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전 총회장 박무용 목사가, 자신에게 2000만 원을 건넨 총신대 김영우 총장에게서 "오죽하면 아무도 모르게 찾아뵙겠느냐. 이 일은 무덤까지 가져간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박무용 목사는 3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배임증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영우 총장은 100회 총회를 열흘 앞둔 2016년 9월 15일, 대구 수성구 베니키아호텔에서 당시 총회장 박무용 목사를 만나 2000만 원을 줬다. 돈을 준 사실 자체는 김영우 총장도 인정하지만, 박 목사에게 선교비 및 병원비 목적으로 2000만 원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무용 목사는 돈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김 총장의 유죄 여부는, 이 돈이 부정한 청탁의 대가인지를 입증하는 데 달려 있다.

증인신문은 장시간 진행됐다. 3시에 시작한 재판은 5시 30분이 넘어서야 끝났다. 박무용 목사는 검사의 신문과 김영우 총장 변호인의 반대신문에 약 두 시간 넘게 답했다.

김영우 총장의 '배임증재' 사건 공판이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박 목사 "김영우 총장과 평소 교류 없어"
"김 총장이 '이 일은 무덤까지 가져간다'고 말해,
떳떳하면 신문에 내지 왜 무덤까지 가져가나"

2016년 당시는 김영우 총장이 '이중직' 문제로 부총회장 입후보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예장합동 선거관리위원회는 김영우 총장을 후보로 인정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갈려 파행을 반복했다. 박무용 목사는 이때 상황에 대해 "입후보 여부를 총회 현장까지 가져가면 1500명 중 1400명이 김영우 총장을 후보로 인정하지 않을 분위기였다. 따라서 김 총장에게는 자신의 입후보를 선관위가 확정해 주는 게 유리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김 총장이 박 목사에게 총회장 지위를 이용해 선관위에서 후보자 등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힘써 달라 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선관위는 결론을 내지 못했고, 김 총장의 부총회장 자격 문제는 9월 25일 열린 총회 현장까지 가게 됐다. 총대들은 김 총장의 입후보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김영우 총장의 총회장 꿈은 수포로 돌아갔다.

박무용 목사는 김영우 총장이 자신을 만나러 대구까지 온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9월 15일은 추석이었다. 검사가 "추석 당일, 명절인데 피고인(김영우 총장)이 증인(박무용 목사)을 급하게 찾은 적이나 찾을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박 목사는 "그럴 일이 없다. 평소 거의 교류도 안 하고 만날 일도 없다. 통화도 거의 하지 않는다. 업무적으로도 만날 일 없다"고 했다.

박 목사는 "처음에는 추석이라 집에 손님도 있고 하니 완강히 거절했지만, 김 총장이 오겠다고 우겼다"고 했다. 만난 자리에서, 김 총장은 자신에게 '선관위가 자신의 입후보 문제를 결정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고 했다.

김영우 총장이 선교비·병원비 명목으로 2000만 원을 건넸다는 데 대해, 박 목사는 "그 즈음에는 선교 일정이 없었다. 있다 하더라도 총회장은 교단 대표로 나가기 때문에 해외에 나가더라도 총회에서 재정이 나온다. 선교비가 필요 없다"고 했다. 병원비에 대해서도 "2014년에 입원해 수술한 적이 있지만, 2016년에는 입원한 적이 없다. 2014년 수술 당시에도 김 총장은 나에게 전화 한 통도 없었다"고 했다.

돈을 건네받은 상황에 대해서도 진술했다. 대화 자리를 피해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김 전 총장이 화장실까지 따라와 "이 돈 받지 않으면 나와 같이 가는 사람으로 여기지 않겠다"고 하면서 합계 2000만 원이 든 봉투 2개를 안주머니에 찔러 넣었다고 했다. 박 목사는 "돈을 돌려주려 했는데 김 총장이 화장실을 급하게 나갔다. 핸드폰도 카페 테이블에 두고 갈 정도로 급하게 갔다. 나중에 핸드폰을 찾으러 돌아왔을 정도"라고 했다.

검사가 "왜 김 총장이 돌아왔을 때 돈을 돌려주지 않았느냐"고 묻자 박 목사는 "나는 이 지역에서 40년 목회했다. 로비나 주차장에는 사람이 많았다. (아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공개 장소이기도 해) 돈을 돌려주지 못했다"고 답했다.

박 목사는 추석 연휴가 지난 직후인 9월 20일, 검찰에 김영우 총장을 고소했다. 고소 이후 김 총장과 몇 차례 통화했는데, 김 총장이 자신에게 "총회장님 이어 저도 섬길 기회를 달라", "저 혼자 된다고 기고만장하지 않겠다", "오죽하면 혼자 아무도 모르게 단독으로 (총회장님) 뵙겠느냐. 이 일은 무덤까지 가져가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박무용 목사는 이를 녹음했다고 했다. 재판부에는 파일 원본 대신 녹취록만 제출된 상태다. 이날 박 목사는 통화 녹음 파일 원본이 담긴 USB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사가 "병원비나 선교비로 돈 준 사실이 누설되면 증인이나 피고인의 명예가 실추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박무용 목사는 "병원비·선교비로 줬다는데 그 일을 무덤까지 가져갈 일이 있나"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명예 실추도 안 될 것 같다. 떳떳하게 줬다면 잘했다고 신문에 낼 일이다"고 말했다.

전 총회장 박무용 목사는 김 총장이 5만 원권 다발 네 개를 줬다고 진술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반대신문 "CCTV 보니 사이좋게 나갔다"
김 총장 "신장 안 좋다는 말 들었다"
2000만 원 계좌에 넣었다 4일 후 인출
"큰돈이라 보관하기 어려웠다"

김영우 총장 변호인들은 "피고인은 증인의 안색이 좋지 않고, 총회장 마치면 선교 나간다고 하기에 그 자리에서 가지고 있던 돈을 다 털어서 건네줬다고 했다. 증인도 피고인에게 '건강이 좋지 않아 면역 주사를 맞는데, 한 번에 40만 원, 좋은 건 100만 원 이상 든다'고 했지 않느냐"고 물었다.

박 목사는 "면역이 떨어진 상태라 한 방에 20만 원짜리 주사를 맞는다고 말한 적은 있다. 그러나 평소 김 총장과 교류나 전화 같은 건 전혀 하지 않았다. 내 건강 좋지 않은 건, 총회장 재임 시 설교할 때마다 말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무하는 교회에서 선교사 10가정을 파송하고 있다. 나도 은퇴하면 명예선교사로 해외에 나가야 하지 않느냐는 식으로는 말했다. 김영우 총장은 봉투 두 다발을 준비해 왔다. 왜 추석날 와서 그랬겠느냐. 나는 (그가) 온 의도를 안다. 선교비라든지 치료비 하라는 언질은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김 총장 변호인은 당시 베니키아호텔 CCTV를 확보해 박 목사에게 보여 줬다. CCTV상으로는 두 사람이 나란히 사이좋게 화장실로 걸어가는 듯한 모습이 찍혔고, 차후 김 총장이 호텔을 떠날 때도 배웅하는 듯한 손짓이 찍혔다. 변호인은 이 사진을 박 목사에게 보여 주면서 "거절하는 사람의 모습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박 목사는 "CCTV에 악수하는 것처럼 찍혔다고 검찰 수사관이 물어보길래, 핸드폰 건네준 게 그렇게 보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손짓도 배웅한 게 아니고 내가 허리가 좋지 않아서 그렇게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김 총장에게 받은 2000만 원을 다음 날인 9월 16일에 아내 계좌에 입금했다가 19일에 인출했다. 변호인은 "부정한 돈이라고 생각했다면 이것을 왜 은행에 넣었느냐"고 물었다. 박 목사는 "법리적으로는 잘 몰랐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2000만 원이 큰돈이다 보니 불안해서 은행에 맡겼고, 월요일에 바로 찾은 후 화요일에 고소했다"고 했다.

예장합동 선관위에는 왜 부정 청탁을 받았다고 신고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총신대 총장의 문제는 공익의 문제고, 말이 새 나가면 다른 문제가 생길 것 같아 비밀리에 검찰에만 고소했다"고 했다.

김영우 총장도 박 목사를 '증인'으로 호칭하며 직접 신문에 나섰다. 김 총장은 "신장을 하나 적출했고 나머지 하나도 30%밖에 가동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100만 원짜리 면역 주사를 맞는데 사정이 여의치 못해 30~40만 원짜리 맞는다고도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박 목사는 "그런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내가 수술한 건 부총회장 되기 전이었다. 나의 건강 상태는 교단 사람들에게 다 퍼진 후였다"고 답했다.

김 총장이 "증인한테 듣지 않으면, 내가 증인 신장이 30%밖에 가동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누구한테 듣겠느냐"고 묻자, 박 목사는 "나도 내 신장이 그런지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김영우 총장이 건넨 것으로 알려진 돈과 봉투에 대해서 질문이 오갔다. 검사는 "증인의 아내가 인출한 것이긴 하지만, 5만 원권이 띠지로 싸여 있는 형태는 똑같느냐"고 물었다. 박 목사는 "봉투는 김 총장에게 받은 것이 맞다. (은행에서 인출한) 5만 원권은 김 총장에게 받은 것과 똑같은 형태가 맞다"고 답했다.

검사가 "나는 현금을 2000만 원이나 가지고 다닌 적이 없다. 증인은 목사 일을 하면서 2000만 원을 띠지로 묶어 가지고 다닐 정도로 필요한 적이 있었느냐. 혹은 목회 활동 중에 띠지로 묶은 돈을 봉투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사람을 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박 목사는 약간 어이없다는 듯이 "그럴 일이 있느냐"고 하면서 "돈을 그렇게 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본 적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영우 총장이 반박했다. "띠지가 분명하냐. 나는 띠지 안 했다"고 했다. 박 목사가 "맞다. 띠지로 된 거 네 다발이 봉투 두 개에 담겨서 봉투가 꽉 찼다"고 했다. 김 총장은 "나는 띠지가 아니라 고무줄로 묶어서 줬다. 증인도 있다"고 했다. 이 말을 하자 방청석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김영우 총장은 이날 박무용 목사를 직접 신문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김영우 총장, 재판과 학내 사태에 침묵
재단이사 "12일 공청회에서 모두 공개"

김영우 총장은 재판 내내 팔짱을 끼고 여유 있는 표정으로 증인신문을 지켜봤다.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면 메모를 하거나 변호인과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이 사안에 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뉴스앤조이>는 재판 시작 전 법정에 들어서는 김영우 총장에게 "오늘 재판 때 무슨 얘기를 하실 거냐", "학교 상황에 대해서 하실 말씀 없느냐"를 물었지만, 수행비서가 김 총장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다. 김 총장은 "오늘 재판하러 왔으니 좀 봅시다"고 말하고는 답하지 않았다.

이날 방청석은 총신대 학생들과 교수들, 재단이사와 학교 관계자 수십 명으로 가득 찼다. 재판 후 학생들이 김영우 총장을 만나기 위해 복도에서 대기했지만, 법정 치안을 맡은 경위가 충돌을 우려해 김 총장을 먼저 내보냈다. 김 총장은 법원 주 출입구가 아닌 주차장 쪽으로 난 뒷문을 통해 빠져나갔다.

재단이사들은 "총장이 재판 중인 사안에 관해서는 대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용역 동원과 학내 사태에 대해서 입장을 표명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총장이 지금 무슨 말을 하시겠느냐"고 했다. 다만 총신대 이사회 감사 주진만 목사는 "안에서 총장님과 잠깐 대화를 나눴는데, 박 목사가 검찰에서 대질신문할 때와는 다른 취지로 답변했다고 하더라. 구체적인 정황과 내용은 나도 오늘 법정에서 처음 들었다"고 했다.

'가짜 뉴스'를 바로잡겠다며 3월 12일 총신대에서 공청회를 열기로 한 재단이사 박노섭 목사는 용역 동원과 학내 사태, 재판과 고소 사건에 대한 입장을 모두 그날 발표하겠다고 했다. 1심에서 유죄가 나올 경우 총장 사퇴 혹은 해임을 논의할 것인지 묻자, 박 목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대법원까지 가야 한다. 나도 여러 재판을 경험하지만 1심에서 나온 결과가 그대로 가지는 않는다. 뒤집히는 경우도 있어서 다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에는 당시 선거관리위원장 백남선 목사와, 선관위에서 후보 등록 심사 업무를 맡았던 심의분과위원장 김정훈 목사가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을 설명할 예정이다. 공판은 4월 4일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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