지는 게 가장 두렵다

교회협, 유가족 간담회…"잊으라는 말 그만했으면, 가짜 뉴스에 상처받기도"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8.03.22  17: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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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4주기를 앞두고 부모들이 제일 두려운 것은 세월호가 잊혀지는 거예요. 희생자들이 국민들 기억에서 사라질까 걱정돼요. 지금까지 배가 왜 갑자기 침몰했는지, 왜 해경이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밝혀진 게 하나도 없잖아요."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단원고 2학년 3반 예은 엄마 박은희 전도사가 말했다. 예은 엄마는 가족들이 지금까지 4년간 싸워 왔지만 앞으로도 긴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옆에 있던 영석 아빠 오병환 씨도 가족들 모두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예은 엄마를 거들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회장 유영희 목사는 3월 21일, 사순절을 맞아 안산 합동 분향소를 찾았다. 분향을 마친 유 목사와 일행은 기독교 예배실에서 세월호 가족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예은 엄마, 영석 엄마·아빠, 순영 엄마, 호성 엄마, 은정 엄마, 윤희 엄마가 함께했다.

유 목사는 말을 많이 하기 위해 온 게 아니라 세월호 가족들 이야기를 경청하기 위해 왔다며 마이크를 넘겼다. 엄마·아빠는 돌아가면서 근황과 소회를 전했다. 교계 연합 기구 대표 목사가 방문해서 그런지, 가족들은 참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교회에 갖고 있던 아쉬움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 
교회 밖으로 내몰린 가족들

교회협 회장 유영희 목사(사진 왼쪽)가 세월호 가족들과 만났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은정 엄마 박정화 씨는 참사를 겪고 나서 자신의 신앙생활 전반을 되돌아봤다고 했다. 은정 엄마는 매주 예배에 빠지지 않고 교회에서 열심히 신앙생활하면 하나님이 가정에 복을 내리고 딸 은정이를 건강하게 지켜 줄 거라고 생각했다. 현실은 생각했던 모습과 달랐다. "참사에 대해 생각하면서 결국 '내가 왜곡된 신앙을 갖고 있었구나' 깨달았어요."

담임목사는 매년 4월이 되면 예배 시간에 세월호를 위해 기도해 줬다. 은정 엄마를 교회 밖으로 내몬 건 오랫동안 함께했던 동료 교인들이었다. "딸이 천국에 갔잖아. 이제 그만 잊는 게 좋지 않겠어?" 은정 엄마는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제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제 상황을 전혀 이해해 주지 않았어요"라고 했다. 아픔을 헤아리지 못한 말은 모두 상처로 남았다. 은정 엄마는 교인들 곁을 떠났다.

순영 엄마 정순덕 씨도 매주 교회에서 함께 봉사했던 교인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 자신을 외면했다며 서운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았다고 했다. 순영이도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아이였다. 서로 잘 알고 친하게 지내 온 동료라고 생각했는데, 교인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서명을 받거나 피켓을 들고 있는 순영 엄마를 이해해 주지 않았다.

"서명을 받는 게 나쁜 일이 아니잖아요. 사실 저는 교인들이 나서 광장에 나와 서명운동에 동참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다들 나서기를 꺼려 하더라고요."

순영 엄마는 한국교회가 사람들에게 비판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교회가 억울하고 소외된 이와 함께하고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예은 엄마 박은희 전도사(사진 왼쪽)는 교회의 변화가 더디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호성 엄마 정부자 씨는 오히려 교회를 중심으로 가짜 뉴스가 확산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안산 고잔동에 있는 한 대형 교회가 대표적이에요. 동네 주민은 가족들과도 가깝고 우리 심정을 잘 이해해 줘요. 그런데 유독 그 교회에서만 안 좋은 말이 나와요. 세월호 가족들과 희생자를 폄훼하는 말이요."

2015년, 정부가 화랑유원지에 4·16생명안전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로 지역 주민 사이에서는 납골당이 들어온다는 잘못된 소문이 나돌았다. 일부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반대 활동에 나서며, 416생명안전공원 관련 토론회에서 난동을 부리기까지 했다. 호성 엄마는 "어른들이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품어 줬으면 좋겠어요. 교회가 먼저 본을 보여 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이 안전 불감증에 걸려 있고 생명과 윤리를 경시해 왔다는 사실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모든 국민이 세월호 참사 앞에 고개를 숙이고 변화를 다짐했다. 예은 엄마가 말했다.

"사회 곳곳에서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어요. 그런데 교회는 변화와 개혁이 더딘 것 같아 아쉬워요. 많은 청년이 한국교회에 실망하고 등을 돌리고 있어요. 교회 강단에서 목사님들 말이 영향력이 큰 게 사실이잖아요. 잘못된 소문이 도는 것을 막고 정확한 사실을 전달해 줬으면 좋겠어요."

4·16생명안전공원 조성키로 
세월호 가족들 직접 노란 리본, 현수막 철거
"이제 시작, 지역 교회가 관심 가졌으면"

제종길 안산시장은 2월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16생명안전공원을 화랑유원지에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족들은 반색했다. 지난 3년 동안 계속 연기됐던 부지 문제가 일단락하는 순간이었다.

가족들 노력도 컸다. 세월호 엄마·아빠들은 매년 지역에서 '엄마랑 함께하장', '마을에서 함께하장' 등의 마을 행사를 열며 주민들을 만나 왔다. 거리 장터, 벼룩시장, 체험 프로그램, 공연 등을 선보이며 한쪽에서는 4·16생명안전공원이 납골당이 아니라 안전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상징적인 공간임을 설명했다.

윤희 엄마는 "세월호 가족들이 계속 광화문광장과 팽목항 등 외부에서 활동하면서 정작 이웃들과 대화가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3년 전부터 행사를 열기 시작해 주민들과 같이 대화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점차 오해도 풀고 가까운 관계를 맺을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노란 물결을 이루던 화랑유원지 입구가 허전해졌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안산 합동 분향소와 안산시 일대는 지난달 제종길 시장 기자회견 이후로 모습이 이전과 달라졌다. 가로수 사이사이를 수놓았던 노란 리본과 현수막 '잊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등의 글귀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웠다. 안산시가 4·16생명안전공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거리에 있는 세월호 관련 조형물을 모두 철거하겠다는 방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안산시 곳곳에 가득했던 노란 리본과 현수막들을 세월호 가족들이 직접 제거했다.

안산 합동 분향소와 주변 시설도 올해 4주기 이후 철거할 예정이다. 세월호 가족들은 전체 회의를 열거나 416공방·416희망목공방 등 엄마‧아빠들의 모임을 지속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다.

"이제 시작이잖아요." 영석 아빠는 말했다. 그는 가족들이 세월호 조형물과 안산 합동 분향소 철거에 아쉬워하지만, 한발 물러서야 할 때임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지금도 가족들은 노란 리본 하나라도 더 거리에 붙이고 싶어해요. 하지만 안 좋아하는 분도 있다고 하니, 4·16생명안전공원 조성을 위해서는 아쉬워도 한발 물러나야죠. 위원회 선정부터 설계에 착공까지 약 2년이 걸린대요. 아직 끝난 게 아니에요. 그때까지 계획이 무산되거나 번복되지 않도록 많은 국민과 지역 교회가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어요."

안산 합동 분향소(사진 왼쪽)와 세월호 가족 쉼터(사진 오른쪽)는 올해 4주기 이후 철거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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