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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신대가 정상화하는 첩경

용역의 아픔 겪은 이들에게 공감해야

이성영   기사승인 2018.03.20  10: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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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신대 송전탑과 밀양 송전탑

2008년 즈음이다. 76만V 송전탑이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양지캠퍼스를 가로지르려 했다. MB의 측근 세중나모 회장 천신일의 땅을 비켜 가기 위해 총신대학원과 양지마을로 우회하도록 송전탑 선로가 변경됐다. 총신대 신대원생들이 공사를 막기 위해 밤낮으로 공사 부지를 지키며 집회와 시위를 하던 모습을 기억한다. 결국 천신일 회장의 땅 12만 평을 총신대학교가 매입하기로 하면서 총신대 송전탑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2008년 즈음이다. 밀양에서도 76만V 송전탑 건설로, 평생 농사짓던 시골 촌로들이 자기 땅에서 쫓겨날 상황에 처하면서, 할아버지들 할머니들이 빨간 띠를 두르고 집회와 시위를 시작했다. 상황은 점점 격해져 2012년 이치우 어르신이 목숨을 잃는 사태까지 벌어지며 밀양 송전탑 문제는 전국적 이슈가 됐다. 여러 교단과 신학생들도 성명서 및 현장 방문, 교회 초청 등으로 밀양 할머니, 할아버지 편에서 함께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예장합동과 총신대 신학생들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본인들 문제일 때는 밤낮 시위하고 탄원서를 쓰고 300만 서명운동을 했지만 아무 힘도 없는 시골 촌로들이 동일한 어려움을 겪을 때는 침묵으로 방관했다.

예수는, 자신의 문제일 때는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을 대라 하시고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이에게 겉옷까지 내어 주라고 하셨지만, 이웃의 문제일 때는 지극히 작은 자를 위한 행동 하나도 예수께 한 일이라 하시며 이웃을 위한 희생과 헌신을 강조했다. 예장합동과 총신대는 송전탑 문제에 있어서 힘없는 약자의 소리에는 침묵하고 자신들 손해에는 격렬하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수의 가르침과 정반대로 행동했다.

총신대 사태, 교단이 자초
정상화하려면 우는 이들과 함께해야

10여 년이 지나 2018년 총신대학교에 용역이 들어왔다. 교계 언론을 넘어 중앙 언론까지 보도했다. 반응은 싸늘하다. 인터넷 댓글에는 '개독의 폭력성'이라는 조롱이 달리고 누구도 성명서 한 장 내 주지 않는다. 나치가 공산주의자와 노동조합원과 유대인을 덮쳤을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했더니, 나치가 자신에게 왔을 때 아무도 자신을 위해 말해 줄 이가 남아 있지 않았다던 마르틴 니묄러 목사의 시처럼 예장합동과 총신대가 약자들 고통에 침묵으로 방관했기에 누구도 그들의 절규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3월 17일 밤 10시경, 대규모 용역이 총신대에 들이닥쳤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김영우의 만행은 예장합동이 자초한 면이 크다. 예장합동 교회들과 목사들이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 편에서 함께 아파하지 않고, 교단 내 대형 교회 목사의 성폭행과 횡령 등을 방조하며 제대로 정의를 세우지 못한 결과, 세를 형성해 교권을 장악하려는 정치 목사가 득세하게 됐다. 아무 희생과 손해도 없는 교리 논쟁을 통해 자신들은 종교개혁 정통 신학을 따르는 의인의 자리에 두고 다른 이들은 열등한 존재와 죄인으로 만들며, 복음 전도라는 미명하에 교세 확장에만 몰입한 결과, 교인들을 헌금과 동원 대상으로 여기는 삯꾼 목사들이 예장합동의 주류가 됐다.  

총신대가 정상화하는 길은 뒤늦게라도 자신들의 아픔을 통해 이웃의 아픔을 체감하고 그들 편에 서는 것이다. 한밤중 학교에서 용역을 맞닥뜨린 충격적인 경험이, 건물주가 고용한 용역들에게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쫓겨나는 이들의 아픔에 대한 공감과 이해로 승화하기를 바란다.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거칠었던 한국의 도시재개발은 경찰과 용역들에게 쫓겨났던 수많은 철거민의 희생 위에 진행됐다. 광주 대단지 사건, 88 올림픽을 위한 상계동 철거, 용산 참사 등 숱한 철거민들의 아픔이 한국의 도시 개발 역사에 켜켜이 쌓여 있다. 그리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2018년 총신대 용역 사태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얼마 남지 않은 기회일지 모른다. 한밤중 황망히 용역과의 충돌을 경험한 예장합동과 총신대 신학생들이 그들의 아픔을 승화시켜 지금도 쫓겨나는 이들과 함께 아파하고 힘이 돼 준다면 하나님께서 새롭게 일으키시리라 믿는다. 바벨론의 남유다 침략에 맞서 시드기야 왕이 억압받던 노예를 풀어 주고 희년을 선포했을때 바벨론을 물러가게 하셨던 하나님의 역사가 오늘도 동일하게 일어날 것을 믿는다. 토지 불로소득의 향연을 즐기기 위해 지주들이 고용한 용역들에게 오늘도 속절없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이들과 함께하는 2018년 부활절 연합 예배에서 예장합동의 목사님들과 전도사님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길 기도한다.

이성영 / 희년함께 학술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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