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살이 난 종합관 좌측 출입구.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총신대학교가 재단이사들의 용역 동원으로 다시 구설에 올랐다. 3월 17일 밤 10시부터 총신대 주차장에 검은 차량들이 대거 모이기 시작했고, 30분 후부터 경비 용역 업체 직원 50여 명은 기습적으로 학생종합서비스센터 측 유리문을 부수고 학생들이 점거하고 있는 종합관에 들어와 4층 전산실 진입을 시도했다.

일부 재단이사회 목사들이 용역들과 함께했다. 재단이사 곽효근 목사(선천교회), 박노섭 목사(삼광교회), 김남웅 목사(우리교회), 하귀호 목사(만민교회), 감사 주진만 목사(성현교회) 등은 용역들이 학교를 부수고 진입하는 것을 지켜봤다. 특히 곽효근 목사와 박노섭 목사, 김남웅 목사는 전산실이 있는 4층까지 올라가 전산실 문을 열려고 시도했다.

김남웅 목사는 '빠루'라 불리는 공구를 써 전산실 문을 파손했다. 김 목사는 "해야 하는 일"이라며 "교회에 장례가 있는데 발인도 참석하지 못하고 여기에 왔다"고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했다.

뒤늦게 학생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상황을 수습했다. 경찰은 4층 전산실 앞에 있는 재단이사들과 용역들, 대치하는 학생들을 모두 1층으로 내려보냈다.

용역이 들이닥쳤다는 소식을 접한 학생들이 속속들이 학교를 찾았다. 학생 100여 명과 교수들, 교단 목사들이 종합관에 모였다. 학생들은 큰 소리로 재단이사들을 규탄했다.

격분한 학생들이 용역을 철수시키라며 박노섭‧김남웅 목사를 둘러쌌다. 그러나 이들은 용역을 철수시킬 권한이 자신들에게 없다고 했다. 새벽 4시경부터 학생들과 두 재단이사 간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결국 박 목사는 오전 6시 20분, 재단이사장 박재선 목사에게 전화를 걸어 "6시 30분까지 용역을 철수시켜 달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재단이사직을 사퇴하겠다"고 했고, 박재선 목사는 "알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6시 30분이 넘도록 아무런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고, 박재선 목사 전화는 전원이 꺼져 있었다. 박노섭 목사는 크게 실망하고 재단이사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학교를 떠났다.

재단이사들은 모두 철수했지만, 용역들은 아직 학교에서 철수하지 않았다. 상당수 학생도 교회 대신 학교를 지키겠다며 종합관에 남아 있다.

재단이사 김남웅 목사가 직접 전산실 문울 부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용역 동원은 보직교수들마저 고개를 젓게 했다. 3월 18일 새벽 학교를 찾은 주요 보직교수들은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김영우 총장이 총장실에 제대로 출근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부총장과 보직교수들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들은 "설령 오늘 서버가 복구되었더라도 다음 주부터 학생들이 이런 학교에 수업받으러 오겠느냐"고 자조했다.

오전 9시, '총신대학교'는 네이버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 다음에서는 3위를 기록했다. MBC와 YTN은 18일 학생들과 용역 간 대치 영상을 제공받아 아침 뉴스에 보도했고, <연합뉴스> 등 일반 언론도 총신대 문제를 보도하고 있다.

2월 24일에서 25일로 넘어가는 밤에도 용역 19명이 들이닥친 바 있다. 공교롭게도 그때 바로 김영우 총장은 경찰에 감금 신고를 한 후 건물을 빠져나왔다. 두 번의 용역 출동이 모두 토요일 늦은 밤 이뤄졌다. 토요일 밤은 교회 사역 때문에 학교에 상주하는 학생 수가 제일 적을 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김남웅 목사도 18일 오전에 학교를 떠났다. 용역 업체 직원들은 교대조를 편성해 돌아가며 학교를 지키고 있으며, 학생들이 종합관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있다.

격앙된 학생들도 경비 용역 업체와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며 이들을 몰아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