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소속 명성교회가 김하나 목사를 청빙하면서 내세운 근거 중 하나는 '101회기 총회 헌법위원회(헌법위·고백인 위원장)' 해석이다. 당시 총회 헌법위는 헌법 28조 6항(세습금지법)이 "교인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 수정·삭제·추가, 즉 개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명성교회는 헌법위 해석을 바탕으로 부자 세습을 감행했다.

명성교회세습철회와교회개혁을위한장신대교수모임(세교모·공동대표 김운용·박상진·임희국)이 3월 8일 주최한 3차 '연합 기도회 및 포럼'에서는, 101회기 헌법위 해석을 반박하는 주장이 나왔다. 정재훈 변호사(기독법률가회)와 총회 헌법개정위원 송준영 목사(성석교회)는 헌법위 해석만으로 세습금지법 효력을 정지할 수 없다고 했다.

예장통합 헌법에 따르면, 헌법위는 헌법과 규정을 연구·해석·판단하고 개정안을 제안한다(36조). 정재훈 변호사는 "헌법위가 헌법 해석과 법리 판단에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헌법 효력을 '정지'할 수 있는 권한까지 헌법이 보장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헌법위가 해석한 "기본권 침해"라는 표현도 잘못됐다고 했다. '침해'는 위법성을 내포하는 단어로, 공권력이 불법으로 행사됐을 때 쓰는 말이다. 정 변호사는 "법률에 의한 경우는 '제한'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 헌법위 해석도 기본권 침해가 아닌 기본권 제한으로 정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변호사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게 문제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유가 어떤 경계를 넘어가면 방종이 된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공익적 질서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으면 기본권을 제한해야 한다. 문제는 과도한 제한이다. 담임목사가 자녀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것을 막아 교회 사유화를 방지한다는 세습금지법은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 따라서 세습금지법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정재훈 변호사는 기본권 '침해'라는 표현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송준영 목사는 헌법위가 직무에서 벗어나는 일을 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송준영 목사는 헌법위가 헌법 자체를 판단하는 건 직무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위 직무는 총회 규정 혹은 결의가 헌법에 위배하는지 해석·판단하는 일이다. 헌법 조항 자체를 위헌 판단할 수는 없다. 헌법위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헌법이 헌법을 위배했다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했다.

게다가 헌법 효력 정지는 새로운 조문을 만들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총회 헌법시행규정에는 "헌법이나 이 규정의 시행 유보, 효력 정지 등은 조문의 신설 없이는 총회 결의나 법원 판결·명령으로는 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송 목사는 "세습금지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해도 그 자체만으로 효력을 잃는 건 아니다. 따라서 세습금지법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위임목사 청빙이 교인들 고유 권한이라는 주장도 반박했다. 위임목사는 노회 소속이며, 목사와 관련한 제반 사항은 노회가 결정한다. 송 목사는 "101회기 헌법위 해석에는 오류가 있다. 장로교에 있는 여러 대의기관 중 최하위에 속하는 지교회 당회와 공동의회 기본권만 인정하고 있다. 상위에 있는 노회와 총회 기본권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세습은 우상숭배"
세습 문제로 명성교회 동요
젊은 교인 중심 세습 반대 여론 확산

명성교회 세습 철회와 교회 개혁을 위한 연합 기도회 및 포럼이 장신대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포럼 후 진행된 연합 기도회에서 설교를 맡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장 박상진 교수는 "세습은 불신앙"이라며 명성교회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교수는 "세습은 십계명을 어기는 행위다. 세습을 진행한 교인들은 교회를 사랑해서라고 말하지만 하나님보다 우선되는 건 모두 우상이다. 아들을 하나님보다 중요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구약에는 엘리 제사장의 비참한 실패가 기록되어 있다. 그의 실패는 아들을 하나님보다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세습은 우상숭배와 다를 게 없다"고 했다.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이기정 집사는 명성교회가 동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특별 새벽 기도회에 참석 교인 수가 이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특새에 5만여 명이 참석했다는 일부 교계 언론의 보도는 과장된 수치다. 지난 2월 항존직들이 성명을 발표한 이후 청년들과 젊은 교인들 사이에서 세습을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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