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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교인①] 이주 노동자 위해 '노동법' 앱 만드는 가나안 교인

좋은교육연구소 백종원 대표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8.03.16  10: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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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처음부터 평신도 운동이었다. 교회 역사에 있었던 교회 갱신이나 부흥은 성직자의 권력 독점에 대항해 평신도의 권리와 의무를 되찾으려 했던 운동이었다." - <존 스토트가 말하는 목회자와 평신도>(아바서원)

'그리스도인'은 교회 안에서 봉사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뉴스앤조이>는 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진격의 교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려고 합니다. 말씀대로 살기 위해 진격하는 크리스천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한국 사회에 보여 줘야 할 진정한 기독교의 역할과 모습이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서입니다.

삶의 기로에서 소명과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 전문 영역에서 기독교인으로서 고군분투하며 사는 집사님·권사님·장로님, 성경에서 가르치는 모습을 좇아 약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교인분들을 소개합니다. 제보도 환영합니다. 주변에 '진격의 교인'이 있다면 언제든지 <뉴스앤조이> 홈페이지이메일페이스북카카오톡 등으로 알려 주세요. - 편집자 주

"2017년 8월 6일.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오늘 세상과 작별 인사를 합니다. 잠이 오지 않고 치료를 받아도 나아지지 않고 시간을 보내기 너무 힘들어서 이 세상을 떠나기 위해 허락을 구합니다." - 케샤브 슈레스타(Keshav Shrestha)의 유서 일부(청주네팔쉼터 번역)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케샤브 슈레스타는 2016년 4월 한국에 왔다. 26세 청년이었던 그에게 한국은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외국인 친구를 사귀면서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기회의 땅이었다. 하지만 그를 기다린 건 강도 높고 위험한 노동과 스트레스. 케샤브는 네팔어로 쓴 유서 한 장과 한국에서 번 320만 원을 남기고 회사 기숙사 옥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현재 케샤브의 동생이 오빠를 대신해 한국에서 돈을 벌고 있다.

케샤브 슈레스타가 남긴 유서. 사진 제공 백종원

'코리안 드림'을 가지고 한국을 찾는 이주 노동자들. 이들이 겪는 현실은 '드림'과는 거리가 멀다. 산업재해로 죽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매년 발생하고 있다. 폭행과 학대는 일상이다. 충북 청주에서 이주민을 돕는 좋은교육연구소 대표 백종원 씨(31)는 "많은 이주민이 사업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지내고 있다. 오죽하면 이들이 한국에서 오자마자 배우는 게 욕이다"고 말했다.

이주민들이 한국에서 스스로 권리를 지키며 살 수는 없을까. 백종원 씨를 비롯해 충북 이주민 지원 단체들은 '정보'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이주민 중 노동법을 몰라 자신이 받는 대우가 정당한지 부당한지 제대로 아는 이는 거의 없다. 이들은 가혹 행위, 폭언, 임금 체불과 착취 등을 당해도 어디 호소해야 할지 몰랐다.

백 씨는 현재 이주민들이 필요한 정보를 한눈에 보는 모바일 앱(App)을 제작하고 있다. 서울·경기·강원·충청·전라·경상 등 각 시도에 있는 이주민 지원 단체 위치와 연락처, 이주민 모국어로 번역된 노동법을 소개하는 앱이다.

문과 출신에 코딩의 'C'도 모르는 백종원 씨가 컴퓨터 전공 서적을 뒤지며 개발을 시작한 지 약 8개월. 앱은 70% 정도 완성됐다. 이주민 단체 정보를 추가하고 버그 몇 개만 수정한 후 올봄 출시할 예정이다. 3월 12일, 백 씨를 서울 시내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났다. 컴퓨터 학원 수업을 마치고 온 그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핸드폰을 켜고 앱을 실행하며 말했다.

"요즘 이주 노동자들도 웬만한 스마트폰은 다 가지고 있어요. 앱만 있으면 이제 농촌 구석에 있는 이주 노동자들도 노동법을 공부할 수 있어요. 부당한 일을 당할 때 지원 단체에 쉽게 알릴 수도 있고요."

이주 노동자를 위한 앱을 만드는 백종원 대표를 만났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바로 옆에서 벌어지는
이주 노동자 차별과 폭행

백종원 씨는 2014년 대학을 졸업한 뒤 청주에서 좋은교육협동조합(좋은교육연구소 전신)을 만들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는 단체였다. 백 씨는 게임이나 놀이를 통해 청소년들이 스스로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보드게임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다.

그러던 중 2016년 청주에서 한 사건이 발생했다. 청주외국인보호소 직원들이 미등록 이주민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폭행한 것이다. 백 씨는 선주민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했다. 그 일 이후로, 청주네팔쉼터를 포함해 지역에 있는 이주민 단체에 찾아가 일을 돕기 시작했다.

청주네팔쉼터는 네팔 유학생 수니타·고니스 부부가 운영하는 민간단체다. 오갈 데 없는 이주민들이 한시적으로 머무는 곳이다. 공장에서 해고돼 잠잘 곳이 없거나 직장을 관둬 이직할 곳을 찾는 이, 휴식이 필요한 이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주민 30여 명이 청주네팔쉼터에 몸과 마음을 의탁하고 있다.

이전에는 지자체가 해마다 예산을 지원했는데, 정책이 바뀌면서 지원 사업이 사라지고 지금은 후원금으로 유지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후원자 대다수가 이주민이라는 것. 한국에 먼저 와서 정착한 이주민들이 어려움에 처한 이주민을 돕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주민에 관심이 없어요. 투표권이 없으니까요. 사람들도 이주민 문제에 신경을 안 쓰죠. 결국 이주민을 돕는 건 이주민뿐이에요"라고 백 씨는 말했다.

쉼터에서 알게 된 이주민들이 나중에 사고를 겪기도 했다. 그들은 축사에서 분뇨를 치우던 중 질식사하거나 공장에서 사고로 다리가 부러졌다. 케샤브가 세상을 등진 사건은 지난해 청주네팔쉼터를 충격에 젖게 했다.

"케샤브도 이전에 청주네팔쉼터를 이용했었거든요. 케샤브가 남긴 유서를 회사가 번역했을 때는, 케샤브가 회사를 원망하는 내용이 없었어요. 수니타 씨가 유서를 다시 번역해서 언론에 알렸어요.

지금은 케샤브의 형제들이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한국은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심한 나라예요. 사장들이 매일같이 욕을 해요.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거나 몸에서 냄새가 난다며 소리 지르고 모욕을 줘요. 가정 폭력 때문에 도망쳐 나온 이주 여성도 봤어요. 어떤 남편은 큰돈을 주고 국제결혼을 했기 때문에 부인을 마치 노예로 보기도 해요. 자기 마음대로 학대하고 때리는 거죠."

백종원 대표가 만든 보드게임. 안전이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배울 수 있다. 사진 제공 백종원
청주네팔쉼터에서 백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백종원

문과 출신이
앱 만들겠다고 나선 이유

"모바일 앱이 하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청주네팔쉼터에서 이주민을 돕는 활동가들과 얘기하면서 나온 말이었다. 청주를 포함해 충북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이주민 모두를 단체가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대다수 이주민은 도움이 필요할 때 어디에 연락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 유명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도시에 있는 큰 기관에 대한 정보만 나오고 소도시나 지방에 있는 작은 기관은 찾을 수 없었다.

백 씨는 이주민 지원 단체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는 앱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요새는 누구나 쉽게 앱을 만들 수 있다고 하니, 조금만 배우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활동가들은 백 씨의 도전을 환영하면서도 반신반의했다. 백 씨 전공이 역사학이었기 때문이다.

Java나 코딩이 뭔지도 몰랐던 그는 앱 개발을 배우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청주에는 앱 개발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서울에 있는 교육기관에 다니면서 공부와 앱 개발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국비 지원 과정에서 나오는 지원금과 이전에 벌어 놓은 돈으로 학원비와 생활비를 해결하고 있다.

이주민을 위한 앱 개발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변에서도 그를 돕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IT 사회적 기업 라임프렌즈와 교육기관에서 만난 기독교인 개발자가 작업을 돕고 있다. 한 이주민 지원 단체는 이주민들이 많이 하는 질문을 Q&A 형식으로 정리해 줬고, 노동법을 네팔어·중국어 등 다국어로 번역해 주고 있다.

"많은 단체와 사람이 무상으로 이 일을 하고 있어요. 원래는 지난해 11월 출시 예정이었는데 생각보다 앱 개발이 까다로워 늦어졌어요. 올봄까지 꼭 출시할 계획이에요. 아직 네팔어, 영어밖에 없는데 언어를 계속해서 늘릴 거예요."

올봄에 앱이 출시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백종원 씨는 시민단체를 돌며 이주 노동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수집했다. 사진 제공 백종원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문제 각성
성장만 강조하는 교회에 갈등

백종원 씨는 원래 사회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다. 4대째 교회를 다니고 있는 그는 교회 봉사를 열심히 하는 게 신앙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에게 커다란 사건이 닥쳤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와 존경하는 담임목사의 죽음이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병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사건이었어요." 당시 백 씨는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친구들처럼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던 그는 참사를 목격하고 진로에 회의를 품었다. 그러던 중, 담임목사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그는 신앙과 삶의 관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존경하는 목사님이 돌아가신 뒤로 생각이 많아졌어요. 기독교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죠. 세월호 참사는 제 진로를 바꾼 결정적인 사건이었어요. 예수님은 우리에게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시잖아요. 저는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많아지면서, 결국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점점 지역사회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는 교회에서는 유명한 죽돌이였다. 평일에도 교회 행사라면 모두 참석했고, 주말 내내 교회에서 살았다. 토요일에는 밤늦게까지 교회 광고 영상을 만들고 일요일 오전에는 예배와 주일학교, 오후에는 청년부 예배와 모임까지, 청년부 회장을 맡았을 때는 일이 너무 많아 결국 학기 중간에 휴학을 신청해야 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 사회문제를 강조하는 자신과 성장과 교세 확장에만 관심이 많은 교회와의 관계가 언제부턴가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옆에서 이주민을 돕는 교회를 보면서 실망스러울 때도 많았다. 한 교회는 쉼터를 후원하는 조건으로 쉼터를 이용하는 이주민에게 교회 출석을 강요했다. 쉼터 후원금을 이주민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착복한 목사도 있었다.

"전도란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일이잖아요. 예수님 모습을 좇아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많은 교회는 그것을 마치 교인을 늘리는 것, 교회 외연을 확장하고 교세를 키우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어요.

예수님은 약자들과 함께했어요. 고아와 나그네(이주민)들을 돌보셨어요. 기독교인은 예수님을 좇는 사람들 아닌가요. 꼭 크고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곁에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냥 하면 되는 것 같아요.

많은 기독교인에게 부탁드리고 싶어요. 교회 봉사도 귀하지만 너무 교회에만 있지 말고 밖에 나와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라고. 그래서 우는 사람과 함께 울고 기뻐하는 이와 함께 웃는 그런 한국교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청주네팔쉼터 후원 계좌: 농협 311-0256-0068(pantgane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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