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우주를 만나＞(IVP) 저자 김경아 사모와는 몇 년 전 같은 교회에 있었다. 부군 김종호 목사와 희연, 희수, 희은도 잘 안다. 주일학교 때 가르치기도 했다. 그 가정이 어떤지 알기에 이 책 출간이 더욱 반갑고 정이 간다. 이 글은 단지 편들기 위한 게 아니다. 그 가정과 주인공들을 알기에 이 책이 다룬 입양에 대한 이야기의 진솔함과 그 안에 담긴 사랑을 볼 수 있는 듯하다. 많이 나아졌다고 해도 한국적 상황에서 입양은 쉽지 않은 문제일 것이다. 공개 입양은 더더욱.

얼마 전 읽은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 가족＞(동아시아)은 아동 학대 문제를 다루면서, 혈연 가정과 가족이라는 테두리에서 가족만 '정상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일견 옳은 부분도 있지만, 저자가 강하게 비판하는 '가족주의'는 그저 이즘(-ism)과 폐쇄된 가치로만 남아서 기형적일 때 문제가 되는 것이다. 가족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저자가 지적하는 자율적 개인은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문제이지만 정작 개인을 '서로 사랑'이라는 틀로 묶어 하나 되게 만드는 측면은 놓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점에서 ＜너라는 우주를 만나＞는 다른 각도에서 가족을 다루면서도 '인생의 울타리를 넓히는 행복한 선택, 입양'이라는 부제처럼 그 가족의 영역을 확대한다. 저자가 지적하듯 입양 이전에 미혼모와 버려지는 아이라는 선행 문제를 해결해야 하나, 이미 미혼모와 버려지는 아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구원받아야 할 아이가 이미 많이 있다는 난제가 있다.

이 문제는, 낳은 부모가 키우는 것이든 입양 부모가 돌보는 것이든 사랑을 전제하지 않으면 풀 수 없다. 아무리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해도, 낳은 부모든 입양 부모든 사랑과 돌봄이라는 의지가 없으면 어느 쪽에서든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제도는 제도일 뿐이다. 인생은 재방송이 없기에 실수나 잘못은 필연적이다. 문제는 그 실수를 얼마나 줄여 가느냐, 실수했을 때 그 실수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 하는 것이다.

저자와 같은 교회를 다니고 있었을 때 일이다. 저자가 맡은 구역 교인 가정에 심방을 가려고 운전하는 중이었다. 그 교인이 이사 간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서 주소를 보고 내비게이션으로 찾아가는데, 길을 가면 갈수록 뭔가 이상하고 미심쩍었다. 내비게이션은 주택가를 벗어나 논두렁 같은 길로 안내하더니,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장소 한가운데서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라고 알려 왔다. 주소를 찍기는 했는데 터치 실수로 목적지에서 한참 벗어난 곳으로 장소가 변경돼 버린 모양이었다. 당황스럽고 민망했다. '영혼의 인도'는커녕 가야 할 길도 제대로 못 찾는 목회자가 나였다.

인생이 그런 것 같다. 내가 계획하고 목적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힘쓰며 달려가지만, 정작 그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가 있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광야 한가운데서 길을 잃어버려 황망해할 때가 있다.

자녀를 키우는 문제는 더더욱 그렇다. 자녀를 키울 때, 내 생각대로 내 의지대로 양육하고 가르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무리 노력하고 기도해도, 대부분 생각한 것과 다르게 자란다. 내 계획대로 완벽하게 자녀가 자라는 것은 애시당초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비슷하게 간다면, 그 계획이 아이와 하나 돼서였거나 철저하게 하나님의 은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겉으로만 부모 바람대로 자란 경우일 수도 있다. 부모 강압에 외형적 성취를 이룬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겉으로는 어른이겠지만 속으로는 자신만의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는 어른아이일 수밖에 없다.

자기 자식이 그렇다면, 낳지 않은 자식일 경우는 어떻겠는가. 조금 더 쉽지 않을 수 있다. 입양돼 온 아이에게 더 문제가 있다는 말은 아니다. 입양 자체가 잘못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아니다. 한국적 토양과 문화에서 자랐기 때문에 우리 자신에게 어떤 선입견과 부정적 무의식이 있을 수 있고,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시선에서 입양 자녀를 키우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저자 자신이 막내를 입양하면서 실제 체험했던 것을 토대로 하고 있기에 입양을 이해하고 입양에 대한 관점을 갖는 데 도움을 준다. 저자는 입양에 대한 피상적 생각을 걷어 내고, 특히 공개 입양의 바람직한 점과 풀어야 할 숙제를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인상 깊게 그려 낸다. 무엇보다 부제에서 이야기하듯, '인생의 울타리'를 넓히는 가족 영역의 확장은 결국 사랑을 통해 이뤄진다. 그 사랑을 잃는다면, '정상 가족'이든 '비정상 가족'이든 비정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문양호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